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신용사면' 선의의 피해자 없어야

이광호 2021. 9. 16. 11:1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다음 달 초 코로나19 탓에 빚의 굴레에 갇혀 있던 서민들이 정부의 '신용사면'을 받는다.

문 대통령은 지난 달 31일 고승범 금융위원장 임명장 수여식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연체자들의 신용사면과 관련해 200만명이 넘는 대상자들이 빠짐없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를 철저히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다음 달 초 코로나19 탓에 빚의 굴레에 갇혀 있던 서민들이 정부의 ‘신용사면’을 받는다.

지난해 1월부터 이달 31일까지 2000만원 이하의 대출금을 연체했더라도 올해 12월31일까지 성실히 전액 상환하는 개인과 개인 사업자들이 대상이다.

금융권은 연체이력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신용평가사의 신용평가에도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혜택을 받는 이들은 약 230만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번 지원은 지난 7월 민생경제장관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서민 신용회복 지원방안을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신용등급이 낮고 소득이 낮은 국민을 위한 정책금융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득이 채무를 제때 갚지 못하는 분들에 대한 신용회복 방안도 신속히 마련해달라"고 정책서민금융 확대를 지시했다.

이에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은 전 금융업권 유관 협회와 중앙회, 한국신용정보원, 6개 신용정보회사 등 총 20개 기관과 간담회를 갖고 신용회복 지원 프로그램 등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확정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달 31일 고승범 금융위원장 임명장 수여식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연체자들의 신용사면과 관련해 200만명이 넘는 대상자들이 빠짐없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를 철저히 해 달라"고 당부했다.

고 위원장은 “금융시장 안정 등 맡은 바 소임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이후 고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일 금융지주 회장들과 회동한 후 기자들과 만나 “신용사면은 예정대로 10월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둘째주인 12일이 유력하다.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에 일시적인 자금난으로 연체가 생겨나는 건 불가피한 일이다. 금융당국이 구제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당연한 의무다.

다만 신용회복 지원을 통한 재기지원 방안은 환영할 일이지만, 신용원칙을 허물고 금융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금융업의 본질을 훼손하는 일이다.

성실하게 빚을 제때 갚은 사람이 높은 신용등급을 받는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의 대상이 되는 개인과 개인사업자는 연체이력에 있어서 점수가 낮게 나와야 하는데, 그게 반영되지 않아 신용점수가 되레 높아질 전망이다.

금융권은 약 200만명의 신용점수(NICE 기준)가 평균 670점에서 704점으로 34점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12만명은 신용회복 지원 이후에 신용카드 발급 기준 최저 신용점수(NICE 680점)를 충족해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추가로 13만명은 은행업권 신규 대출자 평균 신용점수(NICE 866점)를 넘게 돼 대출 한도가 늘어나거나 대출금리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은 신용이다. 신용의 정도에 따라 차별을 받아야 하는데, 이런 원칙이 무너지면 금융 전반의 신뢰가 흔들린다.

더욱이 이러한 지원방식이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의 신용회복 지원이나 박근혜 정부의 채무 탕감 지원 사례처럼 ‘버티면 탕감해준다’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가져올 수 있다.

원칙 없는 금융지원을 반복하면 ‘정치 금융’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대선을 앞둔 상환에서는 더욱 그렇다. 매출 하락에도 불구하고 따박따박 은행 빚부터 갚아온 차주, 보험을 깨 대출이자를 상환한 차주, 빚을 갚기 위해 빚을 낸 차주 등 악조건에서도 성실시 대출 이자를 갚으며 신용도를 지켜온 차주들에겐 역차별로 느껴지지 않기를 바란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