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치를 갈색으로 바꾼다는 샴푸로 '대박'..품절 대란에 회사도 '깜짝'

박수호 2021. 9. 14.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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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기업, 모다모다

8월 첫 출시 초도 물량 3만개 10시간 만에 완판. TV 홈쇼핑에서 6분 만에 매진(1분당 3200명 동시 주문). 아마존에 올리자마자 품절.

국내외 샴푸 시장에 ‘대란템’이 등장해 화제다. ‘모다모다 프로체인지 블랙샴푸’, 일명 모다모다샴푸 얘기다. 홈쇼핑 생방송 당시 쇼호스트가 제품을 본격 설명하기도 전에 매진이 되자 당황해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눈길을 끌었다. 효과를 본 고객들이 소셜미디어(SNS)에 자발적으로 후기를 올리면서 ‘어떤 샴푸길래?’라며 일부 고객은 모다모다 본사까지 찾아와 구매를 의뢰하기도 한단다. 기자가 찾아간 9월 초 모다모다 본사에는 ‘구매 불가’ 안내문까지 붙어 있었다. 인기가 실감났다.

배형진 대표(사진 왼쪽), 이해신 카이스트 석좌교수(사진 오른쪽)가 6년간 연구개발 끝에 내놓은 모다모다샴푸는 ‘완판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모다모다 제공>

▶모다모다샴푸 뭐길래?

▷카이스트 교수가 개발

‘4주 후에 뵙겠습니다, 자연갈변샴푸’.

모다모다샴푸 마케팅 슬로건 중 하나다. 갈변? 학창 시절 과학 시간에나 들어봤던 단어다. 그게 샴푸랑 무슨 상관이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해를 돕기 위해 모다모다샴푸 개발자인 이해신 카이스트 화학과 석좌교수에게 자문했다.

“사과를 깎아 먹다 상온에 놔두면 산소와 반응해 갈색으로 변하는 현상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고 운을 뗀 이 교수는 “폴리페놀이라는 분자를 자연스럽게 단백질인 머리카락에 안착시켜 갈색으로 변하게 만드는 원리”라고 소개했다.

여기서 드는 또 하나의 질문. 샴푸는 두피 세척을 해주는 제품이다. 불순물이 씻겨 내려가도록 고안된 제품인 셈이다. 그런데 이 교수는 갈변을 일으키는 물질인 폴리페놀이 머리카락에 붙어서 자연 염색을 해준다고 강조한다. 세척하면 폴리페놀도 같이 씻겨 내려가는 게 아닌가.

이와 관련 이 교수는 매운 음식을 먹었을 때를 떠올려보라고 설명했다.

“매운 음식을 먹고 나면 아무리 물을 많이 마시고 얼음을 혀에 올리고 해도 얼얼함이 잘 가시지 않죠? 이건 폴리페놀의 일종인 캡사이신이 작용해서입니다. 모다모다샴푸에는 탈모 예방, 세척 효과가 있는 물질과 갈변 현상을 일으키는 폴리페놀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머리를 감으면 자연스레 세척이 되지만 폴리페놀은 혀를 얼얼하게 만든 캡사이신처럼 머리카락에 붙어 있게 되는 겁니다. 특히 폴리페놀은 두피를 둘러싸고 있는 유분에는 달라붙지 않고 단백질 성분에 더 오래 붙어 있는 성질이 있어요. 머리카락에는 단백질이 많죠. 그러니 효과가 좋은 겁니다. 연구 과정에서 어머니의 흰머리를 대상으로 실험해봤는데 어둡게 갈변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상용화를 결심하게 됐습니다.”

물론 이런 원리를 발견했다 해서 바로 제품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제약회사 출신 배형진 모다모다 대표가 사업 가능성을 보고 과감하게 연구개발에 투자한 덕분에 모다모다샴푸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배 대표는 “2014년 창업할 당시에는 화장품 사업(비에이치랩)을 했다. 생체 내 산화 환원 반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 글루타치온으로 화장품을 개발하고 있었다. 기초 화장품은 어느 정도 효과를 확신할 수 있었는데 화이트닝 등 색조 제품은 효과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멜라닌 색소를 어떻게 다루느냐였다. 이 분야 최고 권위자를 수소문한 끝에 이 교수를 만났다. 색조 화장품 협업으로 호흡을 맞추다 이 교수가 염료를 쓰지 않고도 염색 효과가 있는 갈변샴푸 아이디어를 줬다. 6년간 연구개발한 끝에 작금의 결실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제품 개발을 완료한 후 배 대표는 헤어, 생활용품 사업부를 떼어내 올해 4월 모다모다 법인을 새로 설립하고 첫 제품으로 지난 8월 모다모다샴푸를 선보였다. 모다모다샴푸는 발매와 함께 금세 유통가 돌풍의 주역으로 성장했다.

▶품절 대란 왜?

▷회사 측 “반응 이 정도일 줄 몰라”

모다모다 본사 직원들은 요즘 제품을 구하지 못한 고객 불만에 응대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생산량이 수요를 전혀 따르지 못하는 상황이다.

배형진 대표는 “폴리페놀이 갈변 효과를 내려면 펌핑을 하기 전까지 산소를 완벽히 차단하는 특수 용기가 필요하다. 용기 제조업체에 의뢰, 전용 용기를 개발했는데 사전 발주량 대비 수요가 넘쳐 용기 제조업체가 현재 풀가동을 해도 주문량을 따라잡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품절 대란’이 된 비결은 무엇보다 먼저 써본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입소문이다. 소셜미디어를 보면 “효과를 봤다”며 극찬하는 이들 얘기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덕분에 흰머리가 본격적으로 나기 시작하는 중년층 구매 욕구를 한껏 자극했다.

이뿐 아니다. 스트레스성 새치 때문에 고민인 2030세대가 구매 대열에 동참하면서 기름을 부었다. 이런 연유로 ‘품절 대란’ 사태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유해 성분 배제, 친환경, 동물 보호 등 소비자 인식이 바뀐 것도 큰 힘이 됐다. 이 교수는 “애초 ‘클린 뷰티’ 제품을 만들자고 마음먹었다. 샴푸와 염색이 동시에 가능하고, 탈모예방 효과까지 있는 제품으로 차별화하겠다고 했는데 시대 요구와 맞아떨어진 듯해 기쁘다”고 말했다.

모다모다는 향후 폴리페놀 특유의 강력한 접착력과 특유의 갈변 효과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배 대표는 “갈색 외에 다양한 색깔을 낼 수 있는 헤어 관련 제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린스, 세럼, 부스터 등의 라인업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VC, 사모펀드 등의 투자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는 그는 “해외에서 ‘한국’ 하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을 떠올리는 것처럼, ‘K-뷰티’ 하면 ‘모다모다’가 연상되게끔 하고 싶다. 사실상 지주사 격인 비에이치랩은 그대로 두고 모다모다처럼 특정 사업부를 떼어 만든 법인은 투자 유치, 상장 등의 방법으로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약점은 없나

▷‘갈변샴푸’ 카테고리 애매

모다모다샴푸는 국내외에서 감독당국의 승인받은 물질을 바탕으로 제품을 만들었다. 다만 향후 쟁점이 될 부분은 ‘염색샴푸’인가, 아닌가라는 점이다. 제품 효과만 놓고 보면 염색샴푸로 분류할 수 있지만 식약처가 규정한 염료를 쓰진 않았다. 그러다 보니 제품 분류상 애매한 위치에 있다.

더불어 모다모다샴푸가 밀고 있는 ‘갈변’ 현상을 현행 화장품법 규정 내에서 마케팅 용어로 적극 활용할 수 있느냐도 쟁점이다.

배형진 대표는 “모다모다샴푸가 아무래도 종전에 볼 수 없었던 제품인 데다 워낙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보니 경쟁사의 문제 제기 등 각종 시비의 중심에 놓이게 된 상황이다. 정부 고시 염모 성분을 함유하고 있지 않아 엄밀하게 따지면 염색샴푸라고 표현하기 어렵다. 그래서 ‘자연 갈변’ 또는 ‘자연 발색’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단어를 제안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 진출도 했는데 해외 사례는 어떨지 면밀히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6호 (2021.09.15~2021.09.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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