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광하는' 지구..위성이 찍은 빛공해, 25년간 최대 270% 급증
1992~2017년 사이 25년 동안 인류의 인공조명에 지구 빛 공해(Light pollution)가 49%나 상승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더욱이 일부 발광 다이오드(LED) 조명에서 나오는 빛은 인공위성 관측에서 잡아내지 못해 실제 빛 공해는 270%까지 늘어났을 가능성도 있다.
영국 엑스터대학과 스페인 마드리드 콤플루텐세 대학 소속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원격탐사(remote sensing)'에 게재한 논문에서 "인공위성 관측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1992~2017년 사이 전 세계에서 평균적으로 빛 공해가 49%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미국의 국방 기상 위성(DMSP-OLS)에서 1992년부터 측정한 빛 공해 데이터를 활용했고, 2011년 이후에는 미국 우주항공국(NASA)과 해양대기국(NOAA)가 운영하는 수오미 극궤도 위성의 관측 자료를 활용했다.
인공위성에서 감지하는 인공조명은 가려지지 않은 실외 조명에서 직접 하늘로 방출되는 빛뿐만 아니라 지상과 건물·초목에서 반사된 빛, 대기 중에서 산란하는 빛 등이 혼합된 것이다.
연구팀은 이들 인공위성에서 얻은 관측 자료에 대해 광도(光度) 보정했고, 이를 바탕으로 방출되는 빛 에너지의 양을 산출했다.
분석 결과, 위성에서 탐지 가능한 빛은 1992~2017년까지 전 세계에서 거의 일정한 비율로 꾸준히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대륙별로는 아시아와 남미, 아프리카에서 지속해서 빛 공해가 증가했다.
이에 비해 유럽은 2010년까지 증가한 이후 안정 상태를 보였고, 북미 지역은 2000년까지 증가하다가 10여 년 동안 변함없었고, 2010년 이후에는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유럽과 북미에서 조명 강도가 안정 상태를 보이거나 줄어든 것은 청색이 풍부한 LED로 빛의 스펙트럼 분포가 이동하면서 빛 공해 증가 효과를 가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DMSP-OLS 센서의 경우 500 nm(나노미터, 1nm=10억분의 1m) 미만의 파장을 가진 가시광선에 대해서는 감지를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백색 인광체 기반의 LED 조명은 일반적으로 약 465nm에서 가장 강한 빛을 방출한다.
실외 조명이 고압 나트륨과 같은 조명이 LED로 교체될 경우 방출된 빛이 위성에서 감지되지 않게 된다.
더욱이 조명이 밝은 도시지역이나 산업 지역에서는 DMSP-OLS 센서가 포화 상태에 도달하는 경우가 많고, 이렇게 되면 빛 공해가 증가해도 감지가 불가능하다.
연구팀은 "LED의 보급 추세를 고려하면 1992~2017년 사이 전체 가시광선 빛 공해의 실제 증가율은 전 세계적으로 270%까지 높아질 수 있고, 특정 지역의 경우 400%에 이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국가 중에는 빛 공해가 뚜렷이 감소하거나 증가한 사례도 있는데, 이는 분쟁 발생이나 종식과 관련이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나이지리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예멘은 모두 분석 기간에 조명 방출 전력이 현저하게 감소했다.
반면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 소말리아, 앙골라, 모잠비크 등은 분쟁이 해결되면서 빛 공해가 증가했다.
나이지리아와 우즈베키스탄의 감소는 상당 부분 석유 채굴이 쇠퇴하면서 빛 방출이 줄어든 탓이라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연구팀은 "LED 등 조명 기술이 발전하면서 조명에 들어가는 에너지 소비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으나 실제 소비 감소로 이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조명 사용이 늘어나면서 빛 공해가 문제가 더 심해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빛 공해는 오랫동안 별을 관측하는 천문학자의 관심사였으나, 최근에는 공중 보건과 자연 생태계에 대한 새로운 위협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빛 공해는 사람의 24시간 주기 리듬을 무너뜨리고 암 발생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포유류의 번식을 방해하고, 곤충이 밤에도 깨어 있게 하는 등 야생 동식물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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