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시대 뭐가 달라지나..시나리오별로 분석해보니

김경민 입력 2021. 9. 15. 21:36 수정 2021. 9. 1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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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급증하며 항공·여행업 회복, 차별화된 경험 담은 대면 서비스 활기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는 ‘위드 코로나’ 시대가 오면 우리 사회 곳곳에 적잖은 변화가 나타날 전망이다. 극심한 침체에 빠졌던 여행, 항공 산업이 살아나고 손님이 뚝 끊겼던 오프라인 대면 산업도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무작정 코로나19 이전으로 되돌아간다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위드 코로나 방역 수칙이 얼마나 완화되느냐에 따라 지금과 비슷한 양상이 전개되거나 오히려 코로나 시대 트렌드가 대세로 굳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위드 코로나 시나리오에 따른 변화상을 들여다본다.

위드 코로나 시대가 오면 백화점업계가 전국 곳곳에 대규모 출점을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 <매경DB>

▶시나리오 1 코로나19 이전으로

▷해외여행 수요 급증, 백화점 공격 출점

영국은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모임 인원 제한 등 사실상 대부분 방역 조치를 해제하는 위드 코로나 실험에 나섰다. 우리도 영국식 위드 코로나 방식을 택하면 오프라인 콘택트 산업이 활기를 띨 가능성이 높다. 여행, 항공, 레저 등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었던 업종부터 되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국가 간 이동 제한 조치가 풀리면 꽉 막혔던 해외여행 수요부터 살아날 전망이다. 현재 해외여행이 가능한 곳은 ‘트래블 버블(여행안전권역)’ 대상 국가다. 트래블 버블은 방역 관리에 대해 서로 신뢰가 확보된 국가 간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자가격리를 면제해주는 제도다. 대표적인 곳이 사이판이다. 마리아나관광청에 따르면 6월 30일 한국 정부와 ‘트래블 버블’ 협약을 체결한 이후 8월 31일까지 한국인 250여명이 사이판 여행 상품을 이용하거나 예약했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는 사이판을 이용하는 한국인 관광객이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유럽도 스페인 등 주요국 직항 운항이 재개되면 백신 접종 완료자 중심으로 여행 수요가 폭발할 것으로 보인다.

여행사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는 분위기다. 하나투어는 사이판, 티니언, 로타섬을 방문해 지정 호텔을 체크인할 때 각 섬에서 최대 500달러 선불카드를 증정하는 등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백신 접종자 대상 8일짜리 사이판 특별 패키지 상품도 선보였다.

해외여행 수요가 늘면 당연히 항공업계도 수혜를 입는다. 다만 국적 항공사와 LCC(저비용항공사)가 모두 살아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위기 극복에 성공한 일부 항공사 중심으로 ‘승자독식’ 현상이 전개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 항공길이 닫히면서 항공사들은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국적 항공사 대한항공도 지난해 1분기 566억원 영업적자를 내며 위기를 맞았지만 다른 항공사와는 달랐다. 여객 대신 항공화물 사업에 집중한 덕분에 2분기 이후 흑자를 내면서 지난해 전체 흑자가 2383억원에 달했다.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해 화물 수송 능력을 높이는 등 발 빠른 대응이 효과를 봤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아시아나항공까지 인수해 국내 유일 대형 항공사로 도약한 만큼 위드 코로나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다.

반면 LCC업계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 여객 수요가 살아난다 해도 LCC 간 출혈 경쟁이 치열해져 일부 LCC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LCC 주력 노선인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운항 재개는 아직까지 어려운 만큼 당분간 LCC들이 경영난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영민 롯데엑셀러레이터 대표는 “과거 외환위기, 금융위기 사례를 보더라도 위기 상황에서 체질을 바꾸고 살아남은 기업에는 엄청난 기회가 나타났다. 잉여 에너지를 갖춘 기업이 경영난에 빠진 회사를 인수하면 승자독식, 과점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통업계에도 적잖은 변화가 나타날 전망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극심한 실적 부진에 시달린 백화점부터 공격적인 출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주요 유통 채널 중 백화점의 매출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백화점의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2% 증가해 대형마트(0.3%)나 편의점(6.2%)은 물론 온라인(16.1%)까지 뛰어넘었다. 지난해 코로나19에 따른 기저효과도 있지만 그만큼 명품, 대형 가전 등 고가 제품 보복 소비가 되살아났다는 분석이다.

위드 코로나 시대가 오면 백화점업계가 실적 회복에 힘입어 전국 곳곳에 대규모 출점을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위드 코로나 시대가 되면 억눌렸던 보복 소비가 늘면서 백화점업계가 출점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때마침 여의도 더현대 서울이 흥행몰이에 성공한 만큼 지역별 랜드마크 백화점이 잇따라 등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덩달아 부동산 시장에서는 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 수요가 늘면서 명동, 홍대 등 인기 상권 임대료, 매매가가 치솟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코로나19 여파로 언택트 서비스인 배달 앱, 라이브커머스 등이 인기를 끌지만 위드 코로나 시대에는 인기가 꺾일 가능성도 높다. 사람 손을 그리워하는 일명 ‘휴먼터치’ 수요가 늘면서 차별화된 경험을 주는 럭셔리 백화점, 파인다이닝, 금융권의 고액 자산가 컨설팅이 활기를 띨 것이다. 업종에 따라 온라인, 오프라인 수요를 맞춤형으로 공략해야 위드 코로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 김경원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장 의견이다.

▶시나리오 2 점진적 방역 완화

▷오프라인 수요 몰려 무인점포 ‘뉴노멀’

싱가포르는 지난 6월 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독감처럼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위드 코로나’ 정책을 도입했다. 똑같은 위드 코로나지만 영국과 달랐다. 사적 모임 기준은 풀었지만 마스크 착용은 의무로 남겨두고 확진자 추적 등 일부 방역 조치는 더욱 강화했다.

우리나라도 싱가포르처럼 점진적 방역 완화에 나설 경우 오프라인 산업이 짧은 시일 내 활성화되기는 어렵다. 영화관, 공연장 등 오프라인 업종에 점차 수요가 몰리는 가운데 비대면, 온택트 서비스를 갖춰 감염 위험을 줄이는 곳이 늘어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영화관업계에서는 ‘언택트 시네마’가 대세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영화관에 입장할 때부터 영화를 보고 나올 때까지 사람과 전혀 접촉하지 않아도 되는 극장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울 여의도 IFC몰에 위치한 CJ CGV 여의도점을 방문하면 직원을 찾아보기 어렵다. 아예 매표소를 없애고 각 상영관 입구에는 ‘스마트체크’ 시스템을 구축했다. 보통 상영관에 입장할 때 직원을 통해 영화명, 영화 시작 시간, 상영관, 예매 인원 등을 확인 받고 입장한다. ‘스마트체크’는 이 과정을 고객이 직접 스마트체크 기기에 예매 티켓을 리딩하는 방식으로 탈바꿈했다. 오대식 CJ CGV 스마트혁신팀장은 “영화관을 찾는 고객 입장에서는 언택트 서비스가 중요하다. CGV 여의도점을 필두로 언택트 시네마를 향후 전체 극장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롯데시네마도 전국 20여개 지점에 ‘스마트 키오스크’를 운영 중이다. 음성 명령만으로 영화 예매, 매점 상품 구매가 가능하다.

‘프라이빗 영화관’도 잇따라 등장하는 중이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CGV 연남은 호텔 스위트룸을 극장 안에 옮긴 듯한 특별관 ‘스위트 시네마’를 갖췄다. 4인까지 이용 가능한 거실 타입의 ‘SUITE A’와 2인 전용 룸 타입의 ‘SUITE B’ 등으로 나뉜다. 일반 상영관과 달리 철저히 독립된 공간인 데다 전 좌석 리클라이닝 소파를 갖춘 덕분에 인기몰이 중이다.

유통업계에서는 무인카페, 무인편의점이 대세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무인카페는 로봇 팔과 자판기를 활용해 직원 없이 24시간 운영하는 카페다. 커피나 음료 주문, 결제, 제조, 픽업까지 바리스타 한 명이 해야 하는 전 과정을 모두 무인으로 처리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대면 주문으로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피할 수 있고, 점주도 소규모 공간에서 인건비 부담 없이 운영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전영민 대표는 “인간은 본능적으로 이동을 좋아하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신개념 공간에 찾아가 소비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온라인 쇼핑이 인기를 끄는 가운데서도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낮춘 오프라인 공간 중심으로 소비가 살아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마포구 CGV 연남은 호텔 스위트룸을 극장 안에 옮긴 듯한 특별관 ‘스위트 시네마’를 오픈했다. 독립된 공간을 갖춘 덕분에 인기몰이 중이다. <CJ CGV 제공>

▶시나리오 3 방역 규제 그대로

▷기업 거점 오피스 확산, 대형 주택 인기

위드 코로나가 시행돼도 국민들이 코로나19 공포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것은 아니다. 백신 접종 완료자라도 아직까지 사람 많은 장소를 방문하는 것은 꺼림칙하다. 정부로서도 혹여 코로나19 5차 대유행이 나타나면 사적 모임 등 방역 규제를 위드 코로나 이전처럼 강화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위드 코로나 시대에도 여전히 언택트 트렌드가 ‘뉴노멀(New Normal)’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기업 근무 형태부터 거점 오피스 중심의 ‘오피스 프리(office-free)’ 모델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 위드 코로나 시대가 오더라도 임직원 감염 우려는 여전해 무작정 사무실 출퇴근을 강요하기는 어렵다. 재택근무를 수시로 병행하는 과정에서 거점 오피스 도입에 나서는 기업이 급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거점 오피스는 회사 사무실이 아닌 직원 거주지 인근에 공유 오피스 등을 활용해 조성한 사무 공간이다. 업무 집중도 하락 등 재택근무 단점을 보완하고 출퇴근에 드는 시간을 단축해 근무 효율,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재택근무, 원격 근무가 확산되면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줌 타운(Zoom Town)’이 인기를 끌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뉴욕, LA 등 대도시에서 벗어나 거주 비용 부담이 적고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진 지방 소도시로 이주하는 현상이다. 우리도 줌 같은 화상 회의 앱을 활용하면 얼마든지 회의, 업무가 가능한 만큼 머지않아 부산, 대전, 속초, 강릉, 여수 같은 줌 타운이 인기를 끌 것이라는 전망이다.

재택근무, 원격 근무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부동산 시장에도 적잖은 변화가 나타날 전망이다. 무엇보다 가족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대형 평형 주택이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오랜 기간 4인 가족 기준으로 방 3개짜리 전용 84㎡(30평대) 아파트가 인기를 끌었다면 앞으로는 부모의 재택근무, 두 자녀의 학교 온라인 수업을 위해 방 4개 이상을 갖춘 전용 100㎡(40평대) 이상 대형 아파트가 대세로 떠오를 것이라는 예측이다.

서울 인기 지역 입주 물량이 줄어들면서 노후 아파트 인테리어 수요가 늘어 가구, 인테리어 시장도 급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가 활성화되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는 만큼 오랜 기간 찬밥 신세였던 대형 평형이 부활하는 모습이다. 건설사들이 주로 20~30평대 공급에만 치중하면서 희소가치가 높아진 만큼 위드 코로나 시대에 대형 평면 인기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사장 분석이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6호 (2021.09.15~2021.09.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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