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왕이 만난 날, 北 탄도미사일 2발.."김정은 마음 급해진 것"
북한이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지 3일 만인 15일 낮 탄도미사일 2발을 동해상으로 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방한 중인 데다가 전날 일본에서 한ㆍ미ㆍ일 대북 수석대표들이 회동한 직후 벌인 일이어서 북한이 보란 듯이 대낮에 미사일을 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후 12시 34분부터 5분 간격으로 평안남도 양덕 일대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잇따라 동해상으로 시험 발사했다. 합참은 “이번 발사체의 비행거리는 약 800㎞, 고도는 60여㎞로 탐지됐다”며 “세부적인 제원은 한ㆍ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낙하 장소는 특정되지 않았다. 다만 이날 일본 해상보안청은 “두 발 모두 일본 영해나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떨어지진 않았다”고 발표했다.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은 신형인 KN-23이나 KN-24로 추정된다.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은 방공망을 무력화하기 위해 변칙적인 비행을 하는 것이 특징이고, ‘북한판 에이태큼스’로 불리는 KN-24는 고체 연료를 사용해 기습적으로 발사할 수 있는 전술 지대지 미사일이다.
북한이 올해 들어 미사일을 쏜 것은 이번이 5번째다. 앞서 북한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 1월 22일과 3월 21일에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어 3월 25일에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쐈다.
북한은 지난 11일과 12일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시험 발사해 1500㎞를 성공적으로 비행했다고 13일 밝혔다. 군 당국은 순항미사일 발사 때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못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 탄도미사일엔 발사 즉시 관련 사실을 알렸다.
왕이 청와대 다녀온 뒤 발사
공교롭게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한반도 이슈를 둘러싼 중요한 외교 회동 직후에 벌어졌다. 이날 오전 서울에선 왕이 외교부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을 잇따라 만났다.
외교부 관계자에 따르면 청와대 접견 이후 외교부에서 가진 오찬 직전에 양국 외교 장관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소식을 공유했다고 한다. 또 전날 도쿄에선 성 김 미 국무부 특별대표를 비롯해 북한 문제를 다루는 한ㆍ미ㆍ일 3국의 수석 대표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와 관련,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 입장에선 미ㆍ중 간 전략적인 경쟁 와중에 자신들의 몸값을 올리는 국면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며 “가장 주목받기 좋은 시점을 노려 자신들의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한ㆍ미를 압박하려는 행보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마음 급해진 것"
중국의 외교 수장이 방한 중인 가운데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특히 순항미사일과 달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명백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 사안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은 “그동안 중국은 순항미사일은 정상적인 군사 활동이라고 북한을 변호해왔다”며 “탄도미사일을 쏜 것은 한ㆍ미에 대한 경고 차원도 있지만, 중국이 적극적으로 북ㆍ미 중재에 나서라는 이중적인 메시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최근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가 잦아진 것과 관련해선 “올해 들어 여러 번 미사일을 쐈는데도 국제사회에서 추가 제재 논의 등이 전혀 일어나고 있지 않다”며 “관심을 끌어야 교섭을 할 수 있으니 마음이 급해진 것”이라고 풀이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지난 13일 북한이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을 때에는 따로 NSC를 열진 않았다.
김상진ㆍ박현주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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