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 뷰㉘] '팬티요정' 노선경의 엉망으로 사는 법.."노는 것, 절대 낭비 아냐"

류지윤 2021. 9. 15.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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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책 '훗날 내 청춘을 떠올리면 네가 가장 먼저 생각날 거야'가 베스트셀러
유튜브 14만 구독자 보유

<편집자 주> 유튜브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MZ 세대의 새로운 워너비로 떠오른 직업이 크리에이터다. 콘텐츠 기획, 촬영, 편집까지 해내며 저마다의 개성 있는 영상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는 크리에이터를 만나봤다.


'팬티요정 노선경', 채널 이름부터 범상치 않다. 팬티요정은 그의 그림 중 팬티 차림의 토끼 이름이다. 그는 크리에이터 활동하기 전 페이스북에서 이미 유명한 인플루언서였다. 당시 팔로워들이 그를 팬티요정으로 부르기 시작해 지금의 채널명이 됐다.


노선경은 자신의 채널에 일상을 공유하는 브이로그를 중심으로 구독자들과 소통한다. 일상 브이로그는 다른 채널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콘텐츠지만, 그의 브이로그 세계는 조금 남다르다. 음주나 노는 일상들을 중심으로 한다. 예쁘고 정돈된 것만 편집해 올리는 것과 달리 그는 클럽을 가거나 취해 있거나 담배를 피우는 등 날 것의 모습을 보여준다.


"제가 술을 마시고 노는 걸 보여주는 게 특별하다고 하지만, 사실 우리 모두 당장 집 앞에만 나가도 술을 마시면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잖아요. 현실에서는 흔한 일인데 SNS나 유튜브에서 잘 보여주지 않죠. 제 입장에서는 밥 먹고 사진 찍어 올리는 것과 같은 일이에요."


그가 유튜브에서 노는 일상을 공개하는 이유는 성공을 위해 공부를 하거나 일하는 만큼 중요한 것이 놀고 쉬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자신의 보고 들은 경험에서 나온 확신이다.


"요즘 사람들은 성공하려고 맹목적으로 공부를 해서 성인이 된 후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제가 만난 성공하신 분들은 모두 노는 것도 잘하더라고요.(웃음) 일 안 하는 시간을 모두 낭비라는 인식이 생겼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저도 그림이 유명해지며 일만 하며 돈을 많이 벌던 때가 있었는데 사실 행복하지 않았어요. 그때 잠시 내려놓고 놀기 시작했는데 쉬는게 정말 중요하더라고요. 이걸 제 브이로그를 통해 말해주고 싶었어요."


유튜브를 시작한 후 사진을 편집해 올리는 SNS보다 더 잘 맞는 플랫폼이란 걸 알게 됐다. 외모에 강박증이 있던 노선경은 영상 속 자신을 보며 처음으로 '사랑스럽다'는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인스타그램에나 페이스북은 나의 하루 중 하이라이트만 담아놓잖아요. 셀카 백장 사진 찍어서 예쁜 사진 한두 장만 올리고, 집에서 누워있다가도 예쁘게 꾸민 사진만 올렸어요. 그러다 보니 좋아요 수를 신경 쓰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습만 올리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어느 날 영상 속 진솔한 제 모습이 잔잔하지만 사랑스럽더라고요. 제 일상이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최근 그의 고민은 코로나19로 바깥 활동을 하지 못해 놀 수 있는 모습을 담는 것이 제한이 됐다는 점이다.


"사실 코로나19 전에는 콘텐츠 고민이 없었어요. 친구들과 놀러 다니고 술 먹으러 다니는 일상을 찍으면 됐으니까요. 그런데 집에서는 혼자서 찍을 수 있는 게 한정돼 있더라고요. 그래서 고민 상담이나 소통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보려고 쥐어짜고 있어요.(웃음)"


노선경은 지난 7월 '열심히 일한 만큼 열심히 놀자'가 아닌, '행복하게 놀고 나서야 비로소 그 행복을 다시 얻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다'라는 주제를 담은 '엉망으로 살자' 책을 출간했다. 책 제목은 노선경의 좌우명이다.


"지금은 편집자분이 생겨서 영상에 제가 자막을 달고 있지 않지만, 초반에는 제 자막을 좋아해 주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러면서 글로써도 다가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아무리 힘들어도 발상의 전환을 하면 지금의 내 삶을 다시 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내용을 담은 책이죠. 사실 '내가 감히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사상을 이야기해 줘도 될까'라는 생각에 고민도 했어요. 제 경험이지 검증된 건 아니니까요. '내가 뭐라고'란 생각과 '좋은 영향을 줘야지'란 두 마음을 오가면서 완성했습니다."


노선경은 사랑에 대한 감정을 그려내는 일러스트레이터다. 누가 뭐래도 그의 작품에 대한 영감과 동기는 '사랑'이다. 하지만 크리에이터가 된 후, 하나의 고충이 있다면 연애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 작은 애로사항이다.


"아무래도 제 콘텐츠를 보고 저에게 다가오는 걸 어려워하더라고요. 시도조차 잘 안 하는 것 같아요. 저는 사랑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연애가 더 어려워질까 봐 걱정이에요. 다음 작품은 새 남자친구와 저의 이야기를 그린 생각인데, 저의 주인공이 되어줄 분이 어디 계신지. 하하. 여러분 저의 주인공이 되어주세요라고 인터뷰를 통해 말하고 싶네요.(웃음)"


노선경의 목표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좋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도 두 번째는 술집을 차려서 구독자들과 편하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어느 날 술집에 갔는데 자신을 보러 온 구독자들이 가득한 것을 보고 정한 목표다. 또 이것이 자신이 받는 사랑을 베푸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받은 사랑이 저만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얼마 전 '남을 응원할 줄 아는 마음이 위대하다'라고 글을 썼는데, 내가 아닌 남을 응원한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이잖아요. 제 행복은 그들의 능력에서 잠시 빌려온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대갚음해 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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