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은 갯벌 위 바지락잡이 경운기 군단의 '미친 질주'

남호철 2021. 9. 15.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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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홍보영상 '머드맥스'의 그곳, 충남 서산 가로림만
썰물로 바닥을 드러낸 충남 서산시 대산읍 오지우리길 작은개 갯벌 위를 바지락 작업 어민들의 경운기가 줄지어 힘차게 달리고 있다. 왼쪽 멀리 대산석유화학단지가 보인다.


경운기 수십 대가 줄을 이뤄 드넓은 갯벌을 가로질러 바다로 향한다. ‘그르릉’거리는 엔진소리를 내며 바지락을 채취하러 가는 경운기 앞머리에는 바지락조개껍데기로 만든 해골 형상이 얹혀 있다. 중무장한 옷차림과 비장한 표정의 어민들을 태운 경운기는 전쟁터에 나선 장갑차 부대처럼 바다를 향해 돌진한다.

한국관광공사가 ‘범 내려온다’의 후속편으로 최근 공개한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의 시즌2 홍보영상의 한 장면이다. 조지 밀러 감독의 영화 ‘매드맥스’(Mad Max) 시리즈 가운데 수많은 차량과 트럭이 사막과 가파른 협곡을 질주하며 싸우는 2015년 개봉작 ‘분노의 도로’를 패러디한 ‘머드맥스’(Mud Max)다. 느린 경운기지만 감각적인 카메라 워크, 넓은 갯벌 등이 어우러져 ‘미친 속도감과 질주’를 보여준다. 배경은 충남 서산시 대산읍 오지리다.

오지리는 가로림만에 서북으로 길게 뻗어 나간 반도의 형태로 땅의 끝자락에 위치해 말 그대로 오지마을이다. 가로림만의 관문으로 우리나라에서 인천 옹진군 백령도 다음으로 물범이 많이 나오는 곳이다. 서산에서는 경운기를 타고 바지락 작업을 위해 갯벌에 나가는 유일한 마을이다. 과거 인근 여러 곳에서 우마(소가 끄는 마차)로 바지락 작업을 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차로 한다. 오지리에선 바퀴가 갯벌에 빠지지 않는 경운기를 이용한다.

바지락 작업하는 날 썰물 시간에 맞춰 오지리 마을 주민들이 경운기를 끌고 오지우리골길 작은개 앞에 모였다. 갯벌 건너편으로 황금산과 대산석유화학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단단한 갯벌 위에 바퀴 흔적이 뚜렷하다. 발이 푹푹 빠지고 물이 무릎까지 차는 갯벌에서도 경운기는 거침없이 달렸다. 어민들은 갯벌을 긁어 바지락을 캐고, 바닷물로 씻어내느라 여념이 없다. 오전 10시쯤 모인 어민들은 바지락 양식장으로 나갔다 오후 1시쯤 돌아왔다. 홍보 영상에 담긴 모습 그대로다.

인근에 갯벌의 끝이라는 뜻을 지닌 ‘벌말’이 있다. 이곳에서 300m가량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벌천포해수욕장이다. 서해의 다른 해수욕장과 달리 갯벌 대신 몽돌로 덮여 있고 물이 맑다. 해수욕장 가장자리에는 울창한 소나무 숲과 기암괴석이 바다와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솔밭에 자리 잡은 오토캠핑장은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인기다.

벌천포해수욕장 인근에 설치된 ‘뭍으로 올라온 황발이’.


해수욕장 반대편 갯벌 위에 장경희 작가의 설치 미술 작품 ‘뭍으로 올라온 황발이’가 있다. 나무를 깎아 만든 5∼7m의 거대한 황발이(농게)가 바다에서 막 기어 올라오는 듯하다.

가로등 불빛 아래 밀물에 잠겨 운치있는 웅도 유두교.


지금은 사라졌지만 바지락 작업을 우마로 하던 곳이 대산읍 웅도(熊島)다. 소 달구지 나무 바퀴가 갯벌에 빠지지 않고, 염분에 쉽게 부식되지 않아 경운기보다 유용한 운송 수단이었다. 이곳은 이색풍경으로도 유명하다. 웅도로 이어지는 약 370m 길이의 콘크리트 다리인 유두교가 밀물 때 가로등 불빛 아래 바닷물에 잠기는 장면이 운치 있다.

지곡면 안견기념관에 전시돼 있는 ‘몽유도원도’ 모사본.


대산읍과 이웃한 지곡면에 안견기념관이 있다. 안견은 세종의 셋째 아들 안평대군의 꿈을 소재로 당대 최고 산수화로 평가되는 ‘몽유도원도’를 그렸다. 원본이 일본에 있어 기념관에는 모사본과 안견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그림이 전시돼 있다.

여행메모
경운기 질주 장면 촬영 오지리 고창개
하루 두 번 길 끊기는 웅도 물때 확인 필수

충남 서산시 대산읍 오지리 ‘작은개’로 가려면 서해안고속도로 서산나들목이 가깝다. 32번 국도를 따라 서산시로 가다가 탑곡교차로에서 70번 국지도로 갈아타고 지곡교차로에서 북쪽으로 29번 국도를 이용하면 대산읍이다. 이후 8.7㎞ 이동해 오지리·웅도리 방면으로 좌회전한 뒤 오지리를 지나 벌말 도착 직전에 오지우리골길 방향으로 우회전하면 닿는다.

홍보영상 ‘머드맥스’에서 경운기가 질주하는 장면은 오지리 고창개에서 촬영됐다. 오지고창개길 끝에 있다. 내비게이션에 ‘대산읍 오지리 697-5’를 검색하면 찾기 쉽다. 앞 바다에는 솜섬이 있고, 주변에 옛 독살과 독살체험장 등이 있다.

고창개 갯벌 너머로 보이는 솜섬. 뒤쪽 큰 섬은 조도.


솜섬 너머 조도는 썰물 때 웅도에서 차로 들어갈 수 있다. 다만 물때를 잘 체크해야 한다. 웅도는 오지리로 가다가 왼쪽으로 안내 표지판을 따라가면 된다.

서산의 먹거리로는 박속낙지탕, 세발낙지, 게국지 등이 있다. 간월암, 서산버드랜드, 서산유기방가옥 등도 둘러볼 만하다.

서산=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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