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모험인가 기회인가..집단면역 무용론에 "차라리 공존하자"
지난 9월 6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간 백신 접종과 방역에 집중하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엄격히 유지해왔던 정부 기조의 변화를 알린 것이다.
‘위드 코로나’는 말 그대로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자’는 방식이다. 코로나19 박멸이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독감처럼 취급하며 공존하는 것이다. ‘위드 코로나’는 코로나19 발발 이후 1년이 지난 시점인 지난해 말부터 언급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코로나19 국면이 길어지고 확진자가 급증하자 이 같은 주장은 쏙 들어갔다.
최근 ‘위드 코로나’ 논의가 다시 활발해진 이유는 집단면역이 쉽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어서다. 의료계에서는 델타, 뮤 등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생겨나며 집단면역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실 집단면역은 인류사에서 많지 않다. 천연두, 홍역, 소아마비 정도만 성공 사례로 꼽는다. 100년 전 세계에서 5000만~1억명 희생자를 낸 스페인독감도 여전히 살아남았다. 2009년 팬데믹을 일으킨 A형 독감이 바로 스페인독감의 변이종이다.
백신 접종 본격화로 사망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위드 코로나’에 힘을 싣는다. 지난 8월 둘째 주 치명률은 0.12%로, 독감(0.05~0.1%)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낮아졌다. 백신 접종이 늘어날수록 위중증을 막을 수 있다는 판단이 ‘위드 코로나’를 고려하게 만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새로운 방역 체계를 언급하며 ‘1차 접종자가 3000만명을 넘어서고 10월 말 성인 접종률 목표 70% 달성에 근접했다는 점’을 주요 근거로 들기도 했다.
▶4차 대유행에선 거리두기 효과 의문
성인 80% 백신 접종 끝낸 시점서 전환
‘위드 코로나’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사회적 요인도 있다. 거리두기 무용론이 그중 하나다. 방역 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현행 방역 체계가 코로나 4차 대유행 국면에서 크게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1차 유행 초기와 2차 유행 초반에는 확진자 감소 효과가 일부 나타났다. 하지만 3차, 4차 대유행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코로나19 감염 확산 감소에 효과를 보인다는 객관적 지표가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지난해 3월 1차 유행 때의 첫 사회적 거리두기에서는 쇼핑센터·놀이시설 등을 찾는 이동량이 이전과 비교해 33%까지 크게 줄었다. 2차 유행 이었던 지난해 9월에도 이동량은 30% 가까이 감소했다. 반면 이번 4차 대유행쯤에는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오후 6시 이후 2인까지만 만나게 하는 거리두기 초강수 대책이 나왔지만, 이동량 감소는 0.57%에 그쳤다.
확진자 숫자도 줄지 않았다. 새로운 변이가 국내에 잇따라 상륙하고 돌파 감염 사례가 속출하며 당분간 경증 확진자 발생이 한 자릿수로 내려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자영업자의 절규도 외면하기 어려운 처지다. 거리두기 장기화에 자영업자 10명 중 4명꼴로 폐업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경제연구원). 신규 확진자 수가 처음으로 1000명을 넘은 7월 6일을 4차 유행 시기로 간주했을 때 자영업자 90%는 올해 상반기와 비교해 월평균 매출액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배달 알바 등 투잡을 뛰는 1인 자영업자는 15만5000명에 달한다. 이는 2003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7월 기준 최대치다. 경영난을 겪는 자영업자들이 지난 8월과 9월 초 두 차례에 걸쳐 차량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오주환 서울대 의대 교수는 ‘지속 가능한 K방역 2.0 준비를 위한 국회 간담회’에서 “정부가 ‘무엇이든 자꾸 안 된다’는 규제 중심의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문제”라며 “ ‘함께해보자’라는 참여형 방역으로의 정책 변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위드 코로나’ 시기에 관한 의견은 다소 엇갈린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10월 말’로 예상했다. 고령자 90% 이상, 성인 80% 이상 백신 접종을 끝낸 시점을 염두에 둔 얘기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전 국민 70%가 접종을 완료하고 2주 뒤인 11월께 논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10월 말~11월 초면 ‘위드 코로나’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민들은 좀 더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보건복지부 코로나19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8월 30일~9월 1일), 10명 중 7명이 ‘위드 코로나’에 찬성했다. 전환 시점은 응답자 53%가 ‘11월 말’이 적당하다고 답했다. 1차 접종률이 70%를 넘어서는 ‘9월 말’은 30%로 집계됐다. ‘지금’ 위드 코로나로 전환해야 한다고 선택한 응답자는 14%였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접종 완료율이 80%인 싱가포르에서도 최근 확진자가 늘어나는 추세라는 것을 감안하면 위드 코로나는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며 “11월께 치료제가 개발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때 방역 완화를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위드 코로나 전환 반대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김동현 한림대 의대 교수는 거리두기 효과가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인지, 그나마 거리두기가 추가 확산을 억제한 것인지 구분해야 한다”며 확산 억제 기조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명순영 기자 msy@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6호 (2021.09.15~2021.09.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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