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기다려 겨우 3병 사는 美 컬트 와인

입력 2021. 9. 15. 10:39 수정 2021. 9. 19.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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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윤의 스토리가 있는 와인] 스크리밍 이글(Screaming Eagle)

오곡백과가 익어가는 성숙의 계절 가을이다. 이런 때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의 정상을 지켜온 ‘스크리밍 이글(Screaming Eagle)’ 와인을 추천한다.

스크리밍 이글은 미국의 짧은 와인 역사 속에서 가장 높은 가격과 희소성으로 널리 알려졌다. 매년 약 600상자(약 7200병) 정도만 생산, 희소가치가 매우 높아 경매에서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다. 스크리밍 이글 와인은 ‘신비 마케팅’으로 유명하다. 와인을 구입하려면 홈페이지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무작정 기다려야 한다. 차례가 되면 우편으로 통보를 하는데, 일반적으로 무려 12년여가 걸린다. 그것도 1인당 3병까지만 구매할 수 있으니 희소성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스크리밍 이글의 역사는 1986년 시작됐다. 전직 부동산 에이전트 진 필립스(Jean Phillips)는 나파 밸리에 위치한 오크빌(Oakville) 포도원 19.5헥타르를 구입, 몇 종류의 포도를 심었다. 수확한 포도는 모두 다른 와이너리에 팔았다. 다만, 그중에 0.4헥타르에서 수확한 카베르네 소비뇽 포도나무 80그루는 자신이 직접 와인을 만들어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 직원들에게 판매를 타진하는 등 양조도 겸했다.

이후 그는 캘리포니아 와인의 선구자이자 학자인 리차드 페터슨(Richard Peterson)을 컨설턴트로 모시며 양조 경쟁력을 높이기 시작했다. 리차드 페터슨의 딸인 하이디 페터슨 바렛(Heidi Peterson Barrett)을 첫 번째 와인 양조가로 초빙하기도 했다. 그녀는 1995년에 첫 빈티지 ‘1992’를 225상자(2700병) 출시했다. 이 와인이 로버트 파커로부터 99점을 받은 이후, 스크리밍 와인은 미국 와인 산업계의 신성으로 떠오르게 됐다. 미국 최고의 컬트 와인으로 유명세를 타며, 와인 가격은 프랑스 보르도의 5대 샤토 와인보다 비싸게 팔렸다.

스크리밍 이글에도 위기는 찾아왔다. 2005년 수석 양조가 하이디 페터슨 바렛이 스크리밍 이글을 떠나고, 2006년 3월 와이너리가 억만장자 스탄 크론케(Stan Kroenke)와 찰리스 뱅크스(Charles Banks)에게 양도되며 소유주가 바뀌었다. 잇따른 경영 환경 변화에 와인 품질에 문제가 대두되기도 했다. 그러나 2007년 앤디 에릭슨(Andy Erickson)이 수석 와인 양조가로 취임하며 와인 품질은 다시 정상 궤도를 되찾게 된다.

▶로버트 파커에 100점 만점 6회…佛 보르도 5대 샤토 와인보다 비싸

2010년 앤디 에릭슨이 자신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 떠나자 3대 수석 와인 양조가로 갓 서른이 된 닉 기스레이슨(Nick Gislason)이 영입됐다. 그는 2010년 빈티지부터 와이너리의 세컨드 와인 ‘세컨드 플라이트(Second Flight)’를 출시했다. 2012년에는 100% 소비뇽 블랑으로 만든 ‘스크리밍 이글 블랑(Screaming Eagle Blanc)’도 선보였다. 스크리밍 이글 와인은 로버트 파커로부터 1997년, 2007년, 2010년, 2012년, 2015년, 2016년 빈티지가 100점을 받으며 인기가 고공행진을 하게 된다.

카베르네 소비뇽 75%, 메를로 16%, 카베르네 프랑 9%를 블렌딩한 와인이다. 검붉은 체리 색상이 아름답고, 붉은 베리, 꽃, 체리, 민트, 스파이시, 후추 향이 매력적이다. 마셔보면 구대륙에서 맛볼 수 없는 다층적인 과실 풍미가 길고, 우아하게 느껴진다. 질감이 매혹적이며 여운이 길어 매우 인상적이다. 앞으로 긴 세월을 기다려 마셔도 좋을 만한 충분한 잠재력과 생동감을 갖고 있다.

[고재윤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고황명예교수 겸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6호 (2021.09.15~2021.09.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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