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우리 SLBM, 北 도발에 대응 아니다"..靑, 北 자극 자제

강태화 2021. 9. 15.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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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5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사실이 확인된 직후 서훈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은 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소집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북한이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는 별도의 대책 회의를 소집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틀만에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탄도미사일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하자 긴급 대응에 나섰다.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 경우에 따라 문 대통령이 임기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북한과의 대화 재개 시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문 대통령은 대통령 주재의 NSC전체회의 대신 안보실장과 관계 장관이 참석하는 NSC상임위 소집을 지시했다. 청와대 관계자들 역시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은 대응 방법과 수위가 다르다. 이날 소집된 NSC 상임위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대응이라는 성격이 있다”며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이날 오후 긴급 소집된 NSC 상임위 역시 회의를 마친 뒤 “정세 안정이 긴요한 시기에 이뤄진 북한의 연속된 미사일 발사 도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는 수준의 입장을 냈다. 그러면서 “미국 등 유관국과 배경 및 의도를 정밀분석하며 긴밀히 협의해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를 놓고 외교가에선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되 북한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시험장을 방문해 미사일전력 발사 시험을 참관하기 위해 관람대에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이날 충남 태안에 있는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발사시험 참관을 마친 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사실을 언급하며 “북한의 발사 의도에 대해서는 더 집중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만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오늘 우리의 미사일 전력 발사 시험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한 것이 아니라 우리 자체적인 미사일 전력 증강 계획에 따라 예정한 날짜에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역시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우리의 미사일전력 증강이야말로 북한의 도발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이 될 수 있다”며 “앞으로도 북한의 비대칭전력에 맞서 압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미사일전력을 지속적으로 증강해 나가는 등 강력한 방위력을 갖추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비대칭전력’은 북한이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핵무기를 지칭하는 말이다.

청와대 사정을 잘 아는 여권의 핵심 인사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의도는 면밀히 분석해야 하지만, 북한 역시 유엔 총회 등 외교전을 앞두고 대화 재개를 위해 존재감을 한ㆍ미에 알리려는 의도도 분명히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산안창호함 SLBM 시험발사 성공.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한편 한국은 이날 세계에서 7번째로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SLBM은 바다 밑에서 은밀하게 발사되기 때문에 현대전에서 ‘게임체인저’로 불린다. 이 때문에 북한을 비롯한 주변국이 한국의 SLBM 개발 상황을 예의주시해왔다.

이날 ‘도산 안창호함’에서 발사된 미사일 시험 발사를 현장에서 지켜본 문 대통령은 “우리는 SLBM을 비롯한 미사일전력 시험의 성공으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자주국방의 역량을 더욱 굳건하게 다지게 되었다”며 “국방과학은 평화를 지키는 힘이고, 민생이며 경제다. 정부는 국방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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