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창걸 최대 3000억 출연, 한국판 '미네르바 스쿨' 만든다
캠퍼스 없이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하지만 세계적 명문대로 급부상한 ‘미네르바 스쿨’. 한국에도 이를 벤치마킹한 ‘태재대학’이 문을 연다.
공익법인 태재연구재단은 태재대학 설립 계획을 15일 발표했다. 최근 경영권 상속을 포기하고 기업을 매각한 조창걸(사진) 한샘 창업주가 사재 수천억원을 출연해 한국판 미네르바 스쿨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2023년 3월 개교를 목표로 교육부 설립 심사가 진행 중이다.
2017년 설립된 미네르바 스쿨은 캠퍼스는 없지만 학생들이 학기마다 전 세계 도시를 돌아다니며 온라인 수업을 한다. 세계 각국의 문화를 체험하며 토론식 수업을 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특히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원격수업이 확산 하면서 미래 교육의 모델로 부상했다.
미네르바 스쿨은 역사가 짧지만 졸업생들이 구글·애플 등에 입사하거나 창업에 성공하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신입생 200명을 뽑는데 180개국에서 2만5000여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계에서는 미국 하버드대 등 유명 대학과 비슷한 입시 경쟁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태재대학 설립준비위원장을 맡은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은 “기존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시대 변화에 발맞춘 교육이 필요하다”며 “소수정예 학생을 뽑아 전 세계 주요 도시를 돌아다니며 배우는 대학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립위는 매주 미네르바 스쿨 관계자들과 소통하며 학교 운영 방안을 설계하고 있다.
소수정예 운영 원칙에 따라 매년 신입생은 200명까지만 뽑을 계획이다. 교수는 약 40명을 채용한다. 염 전 총장은 “한국 학생과 외국인을 절반씩 뽑으려 한다”며 “교수 한 사람이 맡는 학생 수를 줄여서 소규모로 운영한다”고 말했다.
수업 방식도 기존 대학과 다르다. 염 전 총장은 “미네르바 대학은 교수가 가르치는 게 아니라 모든 수업을 학생들이 토론하고 협동하는 세미나 방식으로 한다”며 “지식을 주입하는 게 아니라 창의적인 결과물을 끌어내는 학교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학비는 국내 대학과 비슷한 수준인 연간 1000만원 안팎으로 예상되지만, 재학생 절반 이상에게 장학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의 학업을 돕는다는 취지를 실현하기 위해 재단이 재원을 부담한다. 염 전 총장은 “설립 비용은 최소 1000억원 가량이 든다”며 “설립 후 기반을 마련하려면 약 3000억원 정도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태재대학 설립은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의 결단으로 이뤄졌다. 조 명예회장은 일찍이 가족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 7월 보유 지분을 사모펀드에 판 조 명예회장은 매각 대금을 공익사업에 출연하기로 했다.
설립 작업에는 전직 장관과 총장 등 굵직한 교육계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조 명예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염 전 총장과 김도연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전 포스텍 총장), 김용학 전 연세대 총장, 구자문 전 선문대 부총장, 노정혜 전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 김용직 케이씨엘 변호사가 이사로 참여한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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