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歷知思志)] 진천
충북 진천은 고구려 때 금물노군(今勿奴郡)으로 불렸다가 신라에 병합되면서 만노군(萬弩郡)이 되었고, 신문왕 때 흑양군(黑壤郡)이 됐다.
‘금물노’는 고구려어로 ‘검은 들판’을 뜻한다. 신라 지명인 ‘흑양’ 역시 ‘검은 들판’이다. 이곳 토양이 검은빛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학계에선 진천의 토양에 철(鐵) 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에 붙여진 명칭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진천에는 백제시대의 석장리 유적지가 있는데, 국내 최초의 철 생산지 유적이다. 적당한 철 성분은 벼농사에도 도움이 된다. 진천은 전국에서 쌀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진천에 ‘생거진천(生居鎭川)’이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 중 하나다.
가야 출신 김서현은 이곳 태수로 임명되자 신라의 왕족 여성 만명을 데리고 야반도주했다. 사랑의 도피였다. 이들은 진천에서 아들 김유신을 낳았다. 김서현은 귀족이지만 2등 귀족이었다. 진천에서 경주로 돌아온 뒤에도 이들 가족에겐 망국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김유신은 김춘추와 혼맥을 쌓는 등 갖은 애를 썼다. 결국 그는 신라의 기둥이 됐고, 삼국통일에도 기여했다.
탈레반을 피해 한국에 온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391명이 진천 공무원 인재개발원에 머물고 있다. 이들 중 절반은 어린이다. 대부분 한국에서 계속 살기를 희망한다고 한다. 이들이 정착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이 가운데서 언젠가 제2, 제3의 김유신 같은 인물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한국도 ‘민족’에만 묶여서는 미래를 그릴 수 없다.
유성운 문화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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