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팀 승률 0.364, LG의 위태로운 2위 수성

유준상 2021. 9. 17.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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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끝이 없는 타선의 침묵, 마운드도 지쳐가

[유준상 기자]

올초만 하더라도 LG 트윈스의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었다. 1994년 이후 20년 넘게 정상에 서지 못한 설움을 풀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꿈을 현실로 만드는 듯했지만, 9월 들어 위기에 봉착했다.

LG는 16일 오후 창원 NC 파크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원정 경기서 0-2로 영봉패를 당했다. 함께 2위권 경쟁을 펼치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도 이날 승리를 거두지 못하면서 순위가 바뀌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삼성과의 격차는 여전히 0.5경기 차로,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LG를 상대로 승리한 NC가 5연승을 질주하면서 3위 삼성에 4경기 차까지 따라붙었다. 무엇보다도, 실망스러운 9월 팀 성적(4승 2무 7패 승률 0.364)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한목소리로 올해가 우승 적기라고 이야기했지만, 현실은 2위 자리도 확실하게 지킬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LG 트윈스
 
'9월 팀 타율 최하위' 변화에도 소용 없는 타선

전반기를 마무리할 당시 단 2경기 차에 불과했던 1위 kt 위즈와의 거리는 17일 현재 5.5경기 차까지 벌어져 있다. kt는 엄상백의 가세로 최대 6선발까지 로테이션을 운영할 수 있게 됐고, 외국인 타자 교체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 통했다. 현재로선 kt의 1강 체제를 흔들 팀은 보이지 않는다.

물론 LG의 선발진이 전반기에 비해 사정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등 근육 미세손상으로 2주 이상 이탈한 외국인 투수 수아레즈의 공백을 무시할 수 없고, 베테랑 투수 차우찬은 수술을 받기로 하면서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했다. 선발진 한 자리를 지켜주던 정찬헌은 후반기를 앞두고 트레이드로 키움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었다.

그럼에도 선발진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힘든 이유는 바로 무기력한 타선 때문이다. LG의 9월 팀 타율은 0.226으로, 리그 최하위다. 선발투수가 아무리 잘 던져도 경기를 이길 수 없다. 16일 NC전서 선발로 등판한 이민호는 6.1이닝 동안 탈삼진 11개를 잡아내고도 타선의 득점 지원이 받쳐주지 못해 웃을 수 없었다.

전반기부터 안고 있었던 타선에 대한 고민을 풀고자 나름 변화를 주었다. 우승 도전이라는 목표에 있어서 마지막 퍼즐조각을 맞추고 싶었던 LG는 후반기를 앞두고 야심차게 서건창을 영입했다. 외국인 타자 교체 카드까지 꺼내들면서 좌타 거포 저스틴 보어를 품었다.

그러나 소용이 없었다. 서건창은 이적 이후 29경기 타율 0.262 1홈런 9타점 OPS 0.661의 기록으로, 정찬헌을 내준 것을 고려했을 때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홈런 두 개를 친 게 전부인 보어는 1할대 타율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 12일 두산 베어스에게 더블헤더 2경기를 모두 내준 이후 이튿날 코칭스태프를 개편하기도 했다. 1군 타격코치였던 이병규 코치가 퓨처스 팀으로 내려가고, 퓨처스 팀을 맡고 있던 황병일 감독이 1군 수석코치 겸 타격코치를 맡았다. 개편 이후 세 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이 역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
 
 마지막 퍼즐조각을 맞추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던 서건창 영입은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 LG 트윈스
올해도 뒷심 부족으로 무너져선 안 된다

현실적으로 중위권에 있는 팀들이 3위 이상을 넘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만 팀마다 잔여경기 수가 조금씩 다르다는 변수가 존재한다. LG는 10개 구단 가운데 KIA 타이거즈와 함께 가장 많은 경기(40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중위권 경쟁을 펼치고 있는 4위 NC와 7위 두산(이상 39경기)도 소화해야 할 경기 수가 많은 편이다. 특히 대체적으로 LG보다 중위권 팀들의 최근 흐름이 좋기 때문에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이미 지난 주말 두산과의 더블헤더를 치르면서 방심은 금물이라는 것을 그대로 체감했다.

또 한 가지, LG는 수 년간 뒷심 부족에 울상을 지었다는 기억을 간과해선 안 된다.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한 단계씩 순위가 떨어졌던 2018년, 시즌 최종전에서 운명이 결정된 지난해만 봐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됐다.

타자들의 사이클이 올라오고 수아레즈가 복귀한다면 희망적인 시나리오를 그릴 수도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한 두 명의 활약만으로 분위기가 갑자기 바뀔 수 없다는 것이다.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분발해야 하는 시점이다.

27년의 기다림에 마침표를 찍겠다는 마음가짐은 여전하지만, 이대로라면 또 다음 시즌을 기약해야 하는 게 LG의 현주소다.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감을 품었던 팬들의 상실감이 예년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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