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데이터 3법 시대..역행하는 건보공단

오현길 2021. 9. 16. 10:5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데이터 3법' 시대에 발맞춰 공공 의료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했던 보험사들이 엉거주춤하게 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제공 심의위원회가 최근 보험사 5곳의 공공의료데이터 제공요청을 모두 거절하면서다.

불과 두 달 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데이터 경제 활성화 등 법 취지에 따라 특별한 사유 없이 공공데이터 신청 및 제공을 거부할 수 없다"면서 보험사에 정보제공을 허용한 것과 정반대 결론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데이터 3법’ 시대에 발맞춰 공공 의료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했던 보험사들이 엉거주춤하게 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제공 심의위원회가 최근 보험사 5곳의 공공의료데이터 제공요청을 모두 거절하면서다.

불과 두 달 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데이터 경제 활성화 등 법 취지에 따라 특별한 사유 없이 공공데이터 신청 및 제공을 거부할 수 없다"면서 보험사에 정보제공을 허용한 것과 정반대 결론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건보 심의과정을 살펴보면 크게 과학적 연구기준을 준수하지 못하며, 자료제공 최소화 원칙에도 어긋나 데이터를 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심의위는 보험사가 데이터를 가지고 자체적으로 산출한 값을 객관적 검증없이 상품 개발에 사용하면 자의적으로 해석할 것이라며, 연구결과를 학술지에 투고하는 등 과학적 검증절차를 수행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예를 들어 건강검진 데이터를 활용해 심혈관 질환 발생률을 받아가서 심혈관 관련 보험상품을 개발하면, 그 결과를 만천하에 공개해서 검증하라는 것이다. 쉽게 말해 영업비밀을 내놓으라는 얘기로, 보험업계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이다. 반면, 심평원은 "과학적 연구는 새로운 기술·제품·서비스의 연구 개발 등 산업적 목적의 연구를 포함한다"며 폭넓게 해석했다.

보험사들은 이미 보험상품에 대한 검증과정도 거치고 있다. 보험사가 신상품을 개발하면 곧바로 판매할 수 없다. 보험개발원에 보험요율을 검증하는 절차를 거쳐야하고, 금융감독원에 판매 신고 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절차가 비과학적이라고 판단한 이유가 궁금하다.

연구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할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보험을 팔아야하는 즉, 소비자로 부터 선택을 받아야 하는 보험사 입장에서 엉터리 상품을 내놓을 여지는 낮을 수 밖에 없다.

심의위는 아울러 자료제공 최소화 원칙에 따라 데이터 제공을 거부했다. 그동안 보험사들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질병발생률이나 유병률 등을 받아간 만큼, 연구용 가명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 의료데이터 활용이 어려워지면서 우회적으로 활용했던 정보공개청구를 이유로 정보를 줄 수 없다는 ‘인과(因果)’를 뒤바꾼 주장인 셈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해외에서는 의료데이터를 활용한 상품, 서비스 개발이 한창이다. 가명정보의 이용과 제공을 장려하는 데이터 3법에 역행하는 건보공단의 결정이 더 아쉬운 부분이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