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박 피아노 듀오 "8년전 첫 연주부터 호흡 척척.. 신박하죠?"

장지영 2021. 9. 15.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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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정·박상욱 유학 선후배 사이
"둘다 긍정적 성격.. 트러블 없어
솔로 연주보다 연습 시간 2배"
피아노 듀오 신박이 14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 아트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첫 앨범 ‘하다’(HADA)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신박 듀오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선후배로 지내던 신미정(왼쪽)과 박상욱이 2013년 결성했다. WCN 제공


피아노 듀오 ‘신박’은 한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신박한 이름을 갖고 있다. 새롭고 놀랍다는 뜻의 신조어 ‘신박하다’는 팀 이름만이 아니라 이들의 활동에도 어울리는 수식어다. 피아니스트 신미정(40)과 박상욱(30)의 성(姓)을 딴 신박 듀오는 국제무대에서 한국 피아노 듀오로는 드물게 활발히 활동한다. 2013년 팀을 결성한 신박 듀오는 그해 이탈리아 로마국제콩쿠르 1위 없는 2위, 2015년 독일 ARD국제콩쿠르 2위, 2016년 모나코 몬테카를로국제콩쿠르 1위, 2017년 체코 슈베르트국제콩쿠르 1위를 차지한 후 유럽의 주요 공연장에 초청받고 있다.

신박 듀오가 14일 유니버설뮤직을 통해 첫 앨범 ‘하다’(HADA)를 발매했다. 팀 이름에 앨범명을 더하면 자연스럽게 ‘신박하다’가 된다. 이날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 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미정은 “원래 ‘신박’이란 이름은 남편(바리톤 안민수)이 지었다. 음반 타이틀을 ‘하다’로 지은 건 다양한 의미로 해석할 수 있어서다”라고 밝혔다.

피아노 듀오는 피아노 두 대를 나눠서 치거나 한 대를 함께 치기 때문에 긴밀한 호흡이 필수다. 일회성이 아니라 전문적으로 활동하는 피아노 듀오는 자매나 남매, 부부 등 가족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신박 듀오는 오스트리아 빈 유학 중 만난 선후배 사이다. 빈 시립음대에서 얼굴만 알고 지내던 두 사람은 같은 한인 교회에 다니면서 성가대의 반주자와 부반주자로 활동하며 친해졌다. 2013년 빈의 한국 여성 합창단 행사에 각각 독주자로 초청됐을 때 함께 연주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당시 이틀간 연습하고 네 손가락으로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를 선보였을 때 뜨거운 관객 반응을 얻은 게 신박 듀오의 출발이었다.

박상욱은 “첫 연주에 대해 ‘오래 호흡을 맞춘 듀오’ 같다는 평가를 받았다”면서 “지도교수님도 우리 연주를 듣고는 ‘무조건 피아노 듀오를 해야 한다’며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이탈리아 로마국제콩쿠르에 나가 보라고 권하셨다. 거기서 상도 받았다”고 말했다.

확신이 부족했던 두 사람은 로마국제콩쿠르 수상 이후 세계적인 듀오 연주가이자 독일 로스톡커(Rostocker)음대 피아노 듀오 교수인 한스-페터 슈텐츨과 폴커 슈텐츨 형제 교수를 찾아갔다. 슈텐츨 형제로부터도 칭찬을 받자 세계에서 유일하게 피아노 듀오 과정이 있는 로스톡커 음대 대학원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공부했다.

로스톡커 음대 박사 과정 졸업을 앞둔 박상욱은 “학교에 들어간 것이 신의 한 수였다”며 “피아노 듀오로서 필요한 자세는 물론 폭넓은 레퍼토리를 공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미정은 “대학에서 함께 공부하는 듀오들에게 물어보니 자매나 남매 사이에도 엄청 싸운다고 들었다”면서 “나랑 상욱씨는 나이 차가 나서인지 트러블이 없다”며 웃었다. 이어 “피아노 듀오는 둘 다 성격이 긍정적이고 함께하는 데 익숙해야 가능한 것 같다”며 “내 것만 생각해서는 안 되고 파트너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배려가 필요하다. 호흡을 맞추기 위해 솔로 연주 때보다 두 배 이상의 연습 시간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피아노 듀오는 19세기 유럽 중산층 가정에 피아노가 필수 악기로 자리 잡으면서 꽃을 피웠다. 귀족처럼 오케스트라를 가질 수 없었던 중산층 가정에서 교향곡이나 오페라를 편곡해 두 사람이 피아노로 연주하게 했다. 박상욱은 “우리나라에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럽의 이런 문화 덕분에 피아노 듀오 레퍼토리가 방대하다”면서 “슈베르트 같은 작곡가는 포핸즈 피아노 연탄곡을 35곡 남겼다. 기회가 되면 슈베르트의 포핸즈 전곡을 음반으로 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음반에는 신박 듀오가 직접 편곡한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박쥐 서곡’, 모차르트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라장조 K448’, 드라마 ‘밀회’에 삽입됐던 슈베르트의 ‘네 손을 위한 판타지 바단조 D940’, 차이콥스키가 직접 포핸즈 용으로 편곡한 ‘1812년 서곡’ 등 4곡을 담았다.

신미정은 “피아노 듀오의 색깔을 잘 살릴 수 있는 곡 위주로 담았다”면서 “차이콥스키 포핸즈 편곡 버전의 ‘1812년 서곡’은 음원으로 레코딩된 적이 없기에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신박 듀오는 첫 음반 발매를 기념해 다음 달 2일 예술의전당 IBK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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