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악은 놔두고, 보도 언론은 처벌?" HRW, 文에 '언론중재법' 우려 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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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W "'허위'라고 무조건 표현 제한 안돼"
HRW는 16일 홈페이지에 청와대, 국회, 언론중재법 논의를 위한 여야 협의체 앞으로 보낸 서한 전문을 공개했다. 이번 서한에는 영국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아티클19'와 한국의 진보네트워크센터, 사단법인 오픈넷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HRW는 서한에서 1990년 한국이 비준한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자유권규약ㆍICCPR) 19조를 근거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과도한 재량권을 허용하는 모호한 법률은 임의적인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국제법적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어 "표현은 단순히 허위라는 이유만으로 제한되어서는 안 되며, 타인의 권리와 명예를 보호하거나 국가 안보, 공공질서 또는 공중보건이나 도덕의 보호에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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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비판ㆍ감시 기능 축소 우려"
HRW는 "단순히 허위 보도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시대를 막론하고 보편적으로 비난받는 허위사실유포죄('false news' crime)를 민사적으로 입법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또 "2010년 한국 헌법재판소도 인터넷을 통한 허위 정보 유출로 공공 이익을 해할 경우 처벌하도록 한 기존 법률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국에는 현재 보편적인 징벌적 손해배상에 관한 법률이 없기 때문에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놨다. 예를 들어 직장 내 성희롱을 묵인하는 기업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면하지만, 이를 보도한 신문사는 해당 기업이 "보도가 거짓이다"라고 주장할 경우 손해배상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HRW는 이를 근거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사회적 문제를 비판하고, 감시하고, 바로잡는 언론의 역할을 크게 축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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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인권단체 대부분 비판"
HRW 측은 추석 연휴 뒤인 오는 27일 국회가 언론중재법을 본회의에 상정한다는 방침인 만큼 시급히 서한을 보낼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여야 협의체가 개정안을 대폭 수정하지 않는 한 국회는 이를 전면 거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HRW의 윤리나 한국 담당 선임연구원은 16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가짜뉴스에 대한 정의가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의 수위도 매우 높다"며 "국제인권법을 기준으로 판단했을 때 자의적으로 남용될 우려가 크며, 현재 많은 국제인권단체들이 대부분 비판적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HRW의 서한을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문자 공지를 통해 "언론중재법은 현재 국회에서 협의체를 통해 추가적인 검토를 하는 상황"이라며 "언론중재법과 관련된 서한 내용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언론의 자유와 피해자 보호가 모두 중요하므로 이번 기회에 국민적 공감대가 마련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27일(현지시간)에 유엔 인권 특별보고관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담은 서한을 정부 앞으로 보내면서 국회에도 공유를 당부했다. 정부는 지난 8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한 장짜리 답신을 보내 "정부는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으며 정책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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