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아웃.. 예배는 희망이며 생명입니다

2021. 9. 14. 19:4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교회를 교회되게, 예배를 예배되게 우릴 사용하소서’ 찬송가사의 한 대목입니다. 코로나19로 비대면예배라는 초유의 경험을 하는 교회의 현실을 보며 탄식하듯 나오는 외침 같아서 자꾸만 입가에 맴돕니다.

매주 토요일이면 주일예배에 대한 무게감으로 인해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교단장이 되고 나서는 주일설교에 대한 부담이 없어서 편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상황이 교회를 어렵게 하기에 교단장으로서의 책임이라는 무게감이 더해져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한국교회의 절박함이 가슴 한 구석에 조이는 듯 한 통증으로 전해집니다. 교회만의 어려움으로 끝나면 좋겠지만 우리 사회 전반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K-방역을 자랑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현실은 그저 암담하기만 합니다. 정부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불편합니다.

신천지라는 이단집단에 의해 코로나19의 확산주범으로 교회가 주목을 받고 지탄을 받았습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언론은 교회가 마치 엄청난 잘못을 한 것처럼 연일 교회발 코로나19를 보도했습니다. 방역지침도 문제입니다. 4단계에서는 20명 이내로 예배의 필수적 인원만 참석이 가능하다고 했었습니다. 8개 종단이 협력하여 중수본과 난상토론을 거듭하고 나서 정해진 것이 출석인원 101명 이상의 교회는 수용인원의 10%내에서 99명까지 모임이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부의 고충을 이해하면서도 불편한 이유는 소통의 부재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라고 되어있습니다. 다수결의 원칙이 있지만 이로 인한 소수의견이 무시되거나 포퓰리즘에 취약한 ‘민주국’의 단점과 공공의 이익을 표방하며 군주제의 반대가 되는 ‘공화국’의 단점을 수정 보완하는 ‘민주공화국’을 우리나라의 국가 정체성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주요 국가 중 헌법 제1조에 ‘민주’, ‘공화’를 국가의 정체성으로 명시한 나라는 대한민국 뿐입니다. 단순히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소수의 의견도 존중하면서 다수의 의견을 견제하는 것이 민주공화국입니다.

교회를 의미하는 헬라어 ‘에클레시아’는 고대 그리스 아테네 시민의 총회인 민회를 가리키는 말로써 어떤 문제를 결정하기 위해 부름 받음 시민의 모임을 의미하는 말이었습니다. 에클레시아가 바로 민주공화국의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도 바울이 에클레시아를 교회를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한 것은 교회는 건물과 조직을 뛰어넘는 공동체, 모두가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요, 신분과 인종과 언어의 경계를 뛰어넘어 평등한 민주적 모임을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즉 그리스도 안에서 그동안과는 다른 새로운 질서의 공동체로서의 교회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교회는 본질적으로 닮은 부분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평등, 민주, 대의정치, 자유 등은 모두 닮은 부분입니다. 교회는 시대의 대안으로 그 역할을 충실히 감당해 왔습니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우리 서양문명은 기독교회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 태어나지도 못했을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한국교회역사에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연세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배재대학교, 배화여자대학교 등 근대교육, 세브란스병원, 이화여대병원,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등 근대의료, 사회복지의 시작인 태화복지재단 등 기독교의 영향력은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성경을 통한 한글보급으로 문명개혁을, 여성들의 교회를 기초로 한 사회활동으로 평등구현을, 근대교육으로 교육혁신을, 근대의료의 시작으로 의료혁신을, 최초의 한글점자개발로 언어혁신을, 민족운동과 독립운동으로 나라사랑을 이룬 것이 한국교회입니다.

우리 나라의 근대를 연 것이 교회요, 일제강점기 민족을 깨운 것도 교회요, 민주화를 통해 자유의 가치를 일깨운 것도 교회입니다. 오늘의 우리 사회를 있게 한 모든 것에는 교회의 역할이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정부는 교회와의 대화에 적극적이어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당시 “국민의 나라”를 비전으로 “국민이 주인인 정부”를 국정과제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지금 평가를 내리면서 우리 모두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힘은 포용으로부터 시작한다며 성과를 정리했습니다. 그냥 동의하기에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의 대응에서의 노력은 인정하지만 소통보다는 획일적이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사회사업분야에서 길을 연 것이 교회였는데, 종교계 사회사업관련한 사회사업법을 놓고 종교계 현장을 완전히 무시한 입법을 추진했다가 반대에 부딪쳐 입법전체를 삭제하는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사립학교법 개정법률안을 통해 사립학교 교원임용 교육감 위탁 강제 법안을 여당의 강행으로 통과시켰습니다. 이것은 건학이념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포용과 자유, 국민주권을 주장하는 정부가 소통 없는 획일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고민은 이해합니다. 그래서 소통을 위한 애씀이 필요합니다.

교회도 변화되어야 합니다. 코로나19를 맞으면서 교회의 신뢰는 재앙적인 위기상황이 되었습니다. 대다수의 그리스도인들은 이단이나 극단적인 근본주의와는 선을 긋고 싶어하지만 일반 국민들의 눈에는 모두 한 통속으로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교회가 극한비호감이 되어버렸습니다. 코로나19상황에서 ‘종교의 자유’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사랑의 의무’에도 충실해야 합니다. 교회가 사회와 소통하는 법을 잃어서는 안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교회 생활이 대부분 중지되고 심방과 같은 목회자의 전통적 기능과 역할도 상당부분 중단이 되면서 교인들은 스스로 신앙과 삶을 영위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예배당 중심에서 일상의 삶으로 신앙의 무게중심이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몸은 서로 만나지 못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이지만 교회는 누구와 연결하고 함께 해야 할 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정부나 교회를 비롯하여 우리 사회 전반에 필요한 것이 ‘새로운 질서(New normal)’입니다. 재난과 위기에서 정부와 교회는 효과적이고 지속적인 의사소통이 필요합니다. 교회가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정부는 조금 더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교회도 나라와 민족에 희망의 언어를 주고, 이웃과 소통하는 신앙생태계를 만들 방안을 고민해야 합니다. 교회는 언제나 그리고 여전히, 희망이고 생명입니다.

이철 목사(기감 감독회장·한교총 대표회장)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