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아파트 1만가구 4호선 끝자락에

정다운 2021. 9. 15.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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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내는 상계뉴타운

지난해에 이어 올 들어 서울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을 꼽으라면 단연 노원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노원구 아파트값은 22주째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그동안 큰 주목을 받지 못하던 상계뉴타운 역시 교통 호재와 맞물려 사업이 진척을 보이면서 서울 동북권의 유망 재개발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에서는 여전히 저평가된, ‘가성비’ 높은 뉴타운인 데다 개발이 완료되면 신흥 주거지로 재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상계뉴타운은 4호선 상계역과 당고개역 일대로 이어지는 47만㎡를 6개 구역으로 나눠 재개발하는 뉴타운 사업이다. 개발이 완료되면 일대에 1만가구 새 아파트가 들어선다. 서울 강북에서는 미니 신도시급 주거촌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지하철역이 가깝고 동부간선도로 등 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중계동 학원가와 가까워 교육 환경이 우수하고, 수락산과 불암산 사이에 위치해 주거환경도 쾌적하다. 장점이 많은 지역인데도 그동안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다 최근에야 사업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서울 노원구 상계뉴타운 일대가 재개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상계뉴타운 2구역. <윤관식 기자>

▶4구역 입주 완료·6구역 입주 예정

▷2구역, 조합 11년 만에 사업시행인가

현재 상계뉴타운에서 사업이 가장 빠른 곳은 4구역과 6구역이다.

4구역(노원센트럴푸르지오)은 지난해 초 아파트 810가구 입주를 끝냈다. 입주 이후 실거래가 이뤄진 평형은 전용 59㎡뿐이다. 지난 5월 전용 59㎡ 2채가 각각 9억3000만원(8층), 8억원(18층)에 거래됐다. 2017년 최초 공급 당시 평균 4억원대에 일반분양된 아파트다.

지난해 여름 청약 경쟁률만 평균 59 대 1, 최고 597 대 1을 기록한 6구역(노원롯데캐슬시그니처, 총 1163가구)은 2023년 6월 입주를 목표로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다. 최근 팔린 노원롯데캐슬시그니처 전용 59㎡ 조합원 입주권 실거래 가격은 8억5995만원(15층, 8월 19일)이다. 앞서 7월 9일에는 전용 84㎡ 입주권이 11억7450만원(22층)에 새 주인을 찾았다. 이 구역 조합원 분양가는 전용 59㎡가 3억9000만원, 전용 84㎡가 5억3000만원대였다. 현재는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4구역, 6구역이 성공적으로 사업을 마무리하면서 인근 구역 조합들 역시 재개발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에 소식이 들려온 곳은 상계뉴타운 내 가장 규모가 큰 2구역이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노원구청은 지난 9월 2일 상계2구역에 대한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사업시행인가를 고시했다. 2006년 재정비촉진지구 지정 이후 15년 만, 조합이 설립된 지 11년 만이다. 2구역은 2010년 조합설립인가를 받았지만 낮은 사업성과 조합원 간 이견으로 11년 동안 사업이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인근 상계3구역이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상계3구역에 배정된 기반시설을 남은 구역에 재배정했기 때문이다.

정비사업 ‘8부 능선’으로 통하는 사업시행인가를 통과한 상계2구역은 앞으로 관리처분인가, 그 후 이주·철거, 착공·분양, 준공·입주만 남겨두게 됐다. 노원구 상계동 111-206번지 일원 10만842㎡ 부지를 재개발하는 상계2구역은 지하 8층~지상 25층, 22개동, 2200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한다. 대우건설과 동부건설 컨소시엄이 시공을 맡았다. 언덕에 위치하기는 했지만 당고개역 초역세권이 장점인 구역이다.

2009년 조합설립을 마친 5구역도 늦은 감이 있지만 사업시행인가를 준비 중이다.

2014년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3구역도 공공재개발 2차 후보지로 선정돼 개발 가능성이 열렸다.

지난 9월 4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상계동 71번지 일대 ‘상계3구역 공공재개발’ 사업 추진을 위한 ‘상계3구역 주민협의체 출범식’을 개최했다. 지난 7월 해당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공모를 통해 구성된 ‘상계3구역 주민협의체’는 상계3구역 주민 1100명을 대표해 사업시행자와의 협의, 동의서 징구 등의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상계3구역은 주민 간의 갈등으로 인해 사업 추진이 10년 넘게 정체되고 재개발 사업을 위한 추진위가 2곳으로 나눠지는 등 정비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지난 3월 공공재개발 2차 후보지로 선정된 이후 공공의 참여로 사업 추진이 가속화됐고 이번 주민협의체 출범을 통해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큰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상계3구역은 2종 일반구역 법적 상한인 용적률 250%를 받아 최고 25층으로 재건축할 수 있게 된다. 오는 내년 상반기 내에 정비구역 지정을 완료하고, 2025년 착공하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공공재개발을 통해 1885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탈바꿈한다. 조합원 물량으로 1100가구, 일반분양으로 324가구, 공공임대로 461가구(추정치)가 나올 전망이다. 다만, 상계3구역은 정비사업 추진위가 두 개로 나뉘어 있다. 또 지역주택조합과 갈등을 겪고 있는 등 공공재개발 추진 과정에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상계뉴타운은 아니지만 상계3구역과 가까운 희망촌도 변화를 앞두고 있다. 뉴타운 해제구역인 희망촌은 주거환경사업지구로 환원돼 자력 개발 방식이 진행됐지만 개발 효과가 미진했다. 현재 희망촌에는 무허가 건물 245동에 200여가구가 거주 중이다.

지지부진하던 상계뉴타운 재개발 사업이 일제히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은 최근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 아파트값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노원구 아파트 매매 가격의 올해 누적 상승률은 4.39%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다. 노원구 아파트 3.3㎡당 가격은 지난해 6월 기준 서울 20위였으나, 구로·관악·종로구를 넘어서며 2년 만에 17위로 올라섰다.

여기에 가시화된 교통 호재는 상계뉴타운 사업에 불을 붙였다.

우선 지난 8월 23일 왕십리역과 노원구 상계역을 연결하는 동북선 경전철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왕십리역을 시작으로 하는 동북선 경전철은 총 13.4㎞ 구간 16개소 정거장을 지난다.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되는 동북선이 개통되면 왕십리에서 상계동까지 단 25분 만에 주파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동북선과 함께 현재 추진 중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이 확정되면 그동안 상계동 단점으로 지적되던 강남 접근성이 크게 향상된다.

이런 기대감에 상계2구역에서는 최근 대지지분이 17㎡인 빌라가 4억5000만원, 대지지분이 27㎡인 빌라는 5억3500만원에 팔렸다. 최근에 매물로 나온 빌라(대지지분 35㎡)는 집주인이 6억2000만원을 받길 원했다. 사업시행인가 발표 이후 매물을 거둬들이기는 했지만 이 빌라를 기준으로 투자 가치를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다. 해당 빌라의 감정평가액은 2억7000만원. 추후 전용 84㎡를 조합원 분양가 5억9000만원에 배정받는다면 추가 분담금으로 3억2000만원을 더 내야 한다. 총 9억4000만원의 매매 대금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입주를 마친 노원센트럴푸르지오 전용 59㎡ 수준의 가격이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6호 (2021.09.15~2021.09.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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