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덫'에 걸려 네 번이나 낙선한 日 이시바, 이번엔 '킹메이커'로 아베 조준?
일본 총리의 꿈을 품고 네 번이나 자민당 총재 선거에 도전했지만, 높은 대중적 인기에도 불구하고 '아베의 벽'에 막혀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마지막'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이번 총재 선거엔 결국 출마를 포기하고 '킹 메이커' 역할로 승부수를 던진다.
오는 29일 열리는 일본 자민당 총재선거의 유력 주자로 꼽혔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64) 전 간사장 이야기다.
'차기 일본 총리'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늘 수위를 달렸던 이시바 전 간사장이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를 포기하고 고노 다로(河野太郞·58) 행정개혁 담당상을 지지하기로 했다고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이 15일 보도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이날 열리는 당내 파벌 총회에서 이같은 입장을 공식화한다.
이시바의 출마 포기는 현재 자신과 비슷한 '개혁' 이미지를 가진 고노 담당상의 지지가 자신을 앞선 상황에서 출마를 해도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베에게 대놓고 쓴소리하는 '눈엣가시'
1986년 돗토리(鳥取)현에서 중의원에 당선돼 내리 11선을 한 이시바 전 간사장은 일본 국민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정치인 중 한 명이다. 특히 지역 유권자들을 살뜰히 챙기는 행보와 호소력 있는 연설 등으로 '차기 총리는 누구?'를 묻는 여론 조사에서 수년간 20% 이상 지지를 얻으며 1위를 고수해왔다.
무엇보다 '아베 1강' 체제 하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대놓고 쓴소리를 하는 자민당 내 대표적인 '반(反)아베' 정치인으로 꼽힌다. 2007년 아베 1차 내각 당시 자민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패하자 "아베 사임"을 직접적으로 주장한 것이 '악연'의 시작이었다. 이후에도 아베 정권 하의 모리토모(森友)·가케(加計)학원 스캔들, 벚꽃 스캔들 등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 대가로 아베 전 총리와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자민당 내에서의 입지는 좁아졌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2008·2012·2018·2019년 네 번의 총재 선거에 출마했는데 2008년은 아소에게 졌고, 두 번은 아베에게, 지난해에는 '아베 계승'을 내세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에게 패했다.
특히 2012년 총재 선거에서는 1차 투표에서 지방 당원들의 높은 지지를 얻어 1위를 했지만, 의원 투표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큰 결선 투표에선 아베 전 총리에 20여표 차이로 패배하기도 했다.
고노-기시다-다카이치 '3파전' 예상
이시바 전 간사장이 출마를 포기하면서 자민당 총재 선거는 고노 담당상,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자민당 정조회장,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총무상 3명의 경쟁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대중 선호도 1위를 달리는 고노 담당상은 이시바 전 간사장을 지지하는 당원들의 표를 끌어들여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확보해 승리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1차 투표에서 국회의원 표와 당원 표를 각각 383표씩 반영하고, 과반수를 얻은 후보가 없을 경우 1·2위 후보가 결선 투표를 한다. 결선 투표의 경우 국회의원 표는 383표 그대로지만, 당원 표는 지역별로 1표씩 47표로만 집계된다.
현재 아베 전 총리는 자신의 '극우 정책'을 그대로 이어받은 다카이치 전 총무상을, 아소 부총리는 기시다 전 정조회장을 지지하고 있다. 따라서 당내 비주류인 고노와 이시바가 손잡고 '아베-아소' 체제에 맞선다는 의미에서, 고노-이시바 결속을 막부 말기 조슈(長州·현 야마구치현)와 사쓰마(薩摩·현 가고시마현)의 결합인 '삿초(薩長) 동맹'에 비유하기도 한다.
파벌들, 자율 투표 가능성 높아
한편 주요 파벌들의 빠른 결속으로 투표 전부터 승패가 결정됐던 지난해 선거와는 달리 이번에는 각 파벌의 지지 후보가 단일화되지 않으면서 의원들의 '자율 투표'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5일 보도했다.
최대 파벌인 호소다(細田)파(96명)의 경우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회장이 14일 임시총회에서 다카이치와 기시다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실제 투표는 "각 의원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호소다파는 아베 전 총리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파벌이다.
고노 담당상이 소속된 아소파(53명)도 16일 총회를 열어 고노와 기시다를 "기본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하되 투표는 의원들의 판단에 맡긴다는 방침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그 외 다케시타(竹下)파(52명), 니카이(二階)파(47명), 이시하라(石原)파(10명) 등도 소속 의원이 지지 후보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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