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비켜라".. 열정의 목회자들 '마을 지킴이'로 헌신

2021. 9. 14.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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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변호 목사의 이색 심방기 '작교연' 연합방역단
코로나19 펜데믹 현상으로 예배의 자유가 사라지고 교회의 모든 대면 모임과 행사들이 중단되면서 한국교회는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작은교회들의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실정이다. 작은교회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비롯하여 전도길이 막히면서 코로나가 하루 빨리 종식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한국교회 위기 상황 가운데 목회자들이 연합하여 방역단을 조직하여 지역사회 방역에 앞장서면서 전도의 길이 열리고 교회와 목회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갔다.

성남 모란시장 건너편 뒤쪽에 사무실을 두고있는 연합방역단은 작은교회살리기연합(이하 작교연) 대표인 이창호 목사(59세)에 의해서 결성되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연합방역단은 1년 6개월 동안 31개 지역에서 5만 1500여곳을 소독했고, 그동안 투여한 소독수만 해도 8월말 기준으로 20리터 3050통으로 액수로 환산하면 2억200만원에 달한다.

포천 한마음교회 방역 모습.

이창호 목사를 만나 연합방역단 결성 취지를 묻자 “코로나가 왔다고 우리가 마냥 아무것도 안하고 코로나가 종식되기만을 기다리면서 주저앉아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역으로 코로나가 오히려 기회가 되어 한국교회가 세상에 놀라운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한국교회 5만개가 각자 속해있는 지역사회에서 성도들이 힘을 모아 헌신적으로 방역에 힘쓴다면 지역사회에 엄청난 감동을 주어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들을 바꿀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작교연 대표 이창호 목사.


작교연 회원들에게 취지를 알리자 공감한 목사들이 전국에서 하나 둘 신청하여 31개 교회가 동참했다. 동참한 목회자들은 우선 공신력을 갖기 위해 보건복지부에서 인정하는 소독업무법정교육 16시간을 모두 이수하고 본격적인 지역방역에 힘쓰기 시작했다. 연합방역단은 지난해 2월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올해 1월에는 정식으로 ‘우리 마을을 지키는 연합방역단’이라는 이름으로 조직을 하고 지역별 거점교회를 만들어 서로 품앗이 방역에도 힘쓰고 있다.

놀라운 것은 처음에는 목회자들이 방역으로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방역했던 곳이 모두 전도 대상자들이 되어 매주 관리하고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방역만 한 것이 아니라 작교연의 지원을 받아 일회용 소독수를 나누고, 마스크와 생닭을 후원받아 나누며 전도까지 이어지고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방역단 출범식 모습.


이런 노력으로 “26년 동안 우상을 숭배하던 어르신이 부적을 떼고 교회에 출석하는 일이 일어났고, 영업을 하는 식당이나 학원 등이 아닌 가정집까지 방역을 해달라고 요청해 안방까지 들어가 방역을 하고 전도하는 일까지 생겼다. 목사님들이 전도 대상자 명단을 3-4백 명씩 가지고 기도하고 있다. 방역과 섬김 사역으로 지역사회 주민들에게 언제든지 편하게 찾아가도 거부감 없이 맞이해 주곤 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고 이 목사는 말했다.

또한 이 목사는 “처음에는 단순히 방역으로 시작했는데 1년 6개월 꾸준히 방역에 힘쓴 결과 지금은 지역사회에서 세 가지 효과를 얻게 되었다. 첫째는 방역을 통해 교회 이미지가 바뀌고, 둘째는 목사님들의 존재감이 높아졌다. 셋째는 관계전도의 문을 여는 최대의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연합방역단은 지역의 카페, 학원, 노래방, 식당, 가정집 등 할 것 없이 지역 곳곳을 돌며 지속적으로 꾸준히 방역에 힘쓰고 있다. 방역을 마친 뒤에는 각자 방역활동 보고서를 매주 제출하고 매월 한번 화상회의를 하면서 방역 활동에 대한 내용들을 서로 나누고 있었다.

이들은 방역하고 난 후에는 일회용 친환경 손 소독수를 무상으로 나눠주고, 어려운 가정에는 (주)가마치(회장 김재곤 장로 후원)를 후원받아 어려운 가정에 전달했는데 지금까지 15만 마리 정도를 나눴다고 한다. 최근에는 코로나 방역지침 4단계 상황에서도 연합방역단 소속 목사들은 매일 지역사회의 식당, 카페, 가정집 등에서 방역해달라는 요청으로 쉴새없이 지역사회를 누비고 있다.

지역사회 지킴이로 품앗이 방역에 열성을 다하는 목회자들.


이렇게 방역으로 관계가 형성되자 목사의 위상이 높아지고 교회의 소문이 지역에 퍼져 모두가 목사를 알아보고 인사하고 가정집까지 소독해달라고 요청이 지금도 쇄도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경기도 포천의 한마음교회 임병만 목사는 1년 6개월 동안 지역사회 5,000여 곳을 방문해서 방역으로 섬겼다고 한다. 이로인해 예장합동 총회에서 방역과 섬김의 모범사례로 총회장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고 한다.

충청남도에서는 청양의 새에덴교회 윤재천 목사의 방역봉사 소식이 도청에 까지 알려져 양승조 도지사가 직접 축하영상과 축전을 보내오기도 하고 ‘자랑스런 충남인’ 표창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또한 청양군에서는 윤 목사에게 마을 이장들의 방역교육 강사로 임명하여 정기적으로 방역교육을 하는 일도 생겼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다.

서울 도봉구에서 목회하는 또 다른 한 목회자는 “코로나 때문에 15명의 성도가 있었는데 모두 떠났다. 그래서 낙심하고 있었는데 작은교회살리기연합을 만나고 그동안 제자를 만들지 못한 것을 회개하고 방역단에 가입하여 열심히 지역 방역에 힘썼다. 그런 결과 현재는 교회 재적수가 몇백명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 목사에게도 도봉구청에서는 방역봉사 공로를 인정하여 표창장을 수여했다고 한다.

16여년 동안 작교연을 이끌어 오고 있는 이창호 목사는 “작은교회를 돕고 섬긴다는 사역이 힘들지만 보람이 있다. 때로는 작은교회 목회자들 이용해서 돈을 벌려는 것이 아닌가하는 오해 때문에 너무 실망하여 모든 사역을 접을려고 기도원에 올라가 기도하기도 했다. 어느날 작은 교회 연힙 송구영신예배 초청돼서 갔는데 설교 마치자 작교연을 위한 헌금을 강사비로 주었다. 헌금봉투를 받고나서 눈에 띄는 봉투하나가 있었는데 초등학생 글씨로 은혜 받았다는 글씨가 써 있었다. 봉투에는 ‘목사님 나중에 제가어른이 돼서 돈을 많이 벌면 많이 할께요 힘내세요’라는 글과 함께 1000원의 헌금이 들어 있었다. 그것을 받아들고 누군가 나를 통해서도 은혜 받고 큰 용기를 얻었다는 사실을 알고 다시금 작은교회 사역에 힘쓰며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기억하는 것은 목회가 너무나 힘들어서 곧 교회 문을 닫으려고 마음먹은 한 목사님 부부가 절망한 가운데 사무실을 찾아온 일 이었다. 이 목사님 부부는 대화 가운데 다시 힘을 얻고 목회를 포기하지 않고 용기를 내서 지금도 열심히 목회하고 있다. 목사님들이 다시 일어서는 것을 볼 때에 작교연의 사역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고 어렵고 힘들지만 힘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목사에게 앞으로의 바램을 물었다. 이 목사는 “앞으로도 연합방역단 사역은 코로나19가 끝나는 그날까지 계속될 것이며 더 많은 목회자들이 협력했으면 한다. 그리고 교회는 작아도 지역 전체를 품고 섬기다보면 반드시 교회는 자립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작은교회를 살리는데 미쳐있는 사람 같았다. 사무실은 작은교회를 위한 온갖 용품들로 가득차 있어 그야말로 작은교회를 살리기 위한 전략센터처럼 느껴졌다.

◇작은교회살리기연합=비영리 선교단체로서 이창호 목사를 대표로 2004년에 "큰 교회는 주머니를 열고, 작은교회는 마음을 열고 하나되는 운동"으로 출발했다. 방법은 다르지만 작은교회를 세우고자 하는 선한의지를 가진 분들이 모여 각자 달란트를 내어놓고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의 사역을 공유하고 협력하여 한국교회의 건강한 부흥을 만들어 가자는 취지로 충실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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