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사면초가 내몰린 한국교회.. 통합만이 살 길이다

2021. 9. 14.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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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교회는 사면초가의 위기 속에 놓여 있다. 사상 초유의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에 걸쳐 국가와 빈부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가 위협을 당하고 있다. 한국교회 또한 코로나 사태 초기에 분열된 연합기관이 선제적 대응에 실패하면서 예배가 셧 다운되고 목회환경이 초토화 되어 버렸다.

필자는 당시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코로나 대응기구를 신속하게 조직하고 한국교회를 응집시킬 수 있는 자율적 방역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제안하였다. 철저하게 방역수칙을 지키면서도 안전하게 예배를 드릴 수 있는 방역 가이드라인과 매뉴얼을 연구하여 방역당국과 협의를 통해 한국교회에 ‘안전한 예배를 위한 방역 매뉴얼’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초유의 상황이었기 때문에 당시에 어느 누가 지도부의 수장이었다 하더라도 결단을 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한국교회 가 일치된 의견을 내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오히려 내부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상이한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만약에 한국교회 연합기관이 신천지 사태가 벌어진 이후에 선제적으로 방역본부와 협의하여 자율방역 매뉴얼을 만들고 행정 협조만 받는 방향으로 치고 나갔더라면 정부도, 언론도 거부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한국교회의 방역 매뉴얼은 사회 전 분야의 방역 모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 일은 한국교회 지도부 뿐만 아니라 모든 교단과 교단에 속하지 않은 독립기관들까지도 협조를 해 준다는 전제하에 추진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에 대해 경험할 것을 다 경험했다. 방역본부에서도 9월 하순쯤이면 위드 코로나를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이제 한국교회도 코로나 아웃을 선언하고 자율방역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때이다.

그러려면 먼저 전 교단들이 힘을 합하여 연합기관을 하나로 만들고 대정부, 대사회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더 이상 늦기 전에 한국교회 연합기관은 한국교회 생태계 보호와 공적 사역의 미래를 위하여 새판짜기를 하고 하나가 되어야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한국교회 연합기관의 통합을 가로막고 있는 문제들인가.

첫째, 교권주의가 문제이다. 교회사를 보면 교회의 다툼과 분열은 반드시 교권 때문이다. 동로마교회는 화상숭배 문제로 다투다 오스만 트루크에 망했고, 러시아정교회는 교조적 예전논쟁 때문에 싸우다 볼세비키 혁명을 맞았다. 사실 그런 것들은 하나의 명분과 구실일 뿐이었고, 분열과 멸망의 주요인은 교권 다툼 때문이었다. 한국교회도 교권이나 자리다툼 때문에 교파가 얼마나 많이 나누어졌는지 모른다. 그러므로 한국교회 연합기관이 하나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교권주의의 이기적인 사고를 내려놓아야 한다.

둘째, 교단 우선(이기)주의가 문제이다. 교단은 각자의 신학과 교리가 있다. 각 교단의 교리와 신학의 정체성은 분명히 지켜야 한다. 그래야 이단도 막고 신앙의 순결성을 지킬 수 있다. 그러나 교단 우선주의나 이기주의로 가면 안 된다. 경영학에서도 ‘사일로 이펙트’(Silo Effect), 즉 ‘부서 이기주의’나 ‘기관 충돌’이 나타나면 반드시 문제가 발생하고 분열을 일으키게 되어 있다. 사일로 이펙트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동체의 비전과 가치를 항상 리마인드 시켜야 한다.

한국교회도 교단으로서만 존재하면 안 된다. 특별히 요즘은 반기독교 세력의 공격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교단은 한국교회 전체를 대표할 수 없다. 한 교단만 가지고는 절대 막을 수 없다. 모든 교단이 교단 우선주의를 초월해서 하나 되어 교회 생태계를 지켜야 한다.

셋째, 공교회 의식이 없는 개교회주의가 문제이다. 영국의 윌리엄스(Andrea Williams) 변호사에 의하면 영국교회는 목회자의 개성과 취향에만 맞춘 클럽교회화, 사회복지형 교회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 결과 영국은 낙태법, 이슬람 샤리아법, 평등법 등이 다 통과되면서 교회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되어 버렸다.

미국교회도 ADF(Alliance of Defence Fund)라는 기독교 방어기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방대법원에서 동성결혼법이 통과되어 버렸다. ADF는 목회자나 신학자가 모인 단체가 아니고 변호사들이 모인 단체인데 반기독교적인 공격의 현상만 보았지 영적 배후의 실체를 보지 못한 것이다. 이제야 ADF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공교회 의식을 가지고 전방위적인 사역을 하고 있다.

한국교회 목회 빅테이터 연구소(대표 지용근 소장)에서 한국교회의 목사, 장로, 평신도들을 다 합쳐서 공적 교회에 대한 인식 설문조사를 해보니까 19% 밖에 모르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필자는 다음에 조사할 때는 19% 가운데 “과연 공교회의 공적 사역을 위해 얼마나, 무엇을 헌신했는가?”를 조사해 보고 싶다. 조사를 한다면 1-2% 밖에 안 나올지도 모를 것이다.

넷째, 독선적 신념으로 우리만의 이너서클을 형성했던 것이 문제이다. 우리는 오직 하나님만을 섬기며 예수 그리스도가 구주임을 믿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너무나 독선적 신념에 빠지면 사회적 감수성과 공감능력을 잃어버리고 오직 우리의 교리와 신앙만이 옳다고 주장하며 남을 정죄하게 된다. 각 교단의 신학의 정체성은 지켜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교단의 다양성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연합기관은 신학을 다루는 곳이 아니다. 한국교회의 공적 대표성을 가지고 한국교회의 권익과 공익을 지키기 위한 곳이다.

물론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많다. 연합기관을 합치더라도 세 개의 법인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또 재정 문제가 있다. 연합기관을 하나로 묶는데 다른 연합기관이 안고 있는 부채, 직원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러나 지혜를 모으면 못할 것도 없다. 세 개의 법인체를 다 사용하는 방법도 있고, 분열의 단초를 제공하지 않기 위하여 처리하는 방법도 있다.

재정문제도 필자가 섬기는 교회를 비롯해서 1000명, 3000명, 5000명 이상 혹은 10000명 이상 교회를 목회하는 목회자들이 공적 사명의식을 가지고 ‘한국교회 공적기금’을 출연하면 얼마든지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직원 문제 역시 모두 수용하여 연합기관의 역할과 기능을 확대하면 된다. 그것은 연합기관의 리더십을 확대할 수 있는 동기가 될 수 있다. 그러면 한국교회 연합기관을 통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첫째, 솔리 데오 글로리아 신앙을 가져야 한다. 오직 하나님께 영광의 신앙을 가져야 한다. 정말 우리 교회, 우리 교단, 우리 연합기관이 다 중요하다. 그러나 오직 하나님의 뜻과 영광을 높여야 한다. 종교개혁자들의 기치 역시 “솔리 데오 글로리아”, 오직 하나님께 영광이었다. 교회 통합을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솔라 데오 글로리아 신앙을 회복해야 한다.

둘째, 모든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 결국 교계가 분열하는 것은 기득권 싸움 때문이 아닌가. 통합을 위해서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처치를 다시 세우고, 한국교회 공익과 미래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기득권을 내려놓고 하나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차이를 인정하고 포용적 마인드도 가져야 한다. 이 말은 현대신학에서 말하는 포용주의를 의미하는 말은 결코 아니다. 성경에서도 몸 안에 있는 지체 중에 팔, 다리, 눈이 하는 역할이 다르다고 하지 않는가.(고전12:14-17) 나만 옳은 것이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라면 다름을 인정하고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넷째, 더 나아가 성령 안에서 모든 겸손과 온유와 오래 참음과 사랑 가운데 용납의 마음이 있어야 한다.(엡4:2-3) 교회 안에서도 보면 주로 감정 때문에 싸운다. 교계도 마찬가지다. 누구는 이래서 싫고 누구는 이래서 싫다고 한다. 그러나 그럴지라도 하나 되기 위해서는 성령 안에서 모든 겸손과 온유와 오래 참음과 사랑 가운데 용납하는 정신이 필요하다.

다섯째, 한국교회 세움과 공적 사역의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우리 시대의 최고의 사명은 무너진 교회를 다시 세우는 일이고 앞으로 혹시 올지도 모르는 제2의 팬데믹을 이겨내는 것이다. 이 모든 일이 한국교회 공적 사역이 아니겠는가. 이런 마인드만 있으면 얼마든지 연합기관을 통합할 수 있고 하나 되게 할 수 있다.

여섯째, 하이콘셉트, 하이터치의 소통과 감성으로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대니얼 핑크는 ‘새로운 미래가 온다’라는 책에서 산업화 시대와 정보화 시대를 거쳐 스토리와 공감, 상상력이 새로운 생산력인 하이콘셉트, 하이터치의 시대에 진입했다고 간파하였다. 한국교회 연합기관들도 서로 마음의 문을 열고 창조적 상상력과 소통, 공감의 능력을 가지고 하나를 이루어야 한다.

최근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통해서 보듯이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에 빠져 국제정치 리더십을 포기했을 때 얼마나 극심한 혼란과 재앙을 초래하였는가. 더 늦기 전에 연합기관이 통합하여 한국교회 공익과 권익을 지키기 위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어쩌면 지금이 한국교회 연합기관이 하나 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일지도 모른다. 이번 기회마저 놓쳐버린다면 한국교회는 더 이상 희망이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 연합의 깃발 아래서 다시 하나 되어야 할 때이다.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한교총 대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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