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라디오를 켜고①] 끈질기게 살아남은 '90년' 역사

박정선 2021. 9. 1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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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등장한 두 노래는 라디오의 특성을 가사에 고스란히 담고 있다.

더 버글스는 볼거리가 쏟아지는 시대에서 청각에 의존해 있는 라디오의 한계점을 직설적으로 후렴구에 수차례 되풀이한다.

MBC라디오 김현수 편성기획부장 역시 "과거 지상파 TV와 라디오만 존재하던 방송 환경에서 케이블TV, 인터넷방송, 종편이 차례차례 등장했을 때도 일부에서는 '라디오의 위기'를 말해왔다. OTT 시대에도 마찬가지"라면서 "그러나 라디오는 소멸되지 않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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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의 종말'은 없었다
시대에 맞는 변주로 청취자 만족감 높여

“피곤이 몰아치는 기나긴 오후 지나 / 집으로 달려가는 마음은 어떠한 가 / 지하철 기다리며 들리는 음악은 지루한 하루건너 내일을 생각하네 / 대문을 활짝 열고 노래를 불러보니 / 어느새 피곤마저 사라져 버렸네 / 크게 라디오를 켜고 함께 따라 해요 / 크게 라디오를 켜고 함께 노래해요” - 시나위 ‘크게 라디오를 켜고’(1986)


“Video killed the radio star / Video killed the radio star / In my mind and in my car / We can't rewind we've gone too far / Pictures came and broke your heart / Put the blame on VCR” - 더 버글스(The Buggles) ‘비디오 킬드 더 라디오 스타’(1980)


ⓒ영화 '라디오스타' 스틸컷

1980년대 등장한 두 노래는 라디오의 특성을 가사에 고스란히 담고 있다. 더 버글스는 볼거리가 쏟아지는 시대에서 청각에 의존해 있는 라디오의 한계점을 직설적으로 후렴구에 수차례 되풀이한다. 그러나 시나위는 여전히 라디오가 우리 일상에 얼마나 가까이 스며들어 있는지를 노래한다.


우리나라 라디오 방송의 역사는 무려 90여년 간 이어지고 있다. 1895년 이탈리아에서 발명된 후 1927년 경성방송국을 통해 전파를 탄 것이 우리나라 라디오 방송의 시작이었다. 영상매체의 등장으로 라디오는 ‘구닥다리’라는 오명을 써야했고, 새로운 매체가 등장할 때마다 꾸준히 ‘라디오의 종말’을 부추기는 목소리들도 이어졌다. 그러나 라디오만큼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매체가 또 있을까.


인터넷 기술의 발달 이후에도 전문가들은 라디오의 사망을 예견한 바 있다. 그러나 라디오는 당연히 건재하고, 오히려 인터넷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고유한 특징인 매체와 사용자의 쌍방향성이 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참가에 제한적이었던 손 편지를 대신해 라디오에 대한 청취자들의 참여도를 높이는 데 일조한 것이다. 그 당시 MBC ‘미니’, SBS ‘고릴라’, KBS ‘콩’이라는 인터넷 라디오 플레이어가 탄생했다.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계포털 조사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이내 라디오 프로그램 청취 경험을 조사한 결과 라디오 청취 경험이 있다고 답한 조사자는 10년 전인 2011년 29.2%와 비교해도 가장 최근 조사 시점인 지난해 기준 23.1%로 큰 차이가 없다.


물론 과거의 형태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면, 많은 이들이 예견했던 것처럼 라디오가 종말을 맞았을 것이다. 하지만 라디오는 본질인 소통과 교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이를 바탕에 두고 시대에 맞는 변주를 통해 지금까지 청취자들의 귀를 만족시키고 있다.


SBS라디오 편성기획팀 남중권 차장은 “라디오국에서 일한지 17년이 됐다”면서 “당시 ‘라디오는 망했다’는 말이 있어서 ‘아, 부서 잘못 들어왔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지금이 더 전성기”라고 말했다.


MBC라디오 김현수 편성기획부장 역시 “과거 지상파 TV와 라디오만 존재하던 방송 환경에서 케이블TV, 인터넷방송, 종편이 차례차례 등장했을 때도 일부에서는 ‘라디오의 위기’를 말해왔다. OTT 시대에도 마찬가지”라면서 “그러나 라디오는 소멸되지 않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부장은 또 “라디오는 보완재의 성격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플랫폼 속에서 제로섬의 관계가 아니라 공존의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큰 편”이라며 “지금의 라디오 방송은 과거의 것과 형식과 내용, 기술적 측면에서 진일보했다. 편지는 인터넷 사연으로, 보이는 라디오는 유튜브로, 릴 테이프는 테이프리스 시스템 등으로 바뀌었다. 기술의 발전은 영상매체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라디오에도 영향을 주었고, 라디오 스스로 적극적으로 변화에 조응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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