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완판행진..손예진·조윤희도 찜한 우국원 '특별한 부자展'

이은주 2021. 9. 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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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 바치는 오마주 전시
노블레스, 'I'm Your Father'전
아버지와 아들 작품 나란히
신작 9점 전시 개막 전 '완판'
"작품가 오른 것? 기이한 현상"
아버지 "겸손하고 또 겸손하라"
우국원, Big Adventure, 2021, 193.3x130.3cm, 캔버스에 유채,[사진 노블레스]
우재경 화백의 작품. 이 그림은 우국원의 'Big Adventure'로 재해석됐다. [사진 노블레스]
전시장에 나란히 걸린 우재경 화백의 작품(왼쪽)과 우국원 작가의 작품. [사진 노블레스]


'우국원 작가를 잡아라.'
요즘 내로라하는 화랑들은 그의 전시를 열고 싶어하고, 컬렉터들은 그의 작품 한 점이라도 사기 위해 줄 선다. 전시는 열 때마다 '완판' 기록 행진이다. 지금 미술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블루칩 작가 우국원(45), 그가 일으키고 있는 '우국원 신드롬' 얘기다. 지난달 24일 서울옥션 경매에서 우국원 작품이 1억원 넘는 가격에 낙찰됐을 때, 시장의 반응은 "놀랍다"라기 보다는 "이제 올 게 왔다"는 쪽에 가까웠다. 예견된 현상이었다는 것이다.

지난달 열린 서울옥션과 케이옥션 경매에선 우국원 작품 다섯 점이 줄줄이 시작가의 3~4배 넘는 높은 가격에 낙찰돼 화제를 모았다. 서울옥션에서 시작가 3000만원이었던 작품은 1억200만원에 낙찰됐고, 이튿날 열린 케이옥션에서도 우국원의 두 작품은 각각 9500만원, 1억500만원에 낙찰됐다.

일본 최대 서점인 쓰타야를 운영하는 컬처컨비니언스클럽(CCC) 창업자 마스다 무네아키 회장의 예언이 맞은 걸까. 마스다 회장은 2018~2019년 일본 도쿄 아트페어에서 그의 작품 2점을 샀다. 당시 회장은 "그의 에너지가 마음에 든다"며 "우국원은 바스키아 못지않게 인정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손예진, 조윤희 등 연예인들이 소장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서울 선릉로 노블레스 컬렉션에선 우국원의 개인전 'I'm Your Father'가 열리고 있다. 규모는 작지만 컨셉이 독특한 전시다. 그가 동양화가인 부친 백초(白楚) 우재경(84) 화백의 작품 8점과 함께 아버지 작품을 오마주한 신작을 나란히 선보이는 것. 전시장엔 우재경 화백의 동양화 8점과 아버지 작품을 재해석한 우국원의 유화 등 17점이 걸렸다. 이번에도 우국원의 신작 9점은 전시 개막 전에 모두 팔렸다.

백초 우재경 화백의 '장자제'. [사진 노블레스]
아버지의 '장자제'를 재해석한 우국원 작가의 작품. 2021, 162x130.3cm. [사진 노블레스]
우재경 화백의 그림(왼쪽)과 나란히 걸린 우국원의 'Bird'. [사진 노블레스]
전시장에 걸린 우재경 화백의 작품(왼쪽)과 우국원의 유화 작품. [사진 노블레스]


서로 재료와 표현법이 다른 부자(父子)의 그림은 한 전시장 안에서 묘한 대비로 공명(共鳴)하고 있다. 동양화가 아버지가 그린 겨울 산의 설경이 고즈넉하다면, 아들 우국원의 그림은 눈 내린 동화 속 풍경처럼 정겹고 포근하다. 동양화 화폭에 없던 귀여운 동화·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아들의 캔버스 안에서 밝은 색감, 유머러스한 모습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의 장자제(張家界)를 그린 그림도 강렬하게 대비된다. 아버지가 오로지 먹 하나로 장자제를 웅장하게 표현했다면 아들의 화폭엔 노랑·오렌지·보라·검정과 금빛 등 다채로운 색감이 눈부시다. 아들은 또 위엄이 느껴지는 풍광 안에 날개를 활짝 펴고 하강하는 날다람쥐 세 마리를 그려 넣었다.

우 작가는 "오래전부터 존경하는 아버지와 무언가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다"면서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을 담아 전시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 그림을 막연히 아름답다고만 여겨왔는데 이번에 작품을 꼼꼼히 들여다보며 아버지의 내공에 다시 놀랐다. 제 그림은 아버지가 내신 깊은 소리에 넣은 추임새 같은 것"이라고 소개했다.

아버지가 표현한 동양화의 미(美)를 유화로 어떻게 옮길까. 내 색깔을 어떻게 보여줄까. 우국원은 "아버지 그림 앞에서 고민한 것은 이 두 가지였다. 아버지 그림의 도상을 무너뜨리지 않은 선에서 나만의 특징을 녹여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시를 기획한 박수전 노블레스 컬렉션 전시팀장은 "작가의 기존 작품을 아는 이들에겐 생경해 보일 만큼 이번 신작의 변화가 파격적"이라며 "동화적 캐릭터들이 전체 풍경의 한 요소로 작게 녹아든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우재경 화백의 맨드라미를 자신의 색채로 재해석한 우국원 작품 'Yellow Brick Road'.[사진 노블레스]
맨드라미를 그린 우재경 화백의 작품. [사진 노블레스]
서울 선릉로 노블레스 컬렉션 전시장 전경. [사진 노블레스]


동물과 사람이 귀여운 캐릭터로 함께 등장하고, 정전기가 일어난 듯 보이는 화면의 독특한 질감은 이번에도 그대로다. 젊은 컬렉터들을 매료시키는 그만의 산뜻한 색감도 마찬가지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우국원 작품의 매력은 동화적인 상상력, 친근한 캐릭터, 삐뚤빼뚤한 글씨체로 써넣은 은유적인 텍스트, 자유로운 붓 터치 등을 꼽을 수 있다"며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사람들을 사로잡는 것은 그만의 독특한 색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국원은 2009년 첫 개인전을 열었을 때부터 주목받았다. 절대 벼락스타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우국원은 국내에서 서양화를 전공하던 중 2001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디자인을 전공하고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약했다. "2008년 귀국해 아버지에게 미술가의 삶을 살겠다고 했을 때 아버지는 너의 목숨을 걸고 하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우국원은 "아버지는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고 제자들을 가르치며 평생 그림만 그려오신 분"이라며 "아버지가 매일 작업하시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죽을 때까지 쉬지 않고 연습해야 한다는 것을 아버지로부터 배웠다"고 말했다.

요즘 우국원 작가의 작품가가 경매시장에서 달아오른 현상을 부자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우국원은 "기이한 현상이고, 저와는 상관없이 일어나는 일이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저는 제 작업을 이어갈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우재경 화백은 "내가 바라는 것은 아들이 마음껏 완전한 자기 창작을 하는 것"이라며 "비싸게 팔리고 안 팔리고가 예술의 목표는 아니다. 한창 작업할 시기에 작품가가 오르는 게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심안(心眼)을 넘어서 영안(靈眼)이 있는 창작을 계속하려면 작가는 겸손하고 또 겸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30일까지.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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