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터 샷, 정말 필요할까? 입장 다른 화이자·AZ

신은진 헬스조선 기자 2021. 9. 15.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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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저하자 부스터샷 필요성 공감..
일반인 대상은 판단 데이터 부족
면역저하자 대상 부스터샷이 필요하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됐다/사진=헬스조선DB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등장으로 돌파 감염이 계속되면서 백신 부스터 샷(추가접종)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사조차도 부스터 샷에 대한 입장이 달라 2차 접종까지 마친 일반인까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부스터 샷은 정말 효과가 있는 걸까? 모든 사람이 부스터 샷을 접종 해야 하는 걸까? 국내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화이자·모더나 "모든 사람에게" vs AZ "면역저하자만"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제약사들은 부스터 샷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단, 부스터 샷의 대상에 대한 입장 차는 크다. mRNA 계열 백신을 개발한 화이자와 모더나는 부스터 샷이 모든 이들에게 부스터 샷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바이러스 벡터 방식의 백신을 개발한 아스트라제네카는 면역저하자만 부스터 샷을 접종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화이자 최고과학책임자(CSO) 미카엘 돌스턴은 지난달 초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사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해도 6개월이 지나면 감염 위험이 커진다며, 부스터 샷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델타 변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3차 접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모더나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모더나도 부스터 샷을 접종하면 델타 변이에 더 강력한 항체를 형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AZ는 일반인에게 부스터 샷은 필요 없다고 보고 있다. AZ 백신 공동개발자인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사라 길버트 교수는 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 등을 통해 "노인이나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부스터 샷을 맞는 게 좋지만, 모든 사람이 부스터 샷을 맞을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소수의 인구가 부스터 샷을 맞는 것보다 더 많은 사람이 한 번이라도 백신을 접종하는 게 코로나 19 대응에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백신개발사들조차 부스터 샷에 대한 견해가 다르지만, 미국, 유럽, 영국 등은 부스터 샷 접종을 승인했다. 이스라엘은 면역저하자를 시작으로 12세 이상 전 국민에게 3차 접종을 진행 중이고, 4차 접종을 위한 물량까지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오는 20일부터 전 국민 대상 부스터 샷 접종을 시작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mRNA 계열 백신을 부스터 샷에 사용할 계획이다. 화이자 백신은 부스터 샷 사용 승인을 받았고, 모더나는 관련 심사가 진행 중이다.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은 14일(현지시각) 50세 이상과 일선 의료인력, 코로나19에 취약한 젊은 층을 대상으로 다음 주부터 부스터 샷을 접종한다. 부스터 샷으로 승인을 받은 백신은 mRNA 계열 백신(화이자·모더나)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다. 유럽연합(EU)도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의 부스터 샷 승인을 검토하고 있다. 이탈리아만 선제로 면역 취약층과 고령층에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의 부스터 샷 접종을 허가했다.

◇부스터 샷, 진짜 효과 있나?

일각에서는 부스터 샷이 수익 극대화를 위한 제약사의 작전이라는 비판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제약사들의 주장이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니다. 화이자 또는 모더나로 3차 접종 후 효과는 여러 국가에서 입증됐고, 이를 근거로 영국, 미국 등은 부스터 샷을 승인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화이자 백신은 이스라엘과 영국 등에서 부스터 샷 효과를 확인했다. 올해 7월 화이자 백신으로 면역저하자 대상 3차 접종을 시작한 이스라엘은 부스터 샷을 통해 전 연령층에서 재감염률과 중증 악화율을 크게 낮출 수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부스터 샷은 고령층의 중증 악화나 입원을 예방하는 효과가 5~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이스라엘 정부는 부스터 샷의 효과가 확인됐다며, 4차 접종을 위한 백신 물량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모더나 백신의 부스터 샷 효과는 캐나다 토론토 대학병원과 프랑스 연구진이 지난 8월 각각 NEJM과 JAMA에 게재한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토론토 대학병원 연구팀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마치고 2개월이 지난 장기 이식 환자를 대상으로 부스터 샷 접종을 진행했는데, 3차 접종을 마친 집단의 바이러스 중화율 중앙값이 71%에 달했다. 3차 접종을 하지 않은 집단은 바이러스 중화율 중앙값이 13%에 불과했다.

프랑스 연구진은 신장 이식 환자 대상 모더나 백신 3차 접종 연구 결과를 분석했는데, 2차 접종으로도 항체가 생기지 않은 사람 중 절반(78명)이 3차 접종 후 항체가 생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부스터 샷을 접종한 사례는 없다. 영국에서 부스터 샷으로 사용승인을 받긴 했으나 실제 부스터 샷으로 사용한 임상결과는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이 없다.

AZ 백신과 같은 바이러스벡터 방식의 얀센 백신의 부스터 샷 효과 임상시험 결과는 있다. 얀센 백신 제조사인 미국 존슨앤드존슨(J&J)은 초기 임상시험 결과 얀센 백신을 접종한 지 6개월 지난 참가자들에게 두 번째 백신을 투여한 결과 이들의 항체 수준이 최초 접종 4주 뒤와 비교해 9배 높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부스터 샷을 허용한 국가에서도 부스터 샷 회의론은 연달아 제기되고 있다. 미 식품의약국(FDA)과 세계보건기구(WHO) 관계자 등이 포함된 국제 과학자 그룹은 13일(현지 시각) 의학 저널 랜싯(Lancet)을 통해 건강한 일반인에게는 부스터 샷이 불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들은 델타 변이에서도 기존 코로나19 백신 2회 접종이 중증 예방 효과를 유지한다며, 팬데믹 상황에서 일반인에게까지 부스터 샷을 확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면역저하자 우선 접종에 이견 없어

그렇다면 우리나라 전문가들의 부스터 샷에 대한 입장은 어떨까? 국내 전문가들은 건강한 일반인 대상 부스터 샷 필요성을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고 봤다.

한양대학교병원 감염내과 김봉영 교수는 "부스터 샷이 허용되려면 시간이 지날수록 항체 역가가 떨어지거나 특정환자군에서 항체가 더 낮아지면서, 부스터 샷을 접종했을 때 항체 역가가 더 증가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봉영 교수는 "기존 데이터들만 본다면, 모든 사람에게 부스터 샷이 필요하다거나, 모든 종류의 백신이 부스터 샷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아직 부스터 샷 허용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는 "정책의 방향이 어떤 방향이 되든 기본적으로 부스터 샷의 접종 계획은 근거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김성한 교수는 "백신 접종완료 후 항체 역가가 감소한 것이 백신 접종 후 시간이 지나서인지 델타 변이가 등장한 영향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기도 하지만, 항체 역가가 유지된다고 해서 백신의 효능이 유지된다고 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재 부스터 샷과 관련해 발표되는 데이터들은 전문가 감정을 받지 않은 것들이라 아직은 일반인 대상 부스터 샷에 대한 데이터를 더 기다려봐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국가에서 부스터 샷이 승인되긴 했으나, 이조차도 충분한 근거 기반 판단이라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서울대병원 약물안전센터 강동윤 교수는 "부스터 샷의 실질적인 효과를 검토하려면 일반인 집단과 고위험집단을 비교해야 하는데 지금은 이를 비교할 수 있는 대규모 임상데이터가 없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아직 부스터샷이 기존 접종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는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단, 면역저하자 대상 부스터 샷 우선 접종이 필요하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김봉영 교수는 "지금도 화이자 백신 기준 면역저하자의 부스터 샷 필요성은 충분한 근거가 쌓여 있다"고 말했다. 김봉영 교수는 "화이자 접종자 중 면역저하자는 항체 형성률이 낮고, 이들에게는 부스터 샷의 효과가 있음이 확인됐기에 이들은 부스터 샷 우선 접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성한 교수도 "지금 데이터는 비뚤림 현상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데이터만 보며 한가하게 기다리렴 늦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고위험군, 항체가 덜 형성됐을 가능성이 큰 면역저하자, 의료시스템을 유지해야 하는 의료인에게는 빠르게 부스터 샷 접종을 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존 데이터를 바탕으로 판단할 때, 일반인 대상 부스터 샷 확대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성한 교수는 "부스터 샷 판단을 위해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백신 접종 후 6개월이 지나거나 백신을 접종했어도 델타 변이를 만나면 효과가 떨어져 돌파 감염이 생기고 있음을 이미 확인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어쨌든 근거를 중심으로 결정되어야 하겠으나 지금 상황에서 판단하자면, 우리나라도 미국이나 이스라엘처럼 순차적인 부스터 샷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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