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엔 감정 없어"..연극 무대에 오른 수어 통역사들

박정선 2021. 9. 1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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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나 장애인들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배리어 프리'(barrier free)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공연계에서도 그 영역이 눈에 띄게 확장되고 있다.

공연 관계자는 "배리어프리 공연의 가장 중요한 것은 '벽'을 느끼지 않게끔 하는 것이다. 이번 '천만 개의 도시'와 같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모습을 대상화하지 않고, 그저 일상에 녹여낸 시도는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할 배리어프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면서 "뿐만 아니라 무대 위로 수어 통역사를 올리면서 극의 몰임과 이해를 돕는 설정도 인상적이다. 자막도 좋지만, 자막이 담아낼 수 없다. 통역사를 무대에 올리면서 그런 부분까지 담아낸 것"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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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계 배리어프리 확산

고령자나 장애인들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배리어 프리’(barrier free)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공연계에서도 그 영역이 눈에 띄게 확장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국립극장, 서울시극단 등 국공립극장들을 중심으로 배리어프리 공연이 늘어나고 있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도 제작 지원의 범위를 확장해 올해 12월까지 공연되는 대관 선정 작품 5개 작품의 배리어프리 버전 공연 제작을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이후에는 온라인에서도 배리어프리 공연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지난 4월에는 탈춤극 ‘오셀로와 이아고’가 배리어프리 온라인 공연을 처음 시도했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문자 통역, 수어 통역과 함께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해설까지 제공하며 눈길을 끌었다. 국립극단도 인기 연극 ‘스카팽’을 온라인으로 선보이면서 음성화면 해설 버전을 공개했다.


연극·뮤지컬 등에 견줘 견고했던 무용계에서는 최근 시각장애인을 위한 무용 음성 해설가를 양성하고 있는 등 공연계 전반에 배리어프리가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필요성을 인식하는 것과는 별개로, 효율성 면에서는 아쉬움이 묻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공연장의 통역사 위치가 시야에서 벗어나는 곳에 있어 시선이 분산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지난 3일부터 공연되고 있는 서울시극단의 연극 ‘천만 개의 도시’는 배리어프리 공연의 아쉬움으로 지적됐던 부분들을 영리하게 풀어내면서 호평을 받고 있다. ‘천만 개의 도시’는 배리어프리 회차에서 수어 통역이 배우들과 함께 무대 위에 그림자처럼 동선을 함께 하는 행태로 공연을 진행했다. 일명 ‘그림자 수어 통역’이다.


기존 무대의 한쪽 구석, 혹은 무대 위에 자리한 공연의 경우 무대 위 배우에 집중하면 통역사의 움직임을 놓치고, 통역에 시선을 두면 배우를 보기 힘든 구조였다. 그런데 이번 ‘천만 개의 도시’는 수어 통역을 무대에 직접 배치하면서 조금 더 생생하고 즉각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만족감을 제공했다는 평이다. 이는 수어 통역을 제공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 ‘배리어프리’가 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농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수어를 제공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을 마련한 셈이다.


‘천만 개의 도시’에서 ‘장벽을 허무는’ 시도는 등장인물의 설정에서도 엿볼 수 있다. 중국 유학생을 비롯해 외국인, 청각장애인, 지체장애인 등의 모습이 무대 위에서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실제 장애가 있는 배우들이 등장해서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연기하는데, 이는 그들 역시 우리 일상의 여러 풍경 중 하나일 뿐 결코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업계에선 이런 긍정적인 변화를 통해 진정한 ‘배리어프리’ 공연을 만들기 위한 고민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공연 관계자는 “배리어프리 공연의 가장 중요한 것은 ‘벽’을 느끼지 않게끔 하는 것이다. 이번 ‘천만 개의 도시’와 같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모습을 대상화하지 않고, 그저 일상에 녹여낸 시도는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할 배리어프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면서 “뿐만 아니라 무대 위로 수어 통역사를 올리면서 극의 몰임과 이해를 돕는 설정도 인상적이다. 자막도 좋지만, 자막이 담아낼 수 없다. 통역사를 무대에 올리면서 그런 부분까지 담아낸 것”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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