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멸을 주고받는 사회.. '교실'부터 변해야 한다
[우진아 기자]
▲ '삶을 위한 수업' 책 표지, 마르쿠스 베른센 (지은이),오연호 (편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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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삶을 위한 수업>에서 덴마크의 수업 이야기를 읽고 나니 행복한 그 나라가 매우 부러워졌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할까? 아니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들일까 궁금해졌다.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장악 관련 뉴스를 보다가 댓글을 보고 경악했다. 사실 뉴스 댓글을 보고 경악하는 건 이번이 특별한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포털 사이트나 유튜브 댓글을 보며 늘 놀란다. 내가 느끼기엔 삶의 여유가 부족한 사람들, 남을 깎아내리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들, 늘 비난과 비판을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전투구도 이런 이전투구도 없다. 얼마 전에는 여경이 업무 시간에 주차 연습을 한 것 두고 사람들이 떼로 달려들어 비난을 퍼부었다. 힘든 사람들이 참 많구나 싶었다.
몇 년 전에 김찬호 교수의 <모멸감>이란 책을 봤다. 인터넷 악플 대 선플 비율이 네덜란드는 1:9, 일본은 1:4, 우리나라는 4:1이라는 통계가 있었다. 이런 통계의 신뢰성을 의심하고 부정하는 사람들도 많다. 나도 자세히 알아본 건 아니지만 굳이 불신하지 않을 정도로 현실에서 늘 체감하는 일이다. 타인을 비하하고 모멸하는 사람들, 다른 사람들의 흠을 잡지 못해 안달난 사람들을 살면서 참 많이 만났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더욱 <삶을 위한 수업>이 반가웠다. 어쩌면 이런 현실을 바꿀 수 있도록 교육이 힘을 발휘할 수도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작은 학교에 오래 근무했었던 나는 이 책의 사례처럼 실제로 자율성을 보장받고 학생 주도성 수업(프로젝트) 수업을 이끌어보기도 했다.
무조건 교과서만 공부하는 지식 암기 위주의, 책 속 헬레 호우키에르 선생님이 말하는 앵무새 시험에서 벗어나 학생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발휘하여 수업을 만들어나가는 그 과정이 무척 흥미롭고 즐거웠다. 함께 학교폭력예방 동화를 만들었던 수업, 우리 학교를 소개하는 영상을 만든 수업, 드라마를 이용해 삶의 가치관을 찾는 수업 등 작년 한해 아이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참 행복했다고 느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불안은 책의 제목처럼 <삶을 위한 수업>이 이루어지려면 교사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덴마크는 행복지수 1위로 알려진 복지국가이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제반 여건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나라에서 삶을 위한 수업을 해보겠다고 시도했을 때 여러 민원이 들어오거나 사회적 비판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 예로 혁신학교에 대한 비난을 들 수 있다. 무엇보다 대학입시에 대한 불안과 맹목적인 경쟁 분위기가 여러 시도를 가로막는다.
결국 교사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교육에 대한 꾸준한 신뢰 회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학부모의 불안을 해소하고 인생에 꼭 한 가지 길만 있지 않다는 것, 다양한 삶의 경로를 존중하고 뒷받침될 수 있도록 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 그것이 진정 우리가 삶을 위한 수업을 해내 갈 수 있는 디딤돌이 되어주리라 믿는다. 그를 위해서는 학교 교육뿐만 아니라 부모 교육, 평생 교육 등 다양한 삶의 전반에서 시민의식이 회복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는 나쁜 경쟁과 좋은 경쟁에 대한 정의가 나온다. 나쁜 경쟁은 오로지 공부를 잘하는 학생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이고 좋은 경쟁은 모든 학생에게 동기를 불러일으키고 뒤처진 학생도 잘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 온 국민이 나쁜 경쟁으로 서로를 폄하하고 비난하는 데 에너지를 쓰기보다 다 함께 좋은 경쟁으로 더 나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함께 공존하며 발전해나갔으면 좋겠다. 그를 위해 나 또한 학교에서 학생들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연구하고 부단히 매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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