고발사주에 대장동까지..수사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드는 대선 정국

심새롬 2021. 9. 1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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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잘못되면) 100% (검찰) 특수부 수사 대상이니까 아예 떡고물 생각 꿈도 꾸지 말라고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 “지금부터는 수사기관이 앞장서고 나는 공익신고자로서 열심히 돕는 역할을 하겠다.”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 조성은씨)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과 이재명 경기지사(오른쪽). 오종택 기자


대선국면 정치권이 다시 검찰 등 수사기관을 찾고 있다. 성남시장 시절(2015년) 추진한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에 휩싸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17일 광주·전남·전북 특별 기자회견에서 “내가 그때 수도 없이 얘기했다”며 “당시 담당 직원, 공무원에게 ‘이건 (잘못되면) 100% (검찰) 특수부 수사 대상이니까 아예 밥이라도 얻어먹거나, 떡고물 얻어먹을 생각 꿈도 꾸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전날 “당장 수사를 시작해달라. 수사를 공개의뢰한다”며 수사기관에 의혹 해소를 공개 요구한 지 하루만에 또 검찰을 거론하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한 거다. 이 지사는 이날 “내게 단 한 톨의 먼지나 단 1원의 부정부패라도 있었더라면 나는 가루가 되었을 것”이라며 “기가 막혀서 조선일보에 ‘가짜뉴스 그만해라, 민주당 경선 개입하지 말라, 대선 개입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잘한 거 아닌가”라고 말해 호남 지지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 지사 측은 “여야 정치권의 네거티브·마타도어가 순식간에 몰리고 있어 이를 조기에 차단해야 한다”(캠프 관계자)는 판단을 내부적으로 내렸다고 한다. 이날 캠프 소속 의원들은 각각 라디오 인터뷰에서 “분명하게 수사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카더라’는 안 된다”(박찬대), “조사와 수사가 진행되는 것이 오히려 명확하다”(박성준), “정치 공작이 아닌가 의심이 된다”(김남국)며 전방위 방어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7일 오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 옥상에서 주먹을 쥐고 있다.연합뉴스


야권 1위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으로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동시에 받고 있는 와중에, 여권 1위인 이 지사마저 정치적 탈출구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고발사주 의혹의 공익제보자로 밝힌 조성은씨는 이날 페이스북에 “(대검) 감찰의 진상조사에서 수사, 공수처 수사로 (관련 수사가) 모두 시작됐고 나는 최선을 다했다”며 “이때까지 준비하던 모든 법적 조치들을 시작하는 시간이 될 것 같다”고 썼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이날 출근길 기자들에게 “검찰과 공수처가 협력하는 분위기”라며 향후 관련 수사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대선을 앞두고 수사기관을 통한 ‘정치의 외주화’가 또 등장했다고 지적한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정치학)는 “여야 인물이 가지고 있는 장악력이 과거보다 약한 상황에서 결국 대선이 ‘진영 싸움’으로 흘러가게 됐고, 각 후보가 ‘나는 어떻게든 우리 진영 대표가 되겠다’는 생각만 하면서 내부 싸움이 격화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17일 오전 경북 구미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 추모관 참배를 마친 뒤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생가를 떠나고 있다. 뉴스1


익명을 요구한 서울 소재 대학의 정치학 교수도 “뭔가 상대의 흠집을 내야 하는데 마땅한 방법이 없으니, 정치적 다툼을 사법적 형태로 풀어내려고 하는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politics by other means)’가 반복되고 있다”며 “이는 되레 유권자들이 느끼는 정치적 혐오를 부추기는 바람직하지 않은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당시 “BBK 의혹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구속·기소돼 유죄를 확정받았다.경선 단계의 고발·수사가 해당 후보에 당장의 정치적 시간을 벌어주긴 하지만, 경우에 따라 훗날 심판론과 직결되기도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검찰이 통상 집권세력의 무기로 쓰이는 경우야 많지만, 여야 공히 경선 단계부터 검찰 수사를 의뢰하는 건 정치권 내 ‘정치력의 부족’ 결과”라며 “당장 ‘법의 영역에서 싸우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게 후보에게 반드시 득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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