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호 MVP 독주론에 제동 건 미란다
올 시즌 초부터 KBO리그 MVP(최우수선수) 후보 1순위로 강백호(22·KT 위즈)가 거론됐다. 그런데 최근 아리엘 미란다(32·두산 베어스)가 강백호 독주에 제동을 걸었다.
강백호는 전반기에 가장 뜨거운 타자였다. 꿈의 기록인 타율 4할을 넘나들고, 200안타 페이스였다. 그런데 도쿄올림픽을 다녀온 후반기에는 전반기처럼 무시무시한 화력을 자랑하지 못했다. 지난달 월간 타율 0.318로 다소 떨어지면서 4할 타율에서 멀어지고 있다. 15일 기준 타율 0.374다.
당연히 안타도 줄었다. 전반기에는 75경기에서 107안타를 쳤다. 경기당 평균 1.42개로, 산술적으로 약 204안타가 기대됐다. 그러나 후반기 29경기에서 34안타를 치면서, 경기당 평균 0.85개로 떨어졌다. 이 페이스라면 남은 경기에서 안타 30여개를 추가할 수 있다. 현재 141안타를 치고 있어서 200안타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 사이 미란다가 투수 주요 지표를 평정하면서 MVP를 넘보고 있다. 시즌 초반 제구에 물음표가 달렸던 모습은 사라졌다. 미란다는 평균자책점 2.36, 탈삼진 172개로 1위에 올라있다. 평균자책점은 백정현(삼성 라이온즈)이 앞섰지만, 지난 5일 두산전에서 5이닝 5실점으로 부진하면서 평균자책점이 2.63으로 올라갔다. 미란다는 지난 1일 KIA전에서 9이닝 무실점으로 평균자책점으로 2.38로 낮췄다. 이후에도 2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미란다는 탈삼진은 압도적이다. 2위 윌머 폰트(SSG 랜더스·139개), 3위 라이언 카펜터(한화 이글스·137개)와 30여개 이상 차이가 난다. 경기당 평균 7.8개 삼진을 잡고 있다. 앞으로 8경기 정도 선발로 더 나올 수 있어서 탈삼진을 60여개 더 기록할 수 있다. 그러면 한 시즌에 230개가 넘는 삼진을 잡게 된다. 고(故) 최동원이 1984년 기록한 역대 한 시즌 최다 탈삼진 223개를 뛰어넘을 수 있다.
미란다는 12승을 올려 다승 부문은 2위다. 다승 1위는 에릭 요키시(키움 히어로즈·13승)다. 최근 두산이 5강 경쟁에 뛰어들면서 타자들의 방망이가 강해졌다. 미란다가 계속 꾸준한 투구를 보여준다면 승수도 따라잡을 수 있다.
미란다가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타이틀을 모두 따내면 트리플 크라운을 작성한다. KBO리그 사상 이 기록은 3명만 세웠다. 선동열 전 감독이 1986년, 1989년 두 번 기록했고,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 2006년, 윤석민(은퇴)이 2011년에 달성했다. 미란다는 10년 만에 KBO리그 5번째 트리플 크라운에 도전하고 있다. 만약 달성한다면 외국인 선수로는 최초다. 또 MVP에도 가까워진다. 트리플 크라운을 작성했던 선동열, 류현진, 윤석민 모두 해당 시즌에 MVP가 됐다.
미란다는 "시즌 초반 적응을 잘하지 못해 힘들었지만 이제는 괜찮다. 여러 부문에서 타이틀 경쟁을 하고 있어서 더 열심히 하고 있다. 최대한 긴 이닝을 던지며, 최소 실점으로 경기를 막는 것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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