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없이 사흘간 지구 궤도 돈다 "이것이 진짜 우주여행"

문희철 2021. 9. 16.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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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가 15일(현지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크루드래곤 발사에 성공했다. [사진 AP=연합뉴스]


미국 우주개발 업체 스페이스X의 우주선 크루드래곤(Crew Dragon)이 15일(현지시간) 발사에 성공했다. 블루오리진·버진갤럭틱에 이어 사상 세 번째 민간 우주여행이다. 특히 우주 ‘맛보기’가 아니라, 진짜 우주인처럼 우주에서 머물며 일상을 보내는 여행이라는 점에서 ‘본격적인 민간 우주여행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스페이스X가 개발한 우주발사체(팰컨9)를 타고 우주로 날아간 크루드래곤은 앞으로 사흘간 우주에서 머무른다. 고도 360마일(약 570㎞) 상공에서 시속 1만7000마일(약 2만7300㎞)의 속도로 우주를 비행한다.


[뉴스분석] 스페이스X ‘인스퍼레이션4’ 프로젝트 성공


스페이스X가 발사한 크루드래곤은 4인의 민간인을 태우고 3일간 저궤도에서 우주를 관광하게 된다.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주목할 대목은 크루드래곤이 머무르는 곳이 ‘저궤도’라는 점이다. 통상 양력이 사라지는 지구의 끝단(카르만 라인·karman line)을 우주의 시작으로 칭한다. 인류 최초로 민간 우주여행에 성공한 버진 갤럭틱은 엄밀히 말해 우주가 아닌 지구를 여행했다. 고도 100㎞ 상공의 카르만 라인 안쪽(상공 86㎞)에서 비행하다가 내려왔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민간 우주여행에 성공한 블루 오리진은 카르만 라인을 넘어섰다. 상공 106㎞까지 상승했다가 되돌아왔다. 때문에 블루 오리진은 당시 생중계 웹캐스트 방송 제목을 ‘First Human Flight(인류 최초의 여행)’으로 명명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롱우드에서 촬영한 사진. 이날 스페이스 발사한 팔콘9 로켓은 4인의 민간인이 탑승한 크루드래곤 캡슐을 우주로 올려보냈다.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기존의 두 차례 민간 우주여행과 이번 여행의 차이점은 궤도비행 여부다. 우주에서 지구의 관성·중력을 활용해 원·타원 궤적을 그리며 지구 주위를 빙글빙글 도는 비행을 궤도비행이라고 한다.

블루 오리진이 진입했던 준궤도(subrobital)는 궤도비행이 불가능한 지역이다. 비행체가 상승했다가 일정 고도에 다다르자 곧바로 하강했다.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블루 오리진의 비행체가 우주를 잠깐 ‘찍고’ 지구로 돌아온 이유다.

이에 비해 이날 우주로 날아간 크루드래곤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민간인이 민간 우주여행선을 타고 궤도비행에 성공했다. 지구를 도는 인공위성처럼 궤도에 진입해 지구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우주를 감상한다는 뜻이다.

우주 궤도는 크게 저궤도·중궤도·고궤도로 구분한다. 상공 100~2000㎞가 저궤도, 2000~3만5789㎞가 중궤도, 3만5789㎞ 이상이 고궤도다. 지구의 자전 속도와 동일한 속도로 적도를 따라 이동하는 정지궤도 위성의 경우 고궤도에 위치한다.

크루드래곤에 탑승한 민간인들은 이 중 저궤도에서 사흘 동안 머물 예정이다. 지리·국토 정보나 재해 예방 등을 위해 한국이 쏘아 올린 아리랑위성(다목적실용위성)이 저궤도(550㎞)에서 한국을 내려다보고 있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우주탐사그룹장은 “스페이스X의 민간 우주여행 프로젝트는 인공위성이 실제로 궤도운동을 하는 고도까지 올라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민간기업이 주도적으로 자체 개발한 기술 역량을 활용해 민간인들이 국제우주정거장(ISS)·허블우주망원경보다 높은 고도에서 우주를 관광하는 것은 세계 최초”라고 설명했다.


막대한 비용이 숙제…2억 달러 지불


크루드래곤 캡슐에 착석해 우주 관광을 기다리고 있는 4인의 민간인들. [스페이스X 라이브 웹캐스트 캡쳐]
이번 발사가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전문 우주 비행사가 탑승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5개월 동안 몇 가지 훈련을 받고 건강 검진을 받은 민간인 4명이 우주를 여행한다.

미국 전자상거래업체 시프트 포체가 멀츠 최고경영자(CEO)인 제라드아이작먼(38)과 그가 선발한 의사·교수·엔지니어가 탑승했다. 헤일리아르세노(29) 세인트주드 아동병원 전문간호사, 시안 프록터(51) 지구과학자, 크리스 셈브로스키(42) 록히드 마틴 데이터 엔지니어 등이다.

이들 중 2명은 조종사 자격증이 있다. 하지만 실제 우주선 안에서 이들은 우주선 조종에 어떠한 관여도 하지 않는다. 지상에 위치한 비행팀과 시스템이 우주선을 원격으로 조종하기 때문이다.

스페이스X에 따르면, 우주에서 이들은 몇 가지 의료 실험을 한다. ‘미래의 인류가 우주를 비행할 때 인간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잠재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의료 실험’이라고 스페이스X는 설명했다.

제라드 아이작먼 CEO는 외신과 인터뷰에서 “지원자 7만 명 중 3명을 뽑았다”며 “골종양을 이겨내고 간호사의 꿈을 이룬 사람(헤일리아르세노)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 우주비행사 모집에 3번이나 지원했던 과학 강사(시안 프록터), 그리고 이라크전에 참전했던 군인(크리스 셈브로스키)이 이번 여행을 통해 ‘모든 것은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류가 세 차례 민간 우주여행에 성공했지만, 상용화까지는 갈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이작먼 CEO는 4개의 우주여행 티켓 비용으로 스페이스X에 지불한 금액은 2억 달러(약 2300억원)다. 그는 우주관광 이후 아동 암전문병원에 1억 달러(약 1200억원)를 추가로 기부할 예정이다. 버진갤럭틱은 티켓 값이 약 25만 달러(약 2억9000만원)였고, 블루오리진은 경매 방식으로 티켓을 판매한 결과 2800만 달러(약 327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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