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선사 갈등, 해운시장 감독절차 마련 계기돼야"

이소희 입력 2021. 9. 15.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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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I, 정기선사 공동행위 관련 정책제안 보고서 제시
"정기선 시장 공동행위 불가피, 제도 개선 필요"
공동운임 규제만으로 전체 효율성 확보 안 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정기선사 공동행위에 대한 이해 및 정책 제안’ 보고서를 만들어 발표했다.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동남아 취항 국내외 선사에게 과징금 부과를 포함한 제재 의사를 밝히면서 코로나19 이후 물동량 급증으로 수출입 물류대란 극복을 위해 수출입 화주기업 뿐 아니라 해운기업도 이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에서 선사의 공동행위에 대한 진단과 바람직한 정책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다.


해운기업들은 공정위의 제재방침에 대해 선사의 공동행위를 해운시장의 특수성에 입각해 고려하지 않고 일반적 담합사건으로 처리하고 있다며 부당성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KMI 보고서에 따르면, 다수의 해운경제학자들은 해운동맹과 같은 경쟁제한 공동행위가 정기선 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특성 때문에 발생하는 파멸적 운임경쟁에 대응한 선사 간 자율적 규제로 판단하고 있다. 반면 EU와 OECD의 자유경쟁정책을 촉구하는 경쟁당국의 관점에서는 해운동맹의 운임 공동결정이 유일한 시장 안정화 장치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EU를 제외한 한국·일본·미국 등 주요국은 아직까지 합법적으로 신고된 경쟁제한 공동행위(운임 공동결정·협의 포함)를 용인하는 경쟁정책을 시행해오고 있으며, EU도 얼라이언스의 선복조절을 통한 경쟁제한 공동행위를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KMI는 “컨테이너 정기선 시장에서는 선사 간 경쟁제한을 수반하는 공동행위가 불가피하다”는 평가 의견을 제시했다.


평가 이유로 경쟁제한 공동행위는 정기선 시장의 파멸적 운임경쟁을 예방하는 충분조건 중 하나이며, 해운동맹을 전면 금지한 EU위원회의 경제이론적 논거에는 여전히 논란이 남아있다는 부분을 들었다.


EU의 논리에는 정기선 시장의 수요 특성으로 인한 자유경쟁의 불안정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으며, 단순히 운임 공동결정을 금지하는 규제만으로는 정기선 시장 전체의 효율성이 확보되지 않을 개연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1977년 설립된 한진해운이 40년 역사를 뒤로 하고 2017년 결국 파산했다. 사진은 멈춰 선 부산신항만 한진해운터미널 ⓒ뉴시스

이에 KMI는 미국과 EU 등의 주요 국가들 또는 지역과 같이 우리나라의 해운시장 경쟁정책은 산업정책과의 조화 속에서 추진돼야 한다는 제언이다.


특히 현재의 글로벌 정기선 시장의 독과점 구조 속에서는 수출입 물류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 선사의 경쟁력이 뒷받침 돼야 하는데, 제한 없는 자유경쟁의 추구는 2016년 한진해운 사태와 같은 국적선사의 퇴출로 이어질 우려가 크고, 이는 수출입 화주에게 운임 인상의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진단이다.


또 운임 공동결정을 통한 경쟁제한 공동행위를 금기시하기보다는 시장 안정성 확보를 위한 민간의 자율적 규제 방안으로 평가하고 용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수급 변화에 대한 선복 조절방식은 특별히 선복이 부족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계약 협상의 필요에 따라 일부 화주가 운송서비스를 적시에 공급받는 것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 선사 간의 공동행위로, 오히려 운임 공동결정을 통해 서비스 안정성을 강화하는 것이 수출입 물류의 안정성 확보에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공정위 제재(과징금 등)는 글로벌 얼라이언스 참여 선사의 한국기항 축소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화주의 운임인하·서비스 안정성 등을 위해 취해지는 공정위 제재가 현재와 같은 글로별 정기선 해운시장의 독과점 체제에서는 글로벌 얼라이언스 선사들의 한국 서비스 축소로 이어지면 우리나라 수출입 화주는 선복 부족에 따른 운송 차질과 운임 인상이라는 큰 피해를 안게 될 수 있어, 해운시장에 미칠 파급영향에 대한 깊이 있는 고려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또 경쟁법은 역외적용이 되기 때문에 공정위의 제재가 다른 국가들의 연쇄적 제재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들면서, 힘들게 해운산업을 재건해 가고 있는 상황에서 해운산업의 경쟁력을 결정적으로 훼손하게 된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법적 제재 강도(과징금 규모 등)는 해당 공동행위가 야기한 영향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평가에 기초해야 한다며, 제재 대상의 서비스 운임수준을 유사시장 운임과 비교하고 선사의 수익과도 비교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해운시장의 감독 책임 단일화해야, 해운법 29조 개정 필요”

그러면서 KMI는 제도개선 대안으로 선사와 화주 등 이해당사자들이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해운시장 감독 절차를 마련하기 위해 해운시장의 감독 책임을 단일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제58조의 적용면제 조항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사 운임담합 조사와 같이 경쟁제한 행위에 대해 신고 또는 직권인지 조사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해운업계에서는 이에 맞서 해운법 제29조를 통해 정기선사의 공동행위는 공정거래법 적용면제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법적으로 다툼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으로 판단됨에 따라 이 같은 감독 책임의 모호성을 없애기 위해, 해운법 제29조의 개정을 통해 해운시장의 감독 책임을 해양수산부가 맡도록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신 해수부는 해운시장 감독을 위해 법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으며, 화주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선사 간 공동행위에 대한 심사를 체계화 해 이해 당사자들이 관련 제도의 시행을 충분히 예측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전제조건도 달았다.


아울러 신고 또는 직권인지를 통해 문제가 되는 공동행위를 조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과, 나아가 선사들이 부당하게 결항·선복 축소·계약 불이행 등으로 화주에게 피해를 입히는 행위에 대한 조사절차 또한 마련해야 한다는 부분을 개선안으로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도 지난 7월 선사의 공동행위에 대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의 적용면제를 포함하는 해운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황이다.


고병욱 KMI 해운정책연구실장은 “해운은 인프라 산업으로서 공동행위를 통해 안정적 해운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공정위와 선사 간 갈등이 해운의 특수성에 맞는 해운시장 감독절차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고 이를 통해 막힘없는 수출입 물류와 해운산업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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