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리와인드⑮] '디피' 김보통 작가가 들여다보는 청춘의 아픔

장수정 2021. 9. 1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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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만자'→'디피', 아픔 겪는 청춘들 이야기

<편집자 주> 작가의 작품관, 세계관을 이해하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작가들은 매 작품에서 장르와 메시지, 이를 풀어가는 전개 방식 등 비슷한 색깔로 익숙함을 주기도 하지만, 적절한 변주를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 의외의 변신으로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현재 방영 중인 작품들의 작가 필모그래피를 파헤치며 더욱 깊은 이해를 도와드리겠습니다.

ⓒ넷플릭스

지난달 공개돼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디피’(D.P.)의 각본과 원작 웹툰 ‘디피: 개의 날’을 쓴 김보통은 독특한 이력을 가진 작가다. 2009년 대기업에 입사했다가 퇴사한 뒤 2013년 만화가가 됐다. 뒤늦게 자신의 꿈에 도전한 김 작가는 이후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청춘들의 고통을 담기 시작했다. 데뷔작인 ‘아만자’에서는 암이라는 나쁜 병과 싸우는 청춘을, ‘디피: 개의 날’에서는 부조리한 군대 문화에 괴로움을 겪는 이들을 포착했다.


‘아만자’와 ‘디피: 개의 날’ 모두 스토리의 탄탄함에 힘입어 드라마화가 결정됐다. ‘아만자’는 지난해 9월 카카오TV를 통해 시청자들을 만났으며, ‘디피: 개의 날’을 드라마화 한 ‘디피’는 현재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 중이다. 김 작가는 ‘디피’에는 직접 각본가로도 참여하며 힘을 보탰다.


◆ 살아있는 디테일과 유머로 높이는 대중성


스물여섯살 말기 암환자의 일상을 유쾌한 톤으로 그려낸 ‘아만자’는 보는 이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힐링 웹툰으로 평가된다.


가장 돋보이는 것은 감정의 디테일이다. 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웹툰을 그렸다는 김 작가는 ‘아만자’에 갑작스러운 암 선고부터 이후 투병 과정까지. 암 환자들의 일상과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어느 날 갑자기 평범한 일상을 잃어버리게 된 한 청년의 충격과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따른 감정 변화들을 디테일하게 포착해 보는 이들을 몰입하게 한다.


그러나 ‘아만자’는 암환자의 투병기를 슬프고, 암울하게만 그리지 않는다. 투병 과정이 힘들고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박동명이 가족과 여자친구, 그리고 친구들의 응원에 힘입어 씩씩하게 현실에 맞서는 과정이 유쾌하고 또 위트 있게 담긴다.


특히 주인공이 혼수상태에 빠지는 심각한 순간을 판타지로 연결시키는 센스가 탁월하다. 주인공이 잠을 자거나 혼수상태에 빠졌을 때 미지의 세계를 경험하게 되고, 이곳에서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것들을 이루면서 희망의 메시지를 전파한다. 자칫 신파로 흐를 수도 있는 이야기였지만, 김 작가는 현실과 판타지를 흥미롭게 오가며 ‘아만자’를 즐기게 만들었다.


자신의 군 생활 경험을 녹여낸 ‘디피’에서도 자세한 묘사로 현실감을 높이는 동시에, 유머를 가미해 대중성을 높였다. 원작에는 없었던 캐릭터 한호열(구교환 분)은 디피의 조장이자, 특유의 넉살로 부조리한 군 문화에 맞서는 인물이다. 자칫 지나치게 심각하고 무거워질 수 있는 ‘디피’에 활력을 불어넣는 유일한 인물이었다. 무거운 내용들이 전개되는 가운데, 적재적소에서 터지는 그의 유머가 긴 시간 몰입을 이어가게 만든다.


자신의 경험이 녹아든 현실적인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유발하면서도 흥미라는 중요한 요소까지 놓치지 않은 것이 드라마화의 성공 비결이 된 셈이다. 김 작가가 앞으로 또 어떤 흥미로운 이야기로 다양한 시청자들을 아우르게 될지 궁금해진다.


◆ 청년들을 향한 위로와 공감


장르도, 분위기도 극과 극이지만, ‘아만자’와 ‘디피’에는 청춘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청춘들의 아픔을 꼼꼼하게 담아내면서 누군가에게는 위로를, 또 누군가에게는 공감을 선사한다.


‘디피’는 공개 이후 현실적인 묘사로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느꼈다”는 반응을 얻을 만큼 청년들의 뜨거운 공감을 유발했다. 탄탄하게 구축된 현실 세계 위에서 왕따, 잔인한 가혹행위, 또는 부조리한 권력 관계 등 안타까운 이야기들이 이어졌고,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문제의식까지 끌어냈다.


전개 과정에서 탈영병을 ‘잡는’ 것이 아닌 ‘돕게’된 한호열, 안준호(정해인 분)의 모습을 통해 위기에 몰린 청춘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암환자의 이야기를 다룬 ‘아만자’를 통해서도 지나친 경쟁에 지친 청춘들에게 일상의 행복함을 되새기게 한다. 씩씩한 주인공 동명은 물론, 그의 곁을 지키는 가족과 여자 친구의 이야기까지 폭넓게 담겨 공감대를 넓힌다.


김 작가는 에세이 ‘살아, 눈부시게’, ‘온 마음을 다해 디저트’ 등 다양한 저서를 통해서도 청춘들에게 응원을 불어넣고 있다. 늘 상처받고, 또 소외된 이들을 위한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김 작가가 다음에는 또 어떤 위로를 건넬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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