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라디오를 켜고②] "한계 분명하다"던 라디오의 생존 비결

박정선 2021. 9. 1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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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의 한계는 분명하다는 말은 수도 없이 들어왔다.

여전히 그 본질이 살아있는 한 라디오의 '종말'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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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틀면 나오는 수도꼭지와 같아"
"청각 매체? 보고, 듣고, 읽을 수 있는 매체로 진화"

#35세 직장인 김씨는 어린 시절 공테이프를 세팅하고 라디오를 즐겼다.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테이프에 녹음하기 위함이었다. 있는 손재주, 없는 손재주를 모두 동원해 엽서를 꾸며 사연을 보내는 것은 일종의 취미생활이었다. 김씨는 “20대 시절엔 라디오를 거의 듣지 못했는데, 몇 년 전부터 출퇴근길 운전을 하면서 라디오를 다시 듣게 됐다”며 “얼마 전엔 가수 이지혜 씨가 진행하는 라디오에 전화연결이 됐는데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 이후론 유튜브로 라디오 영상을 찾아보고, 팟캐스트로 지난 방송을 틀어놓고 집안일을 하는 게 일상이 됐다고도 전했다.


ⓒSBS라디오 홈페이지

라디오의 한계는 분명하다는 말은 수도 없이 들어왔다. 틀린 말은 아니다. 청각에만 의존해야 하는 라디오라면 말이다. 그러나 이미 방송사들은 이 한계를 넘은 지 오래다. 단순히 ‘듣는’ 것을 넘어 ‘보는’ 라디오를 만들고, 굳이 라디오 기기를 소유하지 않았더라도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고 있다.


라디오의 본질은 좋은 오디오 콘텐츠를 청취자의 귀에 가장 편리한 방법으로 전달하는 일이다. 여전히 그 본질이 살아있는 한 라디오의 ‘종말’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실시간으로 방송되는 라디오의 ‘쌍방향성’은 과거보다 훨씬 수월해졌다. 청취자들은 실시간으로 방송된 내용의 오류를 지적하기도 하고, 진행자의 코멘트에 대한 의견을 실시간 채팅으로 보내기도 한다.


SBS라디오 편성기획팀 남중권 차장은 “이제 라디오는 ‘틀면 나오는 수도꼭지’와도 같다. 모바일이 나오면서 스마트앱을 만들고, 유튜브의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유튜브로도 라디오를 즐길 수 있다. 또 AI 기술 발전에 따라 스마트 스피커에도 라디오가 들어가 있다”면서 “이처럼 라디오는 ‘들을 방법’이 없어서 위기를 맞았지만, 오히려 그 위기를 영리하게 넘어선 케이스”라고 말한다.


MBC라디오 김현수 편성기획부장도 “이제 더 이상 라디오를 청각 매체로만 인식하는 것은 과거의 틀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유튜브로 송출이 되기도 하고, 부분적으로는 텍스트로 송출되기도 한다. 인터넷 포털 등에 방송사 시사프로그램 전문 기사가 그 예다. 이와 같이 라디오는 보고, 듣고, 읽을 수 있는 매체로 진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SBS고릴라, MBC미니, KBS콩

특히 최근 팟캐스트, 오디오 드라마 등 오디오 콘텐츠들의 인기가 MZ세대를 중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건, 라디오 채널에도 긍정적인 신호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옷을 입은 오디오 콘텐츠들은 이전의 라디오 마니아들은 물론 뉴미디어 세대까지 불러들이고 있다. 이는 듣는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향후 오디오가 문자(페이스북·트위터)나 영상(유튜브)을 대신하는 주요한 소통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팟캐스트 산업은 올해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시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딜로이트는 2020년 10억달러 규모였던 전 세계 팟캐스트 시장이 2025년엔 33억달러로 5년 만에 3.3배가 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김 부장은 “라디오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무료 보편적인 서비스의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오디오콘텐츠는 ‘협송’(Narrowcasting)의 개념에 해당한다. 특정 대상을 향한 특정 소재의 방송이 가능하다. 이미 우리나라 미디어 환경은 방송에서 협송으로 변하고 있다. 유튜브가 대세를 이루고, 각종 SNS 방송이 활기를 띠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면서 “라디오 방송도 그에 따라 클릭 이동을 하고 있다. 지상파 채널을 통해서는 방송을 하고 있지만 유튜브, 오디오클립, 팟캐스트 등의 플랫폼을 통하여 새로운 오디오콘텐츠를 제작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더구나 라디오의 경우는 사회적 이슈나 현상에 대한 공론과 토론의 장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점도 다른 매체들과는 차별이 가능하다. 김 부장은 “라디오는 기술적 편의, 소비자와의 소통 채널 등의 면에서 다른 매체보다 현장성, 신속성 등이 강하다. 이런 특성을 토대로 다양한 이슈에 대한 공론을 전개할 수 있다. 가장 민주주의적인 미디어가 라디오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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