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 르포] 마스크 미착용, 공연장은 만석..샌프란 메인 상권은 붕괴

노승욱·나건웅 2021. 9. 15.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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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코로나 시동 거는 미국 가보니

# 지난 8월 23일(현지 시간) 미국 유타주 하이랜드시티의 한적한 주택가 셰퍼드 패스 로드(Shepherds Path Road). 비전펀드가 투자한 화상 회의 솔루션 스타트업 ‘으흠(mmhmm)’의 글로벌 제휴 총괄이사(Partnership Director)인 트로이 말론(Troy Malone)이 사는 곳이다. 지난해까지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 지내던 그는 자택에 줄곧 머물고 있다. 으흠이 본사를 없애고 전 직원 영구 재택근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현관에 들어서면 오른쪽에 5평 남짓한 홈오피스가 있다. 한가운데에는 높이 조절이 가능한 모션데스크가 자리한다. 앞에는 화이트보드, 양옆에는 조명판, 뒤편에는 추억의 아케이드 오락기 두 대가 놓여 있다. 글로벌 제휴사들과 화상 회의를 할 때 보다 감성적인 분위기에서 소통하기 위한 전략적 인테리어다.

이곳에서는 오전 11시에 트로이 말론이 독일의 한 플랫폼 기업과 화상 회의를 하고, 오후 2시에는 기자가 필 리빈(Phil Libin) 으흠 최고경영자(CEO)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박스 기사 참조).

트로이 말론은 “으흠 직원 70여명은 전 세계에서 10개의 표준 시간대(time zone)에서 지내며 온라인 협업 툴 ‘슬랙(Slack)’으로 소통한다. 시간대가 다르니 임직원과의 대화는 실시간(real time)이 아닌, 비동기(非同期)로 진행된다. 메시지가 담긴 영상을 녹화해 클라우드에 업로드한 링크를 슬랙에 공유하면, 다른 직원들이 보고 댓글을 달거나 또 다른 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식이다. 꼭 필요한 실시간 대화를 제외하고, 전체 소통의 90%가 이런 방식으로 이뤄진다. 앞으로 이 비율을 99%로 끌어올리는 것이 회사의 목표다. 실리콘밸리에서 지낼 때보다 주거비, 생활비를 절약할 수 있고 출퇴근 시간 낭비나 대면 미팅의 스트레스도 줄어 업무 효율성이 훨씬 높아졌다”며 흡족해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세계 기업과 시민들도 ‘위드 코로나’ 체제로 속속 전환하고 있다. 특히 ‘백신 부국’ 미국은 백신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완전 예방 접종률이 높아 위드 코로나 전환에 적극적이다. 미국 서부 지역(유타주, 캘리포니아주, 네바다주)에 가서 위드 코로나 현장을 직접 살펴봤다.

미국 레스토랑에서는 야외 테이블에서 식사하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미국 정부에서도 1차선 도로에도 야외 테이블을 놓고 영업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교통사고 방지용 펜스도 설치해주는 등 지원에 나서는 중이다.
샌프란시스코의 명동이라고 할 수 있는 ‘유니언스퀘어’ 상권은 넘쳐나는 공실로 몸살을 앓는다. <나건웅 기자>

▶美, 희망자는 사실상 예방 접종 완료

▷식당·클럽 성황…경기 회복에 ‘구인난’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 9월 8일 기준 미국의 완전 예방 접종률은 전국 평균 53.2%(1억7670만명), 18세 이상 인구 중에서는 64.3%에 이른다. 같은 기간 이 수치가 각각 36.6%, 42.6%인 우리나라보다 20%포인트 안팎 높다. 완전 예방 접종자의 약 8%인 144만명은 ‘부스터샷(추가 투여)’까지 맞았다. 사실상 희망자는 거의 다 백신을 맞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황이 이렇자 미국은 연방정부가 직접 나서는 대신, 주별로 방역 수준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화당이 강한 주는 방역 수준이 낮고 민주당이 강한 주는 높다. 일례로 유타주의 경우 공립학교에서도 학생들의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아니다.

반면 민주당의 ‘텃밭’인 캘리포니아주의 샌프란시스코는 전체 주민의 약 80%가 백신 접종을 완료해 세계 최초 집단면역에 접근한 도시임에도 지난 8월 20일부터 백신 2차 접종 완료를 증명해야 식당 내 식사를 허용할 만큼 방역 규정이 까다롭다.

단, 샌프란시스코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은 민주당 강세 주여도 우리나라보다 방역 규정과 시민들의 평소 활동이 훨씬 자유로운 모습이다.

일례로 민주당 소속 스티브 시솔랙(Steve Sisolak) 주지사가 있는 네바다주에서는 실내 공연도 ‘좌석 띄워 앉기’ 없이 만석을 이룬 모습이었다.

지난 9월 1일 찾는 라스베이거스 벨라지오 호텔 ‘오(O)’쇼 공연장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쇼를 즐기러 온 관광객으로 가득 찼다. 입장 시 백신 접종 증명서만 보여주면 별다른 제약 없이 입장할 수 있다. 외국인 관객도 마찬가지다. 기자는 질병관리청에서 개발한 전자 예방 접종 증명 앱 ‘쿠브(Coov)’를 켠 뒤 ‘접종 완료’ 화면을 제시해 쇼를 관람할 수 있었다.

한국과 달리 공연 중 소리도 마음껏 지를 수 있다. 아슬아슬한 묘기가 나올 때마다 객석에서는 박수와 함께 엄청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물론 마스크 착용은 필수다. 공연장 직원들이 공연 내내 레이저 포인트를 들고 돌아다니며 마스크를 쓰지 않은 관객을 지적한다. ‘마스크 의무화’만 제외하면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완벽히 돌아온 모습이다.

오쇼를 비롯해, 지난해 3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일제히 중단됐던 라스베이거스 대형 서커스 쇼들은 올 들어 하나둘 공연을 재개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서커스단인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는 지난 6월 트레져 아일랜드 호텔 쇼인 ‘미스터리(Mystere)’ 공연을 다시 시작하며 모든 라스베이거스 쇼 중에서 처음으로 ‘컴백(come back)’에 성공했다.

이어 7월에는 벨라지오 호텔 오쇼가, 8월에는 만달레이 베이 호텔 ‘마이클잭슨 원’ 쇼와 미라지 호텔 ‘비틀즈 러브’ 쇼가 연달아 재개장했다. 비틀즈 러브가 공연을 재개한 첫날인 8월 26일에는 미라지 호텔에 마련된 2013석 전석이 매진됐을 정도로 성황이다.

민주당 주가 이럴진대, 공화당 주는 더욱 위드 코로나에 가깝다.

유타주는 실내에서도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아닌 ‘선택’이다. 실제 쇼핑몰, 식당, 주차장 등 실내외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10명 중 1~2명에 불과하다. 완화된 방역 규정에 자영업자들은 함박웃음이다.

유타주에서 100평 가까운 대형 한식당을 운영하는 모 한인 사장은 “월세가 약 1000만원에 직원을 10명 이상 고용했지만 흑자가 날 정도로 장사가 잘된다”며 밝게 웃어 보였다.

캘리포니아주 LA카운티 한인 타운 내 모 주점에서도 밤 10시가 넘도록 7명의 인원이 음주를 즐기고 있었다. 시내 중심가인 다운타운(DT)의 클럽도 밤늦게까지 요란한 음악 소리와 조명이 도로까지 새어 나와 불야성을 이뤘다. 밤 10시까지로 제한됐던 영업시간 규제가 올 상반기에 전격 해제된 덕분이다.

한인 타운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A씨는 “주말 저녁이면 주점은 인파로 붐빌 만큼 성황이다. 시 당국은 감염 예방을 위해 도로 1차선에 야외 테이블을 놓고 영업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교통사고 방지용 펜스도 설치해줬다. 야외 영업 허가가 나오자마자 테이블을 설치해 고객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LA에서 간편식을 파는 B씨는 “넉넉한 실업급여와 자영업자 지원금 덕분에 소비 심리는 코로나19 사태 전보다 더 활성화된 것 같다. 장사가 잘돼 프랜차이즈 직영점을 3호점까지 열었다. 문제는 구인난이다. 실업급여가 최저임금의 두 배에 달하니 일하려는 사람이 없다. 3호점도 직원을 못 구해 두 달간 개업을 미루다 결국 본부 직원들을 투입해 겨우 열었다”고 말했다.

재팬 타운 내 라멘 가게의 한 일본인 직원도 “직원을 구하기 어려울뿐더러, 구해도 일주일에 4~5일 이상 일하려 하지 않는다. 구인난에 월~수요일은 쉬고 목~일요일 4일만 영업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됐던 미국 라스베이거스 대형 서커스 쇼도 하나둘 다시 공연을 재개하는 중이다. 사진은 지난 9월 1일 찾은 라스베이거스 벨라지오 호텔 ‘오(O)’쇼 공연장 모습. <나건웅 기자>
미국은 ‘코로나 실업급여’가 최저임금의 두 배에 달하자 일하려는 사람이 없어 구인난이 심각하다. ‘Help Wanted’ ‘Now Hiring(직원 구함)’ 문구가 가게마다 붙어 있다. <노승욱 기자>​

▶재택근무 뉴노멀에 엇갈린 희비

▷상주 직원 줄며 샌프란 상권 초토화

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는 법. 위드 코로나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실리콘밸리는 스타트업의 절반 이상이 재택근무를 시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각종 국제 회의도 취소되며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하자 샌프란시스코 상권은 직격탄을 맞았다. 우리나라 명동에 해당하는 유니언스퀘어 인근 상가는 절반 이상이 공실 상태다. 심지어 유니언스퀘어 바로 앞에 위치한 메이시스 백화점 1층 상가도 비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신세계·롯데백화점 명동본점의 1층이 텅 빈 셈이다. 백화점 안에 들어서자 손님보다 직원이 더 많을 정도로 한산하다.

유니언스퀘어 인근에서 15년간 일식당을 운영해온 모 한인 사장은 “샌프란시스코가 국제적 관광지다 보니 시 당국이 감염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아주 엄격한 방역 규정을 적용하고 있어 더 힘들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손님이 70%나 줄었다. 밤 9시 이후에는 거리에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다. 외국인 노동자 상당수는 본국으로 귀국해 우리 가게도 직원 수가 17명에서 8명으로 절반가량 줄었다.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단, 상권에 따라 희비는 교차한다.

미국 음식점에는 ‘QR코드 메뉴판’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QR코드를 찍으면 메뉴판 파일을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메뉴판을 통한 감염을 막기 위한 조치다. <나건웅 기자>
쇼핑객이 몰리는 중심가에서 벗어나, 교외에서 레저를 즐길 수 있는 ‘피셔맨스와프(fisherman's wharf)’ 거리에 가보니 유람선 투어를 즐기러온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피셔맨스와프에서도 사람이 가장 많았던 곳은 유명 식당 ‘포그 하버 피시하우스(Fog Harbor Fishhouse)’ 앞. 이 식당은 실내 식사와 야외 테이블 식사를 원하는 고객을 따로 받는다. 전자는 10분만 기다리면 되지만, 후자는 1시간을 기다려야 할 만큼 야외 테이블 선호도가 높았다.

포그 하버 피시하우스 매장 앞에서 예약 관리를 담당하는 직원 수잔은 “백신 접종 증명 확인서를 지참하지 않은 손님은 물론, 접종을 완료한 손님도 야외 식사를 선호한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후 야외 테이블을 40개까지 늘렸다. 우리뿐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대부분의 식당이 야외 테이블 숫자를 계속 늘려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식당 내부 풍경도 달라지는 중이다. 여러 사람 손을 타는 메뉴판을 없애고 ‘QR코드 메뉴판’이 대중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대부분의 샌프란시스코 식당 테이블 위에는 QR코드가 그려져 있다. 손님이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촬영하면 해당 식당 메뉴판 PDF 파일이나 링크가 뜨는 시스템이다.

레스토랑 모바일 주문 기업인 웨이터(Waitrr)의 팀 베케저 대표는 “QR코드 메뉴판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낮출 뿐 아니라 비용 절감에도 효과적이다. 메뉴가 바뀔 때마다 새 메뉴판을 찍어낼 필요가 없다. 종이나 플라스틱 사용이 줄어 환경 보호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인터뷰 |필 리빈 으흠(mmhmm) CEO

“분산 근무 장점 많아…코로나19 이전 회귀는 불가

위드 코로나 시대에는 일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스타트업의 성지 실리콘밸리는 재택근무가 ‘뉴노멀’이 됐다. 창업 1년 만에 소프트뱅크비전펀드 등에서 1억달러를 투자받은 유니콘 스타트업 ‘으흠(mmhmm)’이 대표 사례다. 지난해 본사를 없애고 영구 재택근무를 선언했다. 그리고는 필 리빈 CEO부터 본사가 있던 샌프란시스코를 떠나 아칸소주로 멀찌감치 이사를 갔다. 화상 인터뷰를 통해 위드 코로나 시대에 대한 필 리빈의 생각을 들어봤다.

Q. 왜 본사를 없애고 영구 재택근무를 선언했나.

A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억지로 분산 근무를 시작한 것이 아니다. 굳이 전 직원이 같은 사무실에서 대면 근무를 하는 것보다 분산 근무가 더 이점이 많기 때문이다.

2년 전만 해도 투자를 받거나 돈을 벌고 싶은 사람은 샌프란시스코로 이사 가야만 했다. 그러나 지금은 100% 모든 투자자나 사업가들이 대면 미팅을 하지 않는다.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투자자 미팅을 비대면으로 하면 전 세계 투자자와 사업가가 만날 수 있다. 직접 대면하지 않으니 긴장이나 부담이 덜해 발표를 할 때도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한국, 프랑스, 일본, 미국에 사는 으흠 직원 대부분도 비대면으로 채용했다. 출퇴근 시간과 스트레스가 줄어들어 아침 시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나는 이제 이른 아침에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지 않아도 된다. 모닝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며 하루를 준비하니 훨씬 만족스럽다.

Q.원격 근무(remote work) 대신 ‘분산 근무(distributed work)’라고 부르는 이유는.

A 원격 근무라고 하면 고립된 인상을 심어준다. 이는 직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분산 근무는 보다 긍정적이고 연결된 느낌을 준다. 전 직원과의 대면 모임은 1년에 2번 정도만 가질 생각이다. 그것은 일이 아닌, 휴가를 함께 즐기기 위해서다. 물론 소모임이 필요한 이들은 그룹별로 더 자주 볼 수도 있다. 직접 만나는 것이 좋은 사람은 그렇게 만나고, 화상으로 만나도 되는 사람은 또 그렇게 만나면 된다.

Q.구글은 근무지별 물가가 제각각이라는 이유로 ‘원격 근무 시 임금 삭감’을 추진해 논란이 인다. 어떻게 생각하나.

A 임금이 삭감돼 불만인 구글 직원들이 우리 회사로 올 테니 매우 멋진 일이다(웃음). 농담이고, 매우 어리석은 결정이다. 구글과 페이스북 직원 연봉이 높은 것은 그만한 가치를 하기 때문이다. 만일 내가 직원으로서 그런 일을 당한다면 나는 모욕을 느낄 것이다. 회사가 나를 신뢰하지 않고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으흠은 직원들에게 오히려 분산 근무 수당을 제공한다. 분산 근무에 필요한 전화, 인터넷 이용료 등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지출 증빙을 위한 영수증도 요구하지 않는다.)

Q.위드 코로나 시대에 대한 전망은.

A 코로나19는 세계적으로 큰 비극이다. 그러나 그 덕분에 많은 기회도 생겨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는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우리는 이제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됐습니다.

[미국 유타·캘리포니아 = 노승욱·나건웅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6호 (2021.09.15~2021.09.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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