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20HD' 주권, 불펜 투수 편견를 깨뜨리다

안희수 2021. 9. 16.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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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KT 위즈의 경기가 22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KT 투수 주권이 7회 김민수에 이어 등판 역투하고 있다. 수원=정시종 기자 jung.sichong@joongang.co.kr /2021.06.22.

KT '셋업맨' 주권(26)이 불펜 투수를 향한 편견을 깨뜨렸다.

주권은 지난 14일 잠실 두산전에서 소속팀 KT가 4-3으로 앞선 7회 말 등판, ⅔이닝 동안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하며 홀드 1개를 추가했다. 올 시즌 개인 20호 홀드. 주권은 2019시즌 25홀드, 2020시즌 31홀드를 기록했다. 안지만(은퇴)에 이어 역대 2번째로 3년 연속 20홀드를 달성했다.

세이브 부문에서 역대 최다 연속 시즌 20세이브 기록은 구대성과 손승락(이상 은퇴)이 기록한 7년이다. 3년 연속 20홀드가 이에 비하면 초라해 보일 수 있지만 주권의 기록은 재조명할 가치가 있다. 셋업맨은 마무리 투수보다 체력 관리가 어렵고 부상 위험이 큰데도 꾸준히 좋은 기량을 유지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마무리를 제외한 불펜 투수들은 등판이 불규칙하다. 매 경기 출격 대기다. 연습 투구 뒤 등판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주축 불펜 투수들은 보통 한 시즌에 60경기 이상 등판한다. 이런 행보가 몇 년씩 이어지면 어깨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144경기 체제가 시작된 2015년 이후, 3년 연속 70경기(한 시즌 기준) 이상 등판한 투수는 한 명도 없었다.

기량 유지도 어렵다. 2015시즌 이후 홀드왕 2연패를 해낸 불펜 투수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2018시즌 1위 오현택(롯데), 2019시즌 1위 김상수(SSG)는 다음 시즌에 성적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투수 출신 이강철 KT 감독은 "2시즌 연속 좋은 페이스를 유지하는 불펜 투수는 드물다. 메이저리그(MLB)에서도 관련 분석이 있더라. 우리 팀이 비시즌 동안 1군에서 경쟁력을 갖춘 불펜 투수 확보에 집중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주권은 '셋업맨은 롱런이 어렵다'는 편견을 지우고 있다. 지난해 홀드왕 주권은 올 시즌도 이 부문 공동 1위(14일 기준)다. 몸 상태도 문제가 없다. KT가 치른 105경기 중 49경기에 등판했다. 144경기 체제 최초로 3년(2019~21시즌) 연속 70경기 이상 등판한 투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주권도 위기는 있었다. 지난 1월 연봉 협상에서 팀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조정위원회는 2억5000만원을 요구한 주권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심리적 부담이 있었는지 시즌 초반 부진했다. 4월 등판한 9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43에 그쳤다. 5월까지 따낸 홀드는 5개뿐이었고, 블론세이브는 2개를 기록했다.

주권은 이후 제 모습을 찾았다. 주무기 체인지업이 한층 날카로워졌다. 6월에만 홀드 15개를 기록하며 KT의 1위 도약을 이끌었다. 상대적으로 약했던 오른손 타자와의 승부도 나아지고 있다. 지난해 0.247이었던 피안타율은 올해 전반기 기준으로 0.162였다.

주권은 3년 연속 20홀드를 달성한 뒤 "처음에는 기록을 잘 신경 쓰지 않았다. 이제는 (리그 홀드 부문) 순위도 찾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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