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대, 목회자 사명 끝까지 완주하길

2021. 9. 14.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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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는 목사님께서 2019년 여름에 교회를 개척하였습니다. 신학교를 졸업 후, 없는 형편에 3년간 모은 돈으로 상가를 얻어 어렵게 시작한 교회입니다. 교회를 시작한 지 몇 개월이 되지 않아 코로나가 시작되었습니다. 처음 코로나가 시작 되었을 때는 곧, 금방 끝날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래서 몇 개월 교회 월세를 낼 때마다 “조금만 참자, 조금만 기다리자”라는 심정으로 버티고 버텼습니다. 그러나 결국 코로나는 우리의 예측대로 일찍 끝나주지 않았습니다. 코로나가 장기전이 되자 방역지침 등 이유로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지 못하게 되어 교회의 월세가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젊은 목사님은 할 수 없이 돈을 벌기 위해 입주청소, 택시운전, 음식 배달, 중고 물품 거래 등을 하면서 지난 1년 동안 생계를 유지하며 삶을 꾸려 나가야만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젊은 목사님께서 저에게 찾아와 담배를 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목사님, 시대가 바뀌었어요. 저는 목사 안하고 돈을 벌려고 해요. 목회 하는 것 보다 돈 버는 것이 훨씬 더 수월한 것 같아요. 밤에대리 운전을 해 주면서 보니까 세상 사람들은 아주 편하게 돈도 잘 벌고, 술 먹고 택시비며, 대리 운전기사 부르는 돈도 잘 쓰고,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도 잘 살더라고요. 나는 열심히 잘 해보려고 했는데 왜 하나님이 나에게 이런 고통을 안겨 주셨을까요? 우리 아내는 나에게 돈을 벌어오라고 해요. 매달 밀려오는 카드 값은 어쩌라고요? 더 이상 상가 보증금에서 교회 월세를 공제할 남은 돈이 없어요”라고 신음하듯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이분의 말을 들으면서 속으로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는데 그냥 덤덤한 표정으로 젊은 목사님께 이렇게 말했습니다. “목사님, 우리 인생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좀만 더 기다리고 하나님을 믿어 봐요. 그분만의 어떤 계획이 있을 거예요. 우리가 목사가 되려고 했던 것은 꼭 성공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잖아요.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하게 된 것도 하나님이 언제나 우리에게 평탄한 길로 인도해 주실 것이라고 생각해서도 아니었잖아요. 어떤 사람처럼 갑자기 한강에서 아들이 죽은 것 보다 낫잖아요. 우리가 감사할 수 있는 것은 너무나 많이 있잖아요. 잠시만 기다려 보세요. 우리가 알 수 없는 하나님의 어떤 섭리가 있을 거예요. 함께 작정기도 하면서 하나님의 뜻을 간구해 보면 좋겠어요” 라고 말을 했습니다.

물론 제가 이 목사님께 드린 말씀은 우리가 직면한 본질적 문제에 대한 시원한 해답이 아닐 수 있음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실상 이 목사님의 본질적 고통에 대한 정답은 ‘돈’일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또한 동시에 제가 이 목사님께 드렸던 말씀은 고통 가운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요 최선의 말이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 후 저는 이 젊은 제자 목사님을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기도 할 때 마다 한 없이 눈물이 흘렀습니다. ‘어쩌다가 우리가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어쩌다가 우리가 이런 시대를 살 게 되었을까? 어쩌다가 이렇게 유능하고 젊은 목사님들이 유리방황하게 되었을까?’ 저는 하나님 앞에 많이 울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한국 목사님들을 위해 21일씩 3회에 걸쳐 작정기도를 모두 마쳤습니다.

작정 기도를 마치는 마지막 날, 이 젊은 목사님이 제게 다시 찾아와 이렇게 말했습니다. “목사님, 저는 어떤 일이 있어도 하나님을 사랑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하나님 앞에 반듯하게 살아보려고 해요. 그 이유는 제가 아무리 다른 일을 하려고 찾아보아도 저는 목사 아니면 하고 싶은 일이 없더라고요. 하나님 앞에서 반듯하게 살아보려고 해요. 사실 저는 그동안 담배를 피운 것이 아니었어요. 제 자신이 너무 힘들어서 속이 상해서 목사님과 대화 할 때 그렇게 표출한 것이었어요. 나는 목사이며, 담배를 피는 사람이 아니예요”라고 말을 해 주셨습니다.

그러면서 이 목사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하나님께서 아합왕 시대에 이세벨을 통해 하나님의 선지자들을 핍박하자, 오바댜가 선지자 백 명을 몰래 굴에 숨기고 그들에게 떡과 물을 먹였다(왕상 18:4)는 하나님의 말씀이 깨달아졌어요. 어느 시대든지 하나님의 종들에게는 핍박과 고난이 있는데,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주의 종의 목표가 아니라, 비록 내 자신이 부족할 지라도 끝까지 고통을 이겨 내면서 하나님의 부르심의 소명을 완주해 나가는 것이 진짜 목사라는 게 깨달아 졌어요” 라고 말해 주셨습니다.

저는 그 목사님의 말을 들으며 많이 울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아는 목사님들과 성도님들께 꼭 이 말을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아무리 세상 사람들이 ‘코로나가 발생한 원인은 교회 때문이다, 성도들과 목사들의 죄 때문이다’라고 비난할 지라도, 우리는 끝까지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비록 흔들리고, 비틀거리고, 부족하여 넘어질지라도, 우리가 소명의 길을 완주하고 천국에 가는 그 순간, 하나님께서 우리의 눈물을 닦아 주실 것을 믿습니다.

저는 코로나 시대의 목회를 하시는 목회자분들께 하나님께로부터 공급되는 오바댜의 위로에 힘입어 끝까지 소명의 길을 완주하실 수 있게 되기를 눈물로 기도합니다.

정 에밀리 목사 (큰빛선교회 대표·풀러신학교 P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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