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줄어든 '스킨십'.. 위태로운 정신건강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 2021. 9. 1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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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접촉 줄며 외로움·우울함.. "혼자 사는 노인 더 심각"
코로나19로 사람 간 신체접촉이 줄면서 정서적 교감을 나눌 기회 또한 줄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사랑하는 이와의 스킨십은 단순한 신체 접촉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누군가는 스킨십을 통해 친밀감을 느끼며, 누군가는 정서적 공감과 위안을 얻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지난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통제된 상황 속에서 제한적인 친밀감과 공감, 위안만을 나누며 살아왔다. 코로나19 시대 줄어든 스킨십은 몸과 마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마음 진정시키는 스킨십, 치료에도 활용

사랑하는 사람과의 신체 접촉 효과는 이미 의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포옹과 같은 신체접촉은 ‘사랑의 호르몬’인 옥시토신을 분비시켜 마음을 진정시키고 스트레스가 해소되도록 돕는다. 또한 혈압과 함께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 수치를 낮추며, 신경 전달 물질인 아드레날린과 세로토닌을 증가시킨다. 이는 긴장을 풀고 두려움, 외로움 등을 이겨내는 힘이 된다.

영유아나 노인 등이 사랑하는 사람 또는 인형, 반려동물 등과 신체접촉을 통해 적극적으로 정서적 교감을 나눠야 하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특히 이제 막 발달 단계에 접어든 아기의 경우, 부모와 피부를 맞대며 친밀감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와의 포옹이 저체중 아기의 생존 가능성을 3분의 1가량 높이고 뇌의 성장을 돕는다는 해외 연구(미국소아과학회)도 있다. 또한 정신건강의학에서는 트라우마가 있는 환자를 치료할 때 정서적 안정을 느낄 수 있도록 큰 동물 인형이나 손에 쥘 수 있는 인형을 사용하기도 한다. 가천대 정신건강의학과 배승민 교수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좋아하는 상대와 신체접촉을 통해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며 “특히 아이들의 경우 정서적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신체접촉을 통한 상대방과의 교류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사람과 신체접촉이 어려워지면서 ‘소 껴안기’나 ‘양 껴안기’ 등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신체접촉 줄며 외로움·우울함 느낄 수도… “혼자 사는 노인 더 심각”

이렇게나 장점이 많지만,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년 가까이 스킨십을 ‘금기시’하며 살고 있다. 함께 사는 부부나 어린 자녀와 부모, 연인 정도를 제외하면 가벼운 악수, 반가움의 팔짱·포옹도 모두 어려워졌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신체접촉이 정서적 위안과 친밀감을 주고 스트레스를 완화시킨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반대로 우리는 이 같은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살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해외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외로움을 느끼게 된 사람들 사이에서 ‘소 껴안기’와 ‘양 껴안기’ 등과 같이 동물을 껴안으며 위안을 얻는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누군가는 이 같은 신체접촉을 ‘굳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린 아이와 외로운 사람들, 특히 요양병원·시설에 거주하거나 홀로 지내는 노인에게는 악수 한 번, 포옹 한 번이 갖는 의미가 남다르다. 전문가 또한 코로나19 이후 사람과 신체접촉이 줄면서 홀로 지내는 노인들이 느끼는 외로움과 우울함, 불안, 긴장 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창수 교수는 “혼자 사는 노인들의 신체접촉 부족 문제가 심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은 부모와 매일 만나지만, 노인들은 그렇지 않다”며 “복지사나 방문 간호사들이 대신 이 같은 역할을 하고 있으나, 가족과 만나는 것에 비해서는 정서적 교감이나 친밀감 등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물리적 접촉 어려워… ‘교감’에 중점 두고 SNS·메타버스 등 활용”

사람들과 신체접촉이 어려운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지금과 같은 시간이 더욱 길어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사람들과 접촉하고 정서적 교감을 나눠야 할까. 다행히도 신체접촉 없이 정서적 교감을 나눌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한창수 교수는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은 사람 대신 반려견과 정서적 교감을 나누고, 화초를 기르는 사람은 그 과정에서 작게 교감하기도 한다”며 “직접적인 신체접촉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조금 떨어진 상태에서 운동을 한다거나, SNS, 메타버스를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는 등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노력들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교감의 문제”라며 “물리적으로 접촉하려 하기보다, 바뀐 세상에 적응하면서 함께 교감을 나눈다는 것에 의미를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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