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 10인이 말하는 '위드 코로나' 전략은?

나건웅 입력 2021. 9. 15. 21:33 수정 2021. 9. 16.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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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수보다 치명률 고려한 전략 필요

‘위드 코로나’ 전환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지만 구체적인 시기나 로드맵에 대한 논의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위드 코로나 전환이 언제,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매경이코노미는 전염병 전문가 10인에게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물었다. 대형 종합병원 감염내과·호흡기내과 교수 10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위드 코로나 방향은 맞지만

▷“내년 이후 시작해야” 전체 50%

위드 코로나 체제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도입 시기에 대한 관점은 조금씩 다르다. 정부와 질병관리청에서 예상하는 전환 시점인 ‘10월 말’보다는 시기를 더 늦춰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전체 10명 중 5명이 ‘내년 이후’나 돼야 위드 코로나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3명은 ‘연말(11~12월)’, 2명은 ‘추석 이후(10월)’라고 답했다. ‘한시라도 빨리 도입해야 한다’는 선택지를 고른 이는 없다.

위드 코로나 도입 시기를 가늠하는 기준은 ‘백신 접종률’이다. ‘위드 코로나 도입 여부 판단에 있어 최우선 고려해야 할 기준’을 묻는 질문에 7명이 ‘백신 접종률’, 1명이 ‘고위험군 백신 접종률’이라고 답했다. ‘치명률’이라고 답한 이는 2명, ‘확진자 수’라고 답한 이는 없었다. 현재처럼 확진자 수에 따라 정책을 논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내년 이후’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던 이유도 여기 있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기에는 백신 접종률이 미흡하다는 점에서다. ‘델타 변이 감염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 신중론의 배경이다.

‘내년 이후 위드 코로나로 전환해야 한다’고 답한 한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는 그동안 코로나19 기초감염재생산지수(R0)를 2.5~3 정도로 잡았다. 1명의 감염자가 2.5명에서 3명 정도를 감염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델타 변이는 아직 정확한 R0값이 계산되지 않았다. 최소 5 이상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현재 진행 중인 백신 접종 속도로는 집단면역을 형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진홍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대한감염학회장) 역시 “R0값을 3으로 가정하더라도 백신 2차 접종 완료율이 70%를 웃돌아야 한다. 지금 백신 수급·접종 속도를 보면 추석 이후는 말도 안 되고 가장 낙관적으로 봐서 연말이나 가능할 듯하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과 더불어 의료 시설 확충 등 의료 환경과 인프라가 개선되기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선빈 고대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연말쯤 돼서야 위드 코로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전 국민 예방 접종률이 70%를 넘어야 하는 것은 물론 코로나19 중증 환자를 돌볼 때 다른 의료 병상의 피해를 가져오지 않는 의료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모호한 방역 기준 다듬어야

▷전문가 50% “거리두기 효과 미미”

위드 코로나 정책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계돼야 할까.

먼저, 그동안 정부 방역의 핵심이었던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답변이 조금 더 많다. 전체 10명 중 5명이 기존 ‘사회적 거리두기는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비용 대비 효과가 미미하다’고 답한 이가 4명, ‘매우 비효율적’이라고 답한 이도 1명 있었다. ‘거리두기가 효과적이었다’라고 답한 이는 4명으로 반대편 의견보다 1명 적다.

오주환 서울대 의대 교수는 “4차 유행 발생이 거리두기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코로나19 팬데믹 2년 차인 올해는 확진자가 전날보다 많아져도 상업지역으로의 이동량이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4단계 격상 이후에도 확진자가 늘었다”고 꼬집었다.

거리두기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거리두기 기준에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유진홍 교수는 “정부가 제한하는 인원 수나 영업시간 설정 자체가 과학적 근거가 없다. 또 사회적 거리두기는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코로나19 전파 ‘속도’를 최대한 늦춰서 의료기관이 환자에 대처할 충분한 시간을 버는 데 있다. 지금처럼 확진자 수가 늘면 거리두기를 강화하고 줄면 완화하는 정책에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감염내과 교수 역시 “제한 인원(2인, 4인)이나 영업 제한 시간(9시, 10시) 등 애매한 기준이 오히려 코로나19 사태를 장기화시키지 않았나 싶다. 점심시간 만석인 식당은 괜찮고 저녁 시간 4인 식사는 위험하다는 발상은 이해가 안 된다. 영업시간을 제한하니 특정 시간대에 오히려 사람이 몰리는 역효과도 있었다”고 말했다.

모호한 정부 방역 원칙부터 세밀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위드 코로나’의 첫걸음이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위드 코로나 위원회를 설치해 방역 거버넌스를 개편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방역 지침을 하달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를 포함한 사회적 합의기구를 구성해 방역의 원칙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방역 정책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확진자 수’에 근거한 현 방역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확진자 수가 아니라 중증 환자 치료와 사망자 수 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김우주 고려대 의대 백신혁신센터장은 “독감이 유행한다고 확진자 수를 일일이 발표하지 않는다. 발표를 하더라도 사망자 위주로 하는 등 ‘확진자’가 아닌 ‘치명률’로 방역 정책의 관점을 이동해야 한다. 확진자 수에 따라 갈팡질팡하는 거리두기 정책을 언제까지고 유지하는 것은 과도한 공포를 조성하고 내수 경제 활성화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6호 (2021.09.15~2021.09.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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