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팀도 이길 수 있지만, 어느 팀에도 질 수 있는 전북 

이종현 기자 2021. 9. 1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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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식 전북현대 감독.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전주] 이종현 기자= 전북현대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8강에 진출했지만 진지하게 부진한 경기력을 곱씹고 내부 진단을 해야 할 때다.


15일 오후 5시 30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1 ACL 16강전에서 전북이 BG빠툼유나이티드(태국)와 팽팽한 경기를 펼쳤다. 정규시간은 1-1로 비겼는데 연장전에 이은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겨 8강에 올랐다. 수문장 송범근이 빠툼 키커의 슛을 두 차례 막았다.


14일 경기 하루 전 비대면 기자회견에서 김상식 감독은 "방심하지 않겠다"라는 말을 했다. 김 감독에게 빠툼전에 대한 각오를 질문한 미디어도, 답변한 김 감독도 서로 객관적 전력이나 상황이 빠툼보다 더 낫다는 걸 인정한 채 경기했다. 또 전북 구단은 경기 당일 공식 소셜미디어에 올린 매치데이 포스터에도 '방심은 없다. 지금부터 다시 전심전력!'이라는 문구를 썼다.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16강에 진출한 빠툼은 코로나19 방역 문제로 아우렐리오 비드마르 감독이 원정길에 동행하지 못했고 수라차이 자투라파타라퐁 감독 대행이 팀을 이끄는 변수도 있었다. 수라차이 대행은 비대면 기자회견에서 "서류와 백신 문제로 제대로 된 선수 구성을 하지 못했다"며 코로나 시대 원정길에 대한 어려움을 드러냈다. 


전북은 빠툼이 내려설 것을 알았고, 이 상황을 예상해 전반전 초반부터 점유율을 높여 경기했다. 하지만 시즌 대부분 잘 작동하지 않았던 중앙 미드필더의 빌드업 공격이 '텐백'이 예상된 빠툼전에 잘 작동할 가능성은 적었다. 김 감독은 전술 실패를 인정한 듯 전반전 29분 만에 김승대와 쿠니모토를 불러들이고 구스타보와 송민규를 투입했다. 장신 공격수 구스타보와 일류첸코 '트윈타워'가 형성됐지만 전북은 측면에서 크로스보다 여전히 패스를 통해 만드는 플레이에 집중했다. 


이러한 공격 기조는 전후반 내내 이어졌는데, 전북이 연장전을 포함한 120분 동안 득점을 완성한 건 코너킥에서 만든 구스타보의 헤더 득점이 유일했다. 전북은 빠툼과의 경기에서뿐만 아니라 최근 정상적인 빌드업 과정으로 득점하는 경우가 부족했다. 


이번 시즌 전북은 좀처럼 경기력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들쭉날쭉한 경우가 많은데, 개막 이후 11라운드까지 모든 팀들을 상대했을 때 8승 3무로 무패 선두였다. 그러나 12라운드 강원FC와 경기부터 19라운드 인천유나이티드전 그리고 K3(3부) 양주시민구단과의 FA컵 16강 경기까지 7경기 무승(4무 3패)로 시즌 첫 고비를 맞았다. 전북은 15라운드 성남FC전 5-1 대승과 ACL 조별리그 H조 5승 1무 선전으로 이겨내는 듯했다. 그러나 성남은 이번 시즌 내내 수비 고민이 있는 팀이었고 코로나 방역을 위해 단 기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모여 조별리그 6경기를 2~3일 간격으로 치른 건 약팀보다는 선수층이 두터운 강팀에 유리한 일정이다. 전북은 치앙라이유나이티드, 감바오사카, 탬파인스로버스와 맞대결에서 거둔 좋은 성적(5승 1무)에는 허수가 있었던 셈이다.


최근 전북은 한 경기 걸러 급격한 경기력 기복이 나타나고 있다. 단적으로 27라운드 홈에서 포항스틸러스를 2-0으로 꺾은 전북은 불과 일주일 뒤 팀 벤투 차출로 에이스 강상우를 잃은 포항에 0-1로 졌다. 16라운드 FC서울과 순연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득점으로 4-3으로 이겼을 땐 팀의 응집력이 나오는 듯했으나 이어진 울산현대 원정에서는 철저한 약자 신세가 됐다. 전북은 울산에 16개의 슈팅을 허용하고 단 6번의 슈팅을 기록했고 이날 센터백 홍정호가 가장 주목을 받았을 정도로 수세에 몰리는 경기였다. 


질 경기를 비기고 비길 경기도 이기는 전북의 위닝 멘털리티 일명 '전북다움'은 팀이 가진 가장 큰 자산 중 하나였다. 그러나 최근 전북의 경기력은 종잡을 수 없다. 울산을 이길 수도 있지만 어느  리그 최하위팀에도 고전하는 현실이다.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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