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옷에 손 대지 마": SNS를 천연색으로 물들인 아프간 여성들의 탈레반 저항 시위

라효진 2021. 9. 15.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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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의 여성 전통 의상은 검은색 부르카가 아니라는 항의.

지난달, 미군 철수 결정이 난 아프가니스탄은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20년 전 미국에 패배한 후 아프간을 떠났던 탈레반이 힘을 키워 돌아왔기 때문이죠. 탈레반의 카불 점령 이후 전 세계인의 우려를 한몸에 받았던 건 아프간의 여성들입니다. 탈레반 치하의 아프간 여성 인권은 그야말로 최악이었기 때문이죠.

GettyImages

아니나 다를까, 수도 카불의 거리에선 곧바로 여성들이 사라졌습니다.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따르면 여성들은 남성 없이 외출을 할 수 없기 때문이죠. 가까스로 외출을 하게 돼도 신체를 전부 가리는 부르카나 니캅을 입어야 합니다.

눈까지 전부 가린 푸른, 혹은 검은 천을 두른 여성의 이미지는 너무 강렬했습니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아프간을 비롯한 이슬람 율법을 지키는 나라의 여성 전통 의상을 부르카나 니캅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아프간의 전통 의상은 정교한 자수와 반짝이는 유리 장식이 천연색의 옷감 위로 펼쳐진 모습이죠.

한순간에 탈레반에게 모든 색을 빼앗긴 아프간 여성들은 더 이상 참지 않기로 했습니다. 12일(현지시각) 바하르 잘랄리 박사가 시작한 해시태그 운동은 아프간 여성들의 반(反) 탈레반 시위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는 트위터에 #Afghanistanculture(아프간 문화)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자신의 사진을 올렸습니다. 사진 속 잘랄리 박사는 짙은 녹색과 붉은색 바탕 위에 꽃 자수가 놓인 드레스를 입고 있었어요. 얼굴은 전혀 가리지 않았죠. 그리고 이렇게 말했죠. "이것이 아프간 문화다. 내가 입은 옷이 아프간 전통 드레스다"라고요.

잘랄리 박사는 "아프간의 진짜 얼굴을 보여 주자"라며 해시태그 운동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많은 아프간 여성들이 전통 의상을 입은 자신의 모습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해시태그는 #FreeAfghanistan(아프간에 자유를), #DoNotTouchMyClothes(내 옷에 손 대지 마라), #Afghanistanwomen(아프간 여성들) 등으로 더 다양해졌어요. 여성만 이 운동에 참여한 게 아닙니다. 아프간의 남성과 아이들, 해외 거주 중인 아프간 출신 사람들도 힘을 보태고 있어요.

하지만 이 시위가 시작된 배경은 아프간 여성들의 탈레반 옹호 시위였습니다. 11일 카불의 샤히드 라바니 교육대학교에 다니는 여자 대학생 수백 명은 검은색 부르카와 니캅을 입은 채 탈레반 깃발을 흔들었습니다. 아프간에 미군이 주둔했던 20년, 오히려 외모지상주의 때문에 여성 인권이 후퇴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이슬람 율법에 대항하는 여성의 권리를 원하지 않는다는 거죠.

현재 아프간에는 아예 탈레반 시대를 겪지 않은 아이들이 벌써 성인이 됐습니다. 미국식 자유주의 교육을 받고, 인권 감수성에 민감해진 이들을 단순히 무력 만으로 제압하기는 힘들 전망입니다. 때문에 아프간인들의 SNS를 통한 탈레반 저항 시위는 앞으로도 계속될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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