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가 온다, 우리는 무엇에 투자해야 할까_돈쓸신잡 #11

김초혜 입력 2021. 9. 16. 15:48 수정 2021. 9. 1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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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달라진 것들.
unsplash
「 1인 가구가 대세 」
어른이 된다는 건 자연스럽게 돈 얘기를 자주 하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삼삼오오 모이면 주식 그리고 부동산 얘기가 나오게 마련이다. 그리고 부동산을 이야기할 때 우리가 궁금한 건 ‘과연 집값이 더 오를 것인가, 내릴 것인가’이다. 집값이 결국 떨어진다고 주장하는 쪽은 인구감소를 그 원인으로 지목한다. 정부는 저출산 대책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고 있지만, 딱히 상황이 개선될 조짐조차 보이지 않는다. 인구감소는 피할 수 없는 미래처럼 보인다. 인구가 줄면, 서울 아파트 수요도 줄어들 것이며 그렇다면 집값은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간과하는 게 있다. 인구는 줄어들지만, 가구 수는 늘어나고 있다. 1인 가구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늘어 이제 30%에 달한다. 앞으로 이 비율은 더 높아질 것이다. ‘나 혼자 사는’ 사는 사람들은 어디에 살까.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인 가구 중 30% 정도가 아파트에 산다. 또한 1인 가구 중 30%가 전세나 월세가 아니라 자가에 산다. 즉, 1인 가구라고 해서 아파트를 원하지 않는 건 아니다. 그들 역시 아파트 대기 수요자들이다. 전체적인 인구가 감소한다고 무조건 집값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란 뜻이다. 1인 가구의 증가는 부동산 시장 외에도 산업 전반을 뒤흔들 거대한 흐름이다. 어떤 산업들이 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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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간편식 시장은 이제 시작 」
서울 서대문에 유명한 김치찜 맛집 ‘한옥집’이 있다. 이 식당은 몇 년 전 이마트와 손잡고 김치찜 즉석식품을 개발했다. 우리는 서대문에 가지 않고 가까운 이마트에 가서도 한옥집의 김치찜을 구매할 수 있다. (물론 식당에서 파는 상품과 맛이 똑같을 순 없겠지만) 이마트가 주력으로 파는 즉석식품 ‘초마짬뽕’ 역시 초마라는 유명한 중국집과 제휴해 만든 상품이다. 광장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인 ‘순희네 빈대떡’ 역시 이마트와 손을 잡고 즉석식품을 만들었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맛집까지 수소문하며 가정간편식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이 시장이 1인 가구의 급증과 함께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다. 가정간편식은 벌서 5조원짜리 시장으로 몸집이 확 불어났다. 이젠 유통업체들은 한옥집, 초마, 순희네 빈대떡처럼 전국구 맛집뿐 아니라 동네 맛집까지 섭외해서 PB 상품을 만드는 중이다. 사실상 식품업체 대부분이 간편식 시장에 진출 중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굽네치킨은 닭가슴살 도시락을 개발했고, 맘스터치는 간편조리 삼계탕을 판매 중이다.

「 예적금 깨고 주식 투자하는 1인 가구 」
KB금융이 지난해 발표한 ‘2020 한국 1인 가구 보고서’는 혼자 사는 사람들에 대한 거의 모든 통계가 담겨 있다. 이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건 1인 가구의 자산 포트폴리오 변화다. 예적금 통장에 들어 있는 돈을 빼서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확 늘어났다. 1인 가구의 주식 자산 비중 확대는 모든 연령대에서 공통점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또한 설문조사 결과 앞으로도 주식 비중을 늘리겠다고 답한 사람이 많았다.

이 보고서는 객관적인 데이터뿐 아니라 1인 가구의 심리까지 설문 조사했다. 자발적으로 1인 가구를 선택한 사람들이 늘면서 이들의 생활 만족도는 매년 상승하는 중이다. 하지만 마냥 만족감만 있는 건 아니다. 조사 결과 경제력, 외로움에 대한 걱정 역시 여전히 높은 편이다. 혼자 산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기르는 것이다. 누군가를 기르려면 돈이 필요하다. 자연스럽게 재테크 마인드에 눈을 뜬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 더 이상 통장에 현금을 쌓아두는 게 아니라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는 것이다. 당연히 이런 흐름이 반가운 건 증권사다. 실제로 올해 국내 증권사들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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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멘탈케어 서비스 수요 급증 」
1인 가구에 대한 우울한 통계도 많다. 지난해 서울시가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혼자 살면서 가장 힘든 점으로 23%가 ‘외로움’을 꼽았다. 1인 가구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자발적으로 처음부터 1인 가구를 선택한 사람도 있겠지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1인 가구가 된 사람도 있다. 이혼, 사별, 경제적 이유 등 제각각 사정으로 많은 사람이 ‘혼자’ 산다. 아직 딱 떨어진 통계가 있는 건 아니지만, 국내외 의학계에선 가족과 함께 사는 사람보다 혼자 사는 사람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에 시달릴 위험이 더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고령자 1인 가구일수록 이런 정신적 고통에 더 취약하다. 실제로 매년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 가운데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신건강 문제 때문이다. 정신 질환 역시 질환의 일종이다. 모든 병이 그렇듯 정신 질환도 초기에 병원을 가서 증세가 더 악화되기 전에 치료해야 한다. 실제로 병원을 찾아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우울증 환자는 최근 5년간 연평균 7%씩 늘고 있다. 환인제약은 정신질환 약품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업이다. 이 기업의 정신질환 의약품 매출액은 지난 10년간 한해도 빠지지도 않고 급성장했다. 다소 우울하지만, 우울증 치료제 시장은 앞으로도 매년 급성장할 것이다. 이건 1인 가구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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