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극단선택에 분노..자영업자 65% "文 잘못한다" 최대
“코로나19 때문에 속절없이 시장이 무너지고 있다. ‘어렵다’·‘힘들다’는 말조차 지겨울 정도의 상황이다.”
16일 오전 서울 남대문시장을 찾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상인들이 한 말이다. 한 상인은 “100년 동안 이 시장이 있었는데 지금이 제일 장사가 안된다. 특별 대책을 세워달라”고 했고, 또 다른 상인은 “정부에서 이런저런 혜택이나 지원을 해주고는 있지만, 피부로 느끼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이날 송 대표의 방문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누적된 상인들의 어려움을 직접 듣기 위해 이뤄졌다. 송 대표는 상인들에게 “재난지원금이 소비 진작으로 연결돼야 하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일정을 마친 뒤엔 “명절 경기를 느낄 수 없는 썰렁한 거리가 마음을 아프게 한다”라고 말했다.
잇따른 극단적 선택…자영업자 65%가 “文 잘못한다”
지난 2년간 자영업자들은 ‘K-방역’의 최전선에서 어려움을 감내해왔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19가 확산세를 보일 때마다 영업 제한 조치로 대응했고, 그 결과는 고스란히 자영업자의 손실로 이어졌다.
지난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도 이런 현실이 그대로 담겨있다. 지난달 자영업자 수는 555만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11만2000명이 줄었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30만1000명으로, 2019년보다 23만7000명이 감소했다. “자영업자는 한계 상황”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벼랑 끝에서 버텨내던 자영업자들은 최근 하나둘씩 무너지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23년간 호프집을 운영하던 50대 자영업자는 지난 7일 원룸 보증금을 빼 아르바이트생 월급을 챙겨 준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남 여수의 치킨집 주인(12일), 강원 원주 유흥업소 주인(15일)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전국자영업자비대위는 이들을 추모하기 위한 합동 분향소를 이날 오후 국회 앞에 설치하려다 경찰과 실랑이를 벌였다.
여론조사에서도 자영업자의 분노는 확인된다. 한국갤럽이 지난 7~9일 조사한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에서 자영업자의 65%가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전체 부정평가 비율(52%)보다 13% 포인트나 높았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자영업자의 부정평가 비율은 ‘백신 공급 지연’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4월 20~22일 조사(68%) 이후 최대치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추석 앞두고 대출 만기연장 조치…與 내부서도 “미흡” 평가
자영업자의 불만이 커지면서 민주당은 전날 당·정 협의를 열고, ‘대출 만기연장 및 원리금 상환유예’ 지원을 내년 3월까지 6개월 더 연장하기로 했다. 이자 상환 유예조치만 이뤄질 것이라던 금융권 예측보다 지원 규모가 커진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정부의 대책에 대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시한폭탄 시간을 연장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자영업자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정부의 무책임이 코로나19 바이러스만큼이나 잔인하다”고 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 역시 “이제는 재난지원금 지급을 통한 경기 활성화를 넘어, 무너져 버린 자영업자 한 분 한 분을 어떻게 회생시키는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그런데도 당 내부 논의는 임시방편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단계적 일상 회복을 위한 ‘위드(with) 코로나’ 특위도 출범시켰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고통을 감내하고 계신 국민 여러분을 생각하면, 철저하게 준비해 최대한 빨리 일상을 회복하는 것으로 이 어려움의 터널을 통과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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