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순항 미사일 위협엔 눈감고 대화 타령만 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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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으로 보여준 북한의 핵 고도화
“비핵화 의지 있다”는 환상 버려야
북한이 지난 주말 두 차례 발사한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은 우리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다. 군·정보 당국이 사전·사후 아무런 탐지를 못했고, 북한이 관영 매체를 통해 발표한 뒤에야 발사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이 위협의 심각성을 설명해 준다. 실전 상황이었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더구나 사거리 1500㎞는 한반도 전역을 사정권에 두는 것은 물론이고 유사시 한·미 동맹의 후방기지 역할을 하는 주일 미군기지까지 타격할 수 있다.
북한의 신형 순항미사일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당대회에서 ‘핵무력 고도화’와 ‘전술핵무기 개발’을 공언하면서 구체적으로 적시한 무기 중 하나다. 당시 김정은은 핵 또는 핵무기란 단어를 36차례 사용했는데 8개월 만에 시험발사를 통해 순항미사일 개발이 완성됐음을 과시한 것이다. 이는 북한이 자신들의 시간표에 따라 차곡차곡 핵 능력을 고도화하고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고위층들이 틈만 나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강조하고 있지만 북한의 실제 행동은 정반대다.
더 큰 걱정과 불안은 우리 정부의 안일한 태도다. 순항미사일 발사 사실을 알게 된 뒤 정부 당국자들이 보인 태도는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케 할 정도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북한과의 대화 재개가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북한의 도발을 대화의 구실로 삼는 도착증세를 보인 것이다. 앞서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영변 핵시설 재가동에 대해 “남북 합의 위반이 아니다”며 북한을 감싸는 발언을 했다. 이런 인식을 지닌 장차관 체제에서 어떻게 실질적인 비핵화 외교 전략과 행동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의 행동도 부적절하다. 순항미사일 발사 보도 당일 누구보다도 바쁜 시간을 보냈어야 할 그는 한가하게도 정치권의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한 언론사들의 취재에 잇따라 응했다. 북한의 도발 정보를 탐지하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정보 수장의 머릿속에 정보 실패에 대한 분석과 대책 마련보다 대선 국면에서의 정쟁이 더 우선순위에 올라 있음을 보인 것 아닌가.
반면에 북한의 도발에 대한 유감 표명이나 항의는 일절 없었다. 관련 부처 장관들이 참석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할 만한 위협인데도 정부는 순항미사일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 아니란 점을 부각시키며 그 의미를 축소하는 데 급급했다. 심지어 김정은이 발사 현장을 참관하지 않은 것은 대화 재개의 여지를 남겨 둔 것이란 해석을 보이기도 했다.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가장 큰 안보 리스크는 북한의 위협을 위협으로 보지 않는 정부의 안이한 태도에 있다.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란 가상의 전제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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