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 자영업..'프랜차이즈 종주국' 미국에서 길을 묻다

노승욱 2021. 9. 1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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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에 30년 뒤처진 韓 프랜차이즈
美 FRG, 피자헛·웬디스 2355개 운영
韓도 다점포 '시동'..BBQ 年 2배씩 증가

1961년 미국에서는 글로벌 프랜차이즈 산업의 한 획을 긋는 역사적 사건이 있었다. 레이 크록이 맥도날드 형제로부터 상표권, 조리법 등 모든 사업권을 인수한 것. 맥도날드는 연매출 약 22조원, 영업이익 약 6조원(지난해 기준)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데 이어 지난해 디즈니를 제치고 베스트 글로벌 브랜드 9위에 올랐다(인터브랜드 자료). 맥도날드를 필두로 1960년대 성장 가도를 달린 KFC, 버거킹, 피자헛 등도 코로나19 위기에도 아랑곳 않고 여전히 건실한 경영을 하고 있다.

레이 크록의 맥도날드 인수로부터 정확히 30년이 지난 1991년, 우리나라에서는 교촌치킨이 등장했다. 이후 BBQ, 한솥, 편의점 등이 잇따라 등장하며 1990년대를 수놓는다. 미국의 프랜차이즈 산업이 한국보다 30년 앞섰다는 유통업계 ‘30년 주기설’의 배경이다.

또다시 30년이 흘러 2021년,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미국의 1991년을 반추해보면 답이 있지 않을까. 당시 미국에서는 프랜차이즈의 기업화가 활발히 진행됐다. 가맹점을 2개 이상 운영하는 다점포 점주, 즉 메가 프랜차이지(Mega Franchisee)가 잇따라 등장했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많은 가맹점을 운영하는 메가 프랜차이지는 플린레스토랑그룹(FRG)으로 피자헛, 웬디스 등의 가맹점을 무려 2355개나 거느리고 있다. 그리고 지난 9월 초 미국 전역의 메가 프랜차이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연례 최대 행사 MUFC(Multi-Unit Franchising Conference)가 올해 20주년을 맞아 성대하게 열렸다.

매경이코노미는 아시아 언론 최초로 MUFC에 참석,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의 나아갈 길을 가늠해봤다. MUFC 설립자와 미국 전·현직 프랜차이즈협회장을 직접 만나 선진 프랜차이즈 노하우도 들었다.

25만개 vs 26만개 vs 45만개.

한국, 일본, 미국의 프랜차이즈 매장 수다. 일본,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인구가 각각 2배, 6배 이상 많음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포화도가 훨씬 높은 셈이다. 이러니 경제활동인구 대비 자영업자 비율은 미국이 약 6%, 일본 약 10%인 데 반해 한국은 20%에 육박한다.

더 문제는 영세성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국내 자영업자의 평균 창업 비용은 1억200만원. 이 중 본인 부담금은 7500만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약 3000만원은 대출로 조달한 ‘영끌 창업’이다. 반면 미국은 전체 프랜차이즈의 절반 이상(55%)인 약 23만개가 가맹점을 2개 이상 운영하는 다점포 점주, 즉 메가 프랜차이지 소유다. 이들은 대출 외에도 증시 상장, 사모펀드 인수, 본부의 지분 투자 등 다양한 자본 조달 경로를 지녀 경영 위기에도 훨씬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다.

메가 프랜차이지는 위기에 강하다. 미국 메가 프랜차이지 부동의 1위였던 NPC인터내셔널이 지난해 파산하자 이 회사가 운영하던 피자헛, 웬디스 등의 가맹점 1131개를 플린레스토랑그룹이 통째로 인수했다. 이들 매장에서 일하던 수천 명의 직원 고용 승계는 물론, 매장에 납품하던 협력 업체 매출과 일자리 유지, 지역 상권 활성화 효과까지 1석 3조의 효과를 거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먹자골목마다 아우성인 우리나라 자영업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풍경이다. FRG는 현재 미국 전역에서 2355개 매장을 운영하는 ‘세계 최대 가맹점주’가 됐다.

메가 프랜차이지가 지속 성장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미국 프랜차이즈 전문 매체 프랜데이터는 7가지를 꼽는다. 이미 분석을 마친 동일·인근 상권에서 추가 출점하는 ‘지리적 이점(Geography)’, 기존점 성공 사례로 투자자의 신뢰를 얻는 ‘재무적 이점(Financing)’, 성취 경험이 있는 ‘직원과 운영 시스템(Infrastructure)’, 여러 매장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교육·훈련과 근속 효과(Training and Retention)’, 구매력 증가로 인한 비용 절감 등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 다브랜드·다점포 간 ‘공동 마케팅·브랜딩(Co-branding)’ 그리고 여러 프랜차이즈 본부의 노하우를 집대성한 ‘시너지(Synergy)’ 효과 등이다.

국내에서도 메가 프랜차이지가 계속 증가하는 모습이다. 일례로 BBQ는 다점포 운영 사례가 2019년 90개에서 지난해 154개, 올해는 303개(8월 말 기준)로 매년 두 배씩 성장하고 있다. 같은 기간 다점포율(전체 가맹점 중 다점포 비율)도 5.6% → 9% → 17.4%로 껑충 뛰었다. BBQ를 가장 많이 운영하는 다점포 점주는 11개나 거느린다.

박진용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유통학회장)는 “메가 프랜차이지의 가장 큰 강점은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이다. 우리나라도 메가 프랜차이지 산업을 육성하고 매장별 지분 투자, 전문 매니저 양성 시스템도 마련해 외식 산업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됐습니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6호 (2021.09.15~2021.09.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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