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 못가리고 악몽 꾸던 아들..학교에 녹음기 숨겨 보냈더니
한 초등학교 교사가 자신이 담임을 맡은 반의 10살 제자를 따돌리고 정서적 아동학대를 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이가 이상해졌다고 여긴 부모가 아이의 옷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상황을 파악하게 됐는데, 교사는 “녹음을 한 것은 교권침해”라며 “평소 수업을 자주 방해하던 아이라 지도하려던 것”이라며 반박했다.
14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담임교사가 김재민(10, 가명) 군을 크게 다그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교사는 재민 군이 울자 “더 울어, 재민이 더 울어. 우리 반 7번은 김재민 아냐”라고 더 심하게 다그쳤다. 재민 군이 “선생님, 7번 하고 싶어요”라고 하자 교사는 “7번 없어. 재민이 다른 반이야”라고 했다.
이동 수업을 할 때는 재민 군을 혼자 빈 교실에 남겨두고 가기도 했다. 그러면서 교사는 “재민아, 선생님은 스포츠실 수업하러 갈게. 재민이 알아서 해. 선생님 몰라”라고 했다. 재민 군은 울면서 혼자 남겨졌다.
반 친구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기도 했다. 교사는 재민 군을 향해 “여러분, 3개월 동안 297번 거짓말하면 거짓말쟁이 아니에요? 수업도 안 했고요, 받아쓰기 아예 보지도 않았고요, 받아쓰기 아예 쓰지도 않았어요.”라고 질책했다. 언성을 높이며 “뭐 하는 거야, 지금! 너 우리 반 아니잖아, 나갔으니까! 이제 우리 반 아냐, 선생님 몰라”라고 하기도 했다. 재민 군은 이날 하루 교실에서 울며 뛰쳐나갔다 돌아와 다시 혼나길 반복했다.
부모는 3학년이 된 뒤 두 달 쯤 지나서부터 재민 군이 갑자기 소변을 못 가리고 악몽을 꾸는 것을 이상하게 여겼고, 결국 재민 군 옷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이런 상황을 알게 됐다. 녹음기에는 교사가 재민 군을 향해 “넌 거짓말쟁이야. 거짓말쟁이, 나쁜 어린이. 나쁜 어린이에서 이제 최고 나쁜 어린이로 이제 변하고 있네”라고 말하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재민 군 부모는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에 교사를 신고했다. 기관은 “정서적 아동학대”라고 판단했다.
현재 학교는 재민 군 반 담임을 다른 교사로 교체한 상태다. 하지만 학교는 담임만 교체하고 해당 교사에게 징계를 내리지는 않았다. 교사가 “허락 없이 수업을 녹음한 건 교권침해”라고 주장했는데, 학교가 이 주장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재민 군 어머니는 “(아동학대 녹취는) 판례에 따라 합법”이라는 입장이다.
경찰은 지난주 해당 교사를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교사는 “전부터 아이가 뛰쳐나가고 큰 소리로 울어 다른 학생들의 수업을 자주 방해했다. 성심성의껏 아이를 지도해왔고, 의도적으로 상처를 주려던 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재민 군 어머니는 현재 아이가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다며 “피해자인 저희가 전학 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학교에서 밝게 다시 웃고 잃어버린 자존감을 찾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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