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이재용 첫 만남 "3년 간 청년일자리 3만 개 지원"

김태윤 2021. 9. 14.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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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정부·삼성 '청년 희망 ON' 체결식
출소 후 첫 대외행보..건강 회복한 모습
3년간 직접 고용 4만 명 더하면 7만 개
김부겸 국무총리가 14일 서울 서초구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교육 현장을 방문해 열린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김부겸 국무총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나 청년 일자리 창출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달 13일 가석방으로 출소한 이재용 부회장은 32일 만에 첫 공식행사 참석이다.

정부와 삼성은 1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에서 ‘청년 희망 ON 프로젝트’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삼성은 이날 “앞으로 3년간 청년 일자리 3만 개 창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4일 발표한 ‘향후 3년간 4만 명 직접 고용’ 계획과는 별개다. 사회공헌활동(CSR)을 늘려 청년 취업을 지원하겠다는 방안으로, 이러면 삼성이 제시한 신규 일자리는 3년간 7만 개로 늘어난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멀티캠퍼스에서 진행되는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교육 현장에서 발언을 마친 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관계자들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김부겸 “국민의 기업다운 과감한 투자에 감사”


김 총리는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 삼성과 함께 청년 일자리 확대를 발표할 수 있게 돼 더욱 뜻깊다”며 “국민의 기업다운 삼성의 과감한 투자에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청년들의 희망을 위해 최선을 다해 힘을 보태겠다”고 답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 총리와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성인회 삼성 사회공헌총괄 사장,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등이 참석했다.

SSAFY는 삼성이 2018년 시작한 청년 SW 인재 육성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모두 4기가 수료했는데 77%(1601명)가 취업에 성공했다. 삼성은 이날 SSAFY 교육생을 기존 연 1000명 수준에서 내년에는 2000명 이상으로 두 배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또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C랩 아웃사이드’, 중소·중견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프로그램인 ‘스마트공장’ 등 기존 CSR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의 CSR이 우리 사회에 보다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방향성을 재정립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겠다는 계획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 김부겸 국무총리가 참석하는 서울 서초구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교육 현장을 방문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경영 복귀에 힘 실어준 국무총리


이 부회장이 직접 건물 1층 로비에 나와 김 총리 일행을 맞았다. 그는 체중이 10㎏ 이상 줄어 수척했던 지난 가석방 때보다 건강을 회복한 모습이었다.

이날 두 사람의 만남은 의미가 적지 않다. 김 총리는 지난달 3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이 부회장이) 석방된 상황에서 활동을 금지하는 것은 적절한 방안이 아니다”며 “이 부회장의 사업 기회를 빼앗는 것이 불공평하다는 여론도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었다.

재계에선 김 총리의 방문을 계기로 이 부회장이 그동안의 ‘잠행 모드’에서 벗어나 경영 현장에 본격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취업제한 논란을 의식해 정중동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올 1월 수원사업장을 방문해 글로벌기술센터(GTC)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계선 “본격으로 경영 재개” 관측하기도


이 부회장은 지난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경영에 복귀한 후 45일 만에 첫 공식 일정으로 유럽 출장에 나선 바 있다. 같은 해 5월엔 중국과 일본을 방문해 BYD‧화웨이‧샤오미‧NTT도코모의 경영진을 만났다. 그해 9월에는 남북 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했고, 이후 국내 사업장은 물론 인도‧북미‧유럽‧베트남 등을 찾았다.

이번에 사정이 다르다. 법무부가 올 2월 취업제한을 통보하면서, 이 부회장은 가석방 이후 거의 매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출근하면서도 대외 행보를 극도로 자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네덜란드 ASML 본사를 방문해 반도체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美 투자, 베트남 셧다운 등 첩첩산중


하지만 삼성전자에는 미국 파운드리 공장 투자, 베트남 공장 가동 중단 해결 같은 현안이 쌓여 있다. 반도체 업계에선 인텔과 TSMC가 각각 100조원대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인수합병(M&A)을 둘러싼 물밑 협상도 치열하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나 삼성 입장에선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며 “이 부회장은 당분간 조용한 행보를 보이면서도 더욱 적극적으로 주요 현안을 챙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재용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이 부회장이 활동에 제약이 있더라도 대규모 투자나 M&A 등 굵직한 의사결정은 가능하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국내에 발이 묶여 있으면 그의 장점인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어렵다. 현장을 찾고 최고경영진을 만나야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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