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올라온 상위권인데.. 위기 맞은 삼성
[김승훈 기자]
삼성 라이온즈의 마지막 한국 시리즈 우승은 2014년이다. 삼성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 연속 한국 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는데, 그 과정에서 2015년까지 5년 연속 정규 시즌 우승을 달성한 기록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삼성은 2015년 가을 주축 선수들의 이탈 행위로 인하여 급격히 추락하기 시작했다. 선수들의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인하여 이들을 전력에서 제외한 뒤 포스트 시즌을 치렀고, 한국 시리즈 1차전을 간신히 승리했지만 이후 무기력하게 패한 것이 시련의 시작이었다.
이후 삼성은 2016년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를 개장했지만, 새로운 경기장에서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2015년 정규 시즌 우승에서 2016년 정규 시즌 9위로 추락했고, 이후 2020년까지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손가락 부상으로 이탈한 박해민
9월 14일 경기까지 삼성은 110경기 58승 7무 45패(0.563)를 기록, 선두 kt 위즈(105경기 62승 4무 39패 0.614)를 5경기 차이로 추격하고 있다. 아직 34경기가 남았기 때문에 정규 시즌 우승 가능성이 남았지만, 정규 시즌 우승보다 3위 LG 트윈스(102경기 55승 4무 43패 0.561)가 반 경기 차이로 쫓아오는 것에 대한 위기가 더 크다.
그런데 투타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선수들이 각각의 사연으로 전력을 이탈하면서 초비상이 걸렸다. 부상으로 이탈한 선수도 있으며, 징계로 이탈하는 선수도 있는데 두 선수 모두 남은 한 달 동안 복귀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박해민은 지난 9월 12일 손가락 부상으로 이탈했다.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렸던 더블헤더 경기 1차전에서 7회 수비 중 다이빙 캐치를 하다가 손가락을 다쳤기 때문이다. 몸을 날려 정은원의 타구를 잡았지만 착지하는 과정에서 왼쪽 엄지손가락을 접질렀다.
포구하여 아웃을 잡는 데는 성공했지만, 박해민은 이후 글러브를 벗은 뒤 통증을 호소했다. 바로 인근 병원으로 후송되어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실시한 결과 왼손 엄지손가락에서 인대 손상이 발견됐다.
박해민은 13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병원에서 2차 검진까지 실시했지만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박해민의 포스트 시즌 출전 의지가 강하여 아직 수술을 할 것인지 재활을 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은 하지 않았다.
징계로 이탈한 몽고메리, 20경기 출장정지
외국인 왼손 투수 마이크 몽고메리는 징계로 한동안 출전할 수 없게 됐다. 14일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열렸던 KBO 상벌위원회에서는 리그 규정 벌칙내규 7항에 의거하여 몽고메리의 징계를 설정했다.
몽고메리는 지난 10일 대구에서 열렸던 kt와의 홈 경기에 선발로 등판했다. 4회초 경기 도중 이 날의 주심이었던 김성철 심판은 몽고메리에게 12초 투구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경고를 부여했다.
문제는 이닝이 끝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 동안 몽고메리가 주심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생겼다. 여기서 몽고메리가 욕설을 사용한 것에 대해 주심이 몽고메리에게 퇴장을 명령했다.
몽고메리는 일단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다시 그라운드로 나왔는데 주심에게 지속적으로 폭언으로 위협하다가 주심에게 로진백을 던졌다. 심지어 유니폼 상의를 벗어 그라운드에 던지기까지 했다.
KBO리그 벌칙내규 제7항에 따르면 감독, 코치 또는 선수가 심판 판정에 불복하거나 폭행, 폭언, 빈볼 그 이외의 언행 등으로 경기장의 질서를 문란하게 했을 때 징계를 부과할 수 있다. 징계의 수위는 유소년 야구 봉사활동, 300만원 이하의 제재금 또는 30경기 이하의 출장정지 등이다.
14일 열렸던 상벌위원회에서는 몽고메리에게 제재금 300만원과 더불어 20경기 출장정지의 징계를 부과했다. 구단의 추가 징계가 없다는 가정 하에 시즌 막판에나 돌아올 수 있으며, 만일 구단이 추가로 징계하게 될 경우 남은 정규 시즌은 물론이고 포스트 시즌 출전까지 장담할 수 없다.
박해민과 몽고메리의 이탈, 삼성에게 미칠 영향
박해민이 수술을 피하고 재활을 하더라도 돌아오는 데 최소 4주 이상이 걸릴 상황이다. 정규 시즌이 끝나기 전 복귀할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 만일 재활이 길어진다면 포스트 시즌 출전 여부도 장담할 수 없으며, 박해민 본인에게도 올 시즌이 끝나면 FA가 예정되어 있었던 만큼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박해민은 올 시즌 104경기 타율 0.289에 출루율 0.382 5홈런 46타점 68득점 33도루를 기록하고 있었다(374타수 108안타). 테이블 세터 및 외야수로서 꾸준한 활약을 하고 있던 박해민의 이탈로 인해 삼성의 득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몽고메리는 삼성에 있어서 그렇게 큰 도움이 되었는지 의문이다. 메이저리그 통산 183경기 70선발 23승 34패 평균 자책점 3.84를 기록했던 몽고메리는 2016년 시카고 컵스의 염소의 저주를 깨뜨리는 월드 시리즈 7차전 세이브를 기록했던 투수였다(1908년 이후 108년 만에 우승).
그러나 몽고메리가 KBO리그에 와서 거둔 성적은 7경기 32.2이닝 1승 2패 평균 자책점 5.23에 그쳤다. 외국인 투수들에게 기대하는 가장 큰 요소가 이닝을 길게 소화하여 구원투수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인데, 몽고메리가 7이닝 이상을 던진 경기는 한 번도 없었으며 퀄리티 스타트도 7경기 중 2경기에 그쳤다.
사실 몽고메리의 인성 문제는 메이저리그 시절에도 있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유망주 시절에 발표된 베이스볼 아메리카의 스카우팅 리포트에 의하면 고등학교 농구 팀에 있을 때도 테크니컬 파울을 너무 자주 범하여 팀에서 퇴출되었을 정도로 인성에 의문점이 있다는 평가가 있었다.
몽고메리는 이후 대구에서 자숙하고 있지만 출장정지 기간 동안에 그가 어느 정도 개선된 모습을 보일지는 알 수 없다. 징계 이전의 성적이 좋은 편도 아니었기 때문에 포스트 시즌에 합류한다고 해도 좋은 투구를 할 수 있을지 장담은 할 수 없다.
위기의 삼성, 플레이오프 직행 할 수 있을까
14일 삼성과 LG의 경기가 3-3 무승부로 끝나면서 삼성은 KBO리그 역대 최초로 3경기 연속 무승부 기록을 세웠다. 전반기 일정 조기 종료로 인하여 후반기 일정이 빡빡해져 연장전을 치르지 않고 한시적으로 9이닝 무승부 제도를 실시하면서 그 영향으로 리그 전체에 무승부 경기가 많아진 영향이다.
삼성으로서는 이 3경기 연속 무승부가 충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14일 경기는 반 경기 차이로 자신들을 바짝 쫓아오는 LG와의 치열한 승부였으니 그렇다 쳐도, 12일 경기에서 최하위 한화 이글스와 더블헤더를 치렀는데 2경기 모두 무승부를 기록하며 아쉽게 승리를 추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해민이 맡던 리드오프 역할은 구자욱이 대신 맡을 수 있다. 그러나 박해민이 맡았던 외야 한 자리와 타선의 한 자리의 공백을 완벽히 채우기에는 어렵다. 일단 박해민을 대신하여 김동엽이 1군 엔트리에 포함되었는데, 김동엽은 2번타자로 출전하여 14일 경기에서 5타수 1안타 4삼진에 그쳤다.
삼성은 kt를 바짝 추격할 수 있었던 한화와의 주말 3연전(더블헤더 포함)에서 1승 2무에 그쳤고, 승차를 벌려야 하는 3위 LG와의 2연전 중 첫 경기를 비겼다. kt가 두산 베어스와의 2연전 중 1경기를 승리하면서 삼성과의 승차를 벌린 상황에서 삼성은 우선 2위 사수에 집중해야 한다.
LG와의 2연전이 끝나면 삼성은 9위 KIA 타이거즈와 홈 2연전, LG는 디펜딩 챔피언 NC 다이노스와의 원정 2연전이 있어 일단 2위 사수에 있어서 삼성이 조금 유리한 상황이다. 주말에 LG가 KIA와 홈 2연전을 치르고 삼성은 6위 SSG 랜더스와의 원정 2연전이 있기 때문에 삼성은 평일에 LG와의 승차를 최대로 벌려야 여유가 있다.
이 때문에 삼성은 14일 경기부터 징계가 적용된 몽고메리에 대하여 추가 징계 계획을 정하진 않았다. 홈 경기장 팬들 앞에서 불미스러운 행동을 했기 때문에 일벌백계하는 것이 팬들에 대한 예의지만, 외국인 선발투수 한 명이 자리를 비울 때 투수들에게 미치는 피로를 걱정하고 있는 나머지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삼성이 올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게 되면 라이온즈 파크가 개장한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 시즌에 참가하게 된다. 정규 시즌 34경기를 앞두고 가장 큰 위기를 맞이한 삼성이 선수들의 부상과 징계 공백을 어떻게 메워 나갈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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