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89) 국화야 너는 어이
2021. 9. 16. 00:18
국화야 너는 어이
이정보(1693∼1766)
국화야 너는 어이 삼월동풍(三月東風) 다 보내고
낙목한천(落木寒天)에 너 홀로 피었나니
아마도 오상고절(傲霜孤節)은 너뿐인가 하노라
- 병와가곡집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는 추석
매화 난초 대와 함께 사군자(四君子) 중의 하나인 국화의 절개를 노래하고 있다. 국화는 많은 꽃이 피어나는 봄철을 다 보내고 나뭇잎 지고 하늘은 찬 계절에 홀로 피어난다. 아마도 차가운 서리에도 굴하지 않는 높은 절개는 너뿐인가 한다.
이 시조를 지은 이정보(李鼎輔)는 조선 후기 문신이다. 예조판서 등을 지냈다.
1년 중 가장 풍요로운 계절이 추석을 앞둔 요즈음이 아닐까 한다. 농경시대에는 첫 수확을 조상께 올려 은덕에 감사해했다. 시인 이정보는 모든 꽃이 지는 가을에 피어나는 국화에서 선비의 절개를 생각했다. 염량세태에 따라 좋은 철을 찾아 몰려다니는 정치꾼이 아니라, 역경에도 지조를 지키는 지식인을 높게 보았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가의 이합집산이 부산하다. 권력을 향해 부나비처럼 날아드는 것이 정객들이다. 대권 주자들은 자기 분식(粉飾)에 분주하다. 거기에 속지 말아야 한다. 중요한 시기이다. 이런 때일수록 나라의 백년대계를 보는 큰 시야를 가진 지도자를 잘 가려내야 하겠다. 올 추석은 이 시조와 함께 맞으시는 게 어떠할까?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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