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꺼지지 않은 불매 불씨..소비자 신뢰 언제쯤
내달 임시주총 열고 지배구조 개편..임원 교체 검토
소비자들 부정적 반응.."한 마음으로 불매로 매운 맛 보여줘야"
남양유업이 사모투자펀드 한앤컴퍼니에 회사를 매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화 하면서 소비자들의 실망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남양유업은 곧장 경영진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불매운동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14일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는 상정된 3가지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정관의 일부 변경의 건과 이사 신규 선임의 건은 부결됐고, 감사 선임의 건은 철회됐다. 해당 안건들은 남양유업이 한앤컴퍼니코 측에 거래종결을 통보한 만큼 승인되지 않았다.
주총에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법률대리인LKB앤파트너스 관계자가 참석했으며 한앤컴퍼니 측은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지난 7월30일 회사 매각을 위한 임시주총을 열기로 했지만 홍 회장 측이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돌연 주주총회를 이날로 연기했다. 현재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는 약속했던 지분매각이 무산됨에 따라 법적 공방에 들어간 상태다.
남양유업은 지난 4월 한 심포지엄에서 자사 발효유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에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비난이 빗발치자 홍 회장은 사퇴와 회사 매각 카드를 내며 눈물로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지금까지 사퇴도, 매각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여론의 비난이 거센 상황이다.
이에 누리꾼들은 홍 회장이 매각을 위해 어떤 조건을 제시했고, 이를 한앤코가 거부하면서 매각이 결렬됐다는 해석을 내놨다. 비밀유지 의무 때문에 이 조건이 무엇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백미당(외식 브랜드) 분할, 아들 고용 유지, 매각가 재협상 등이 거론되고 있다.
임시주총과 관련해 여론이 들끓자 남양유업 곧장 방어에 나섰다.
이날 남양유업 측은 “다음 달 임시주총을 통해 새출발할 것”이라며 “지배 구조 개선을 비롯한 임원진 변동 및 이사회 재구성 등 실질적인 내용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자진퇴진을 포함한 대폭적인 쇄신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는 반응이 절대적이다.
현재 남양유업은 홍 회장이 회사 등기이사이자 회장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홍 회장 모친과 장남, 차남도 모두 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소비자들이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남양유업은 그동안 숱한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이어져 왔다. 한 때 연매출 1조원을 기록하며 성장 가도를 달렸으나 대리점에 대한 갑질로 촉발된 소비자 불매운동 이후 나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소비자의 분노는 이미 극에 달했다. 온라인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불매를 하기 위한 강한 의지도 심심찮게 엿보인다. 2013년 이른바 ‘대리점 갑질’ 사태 이후 8년여 만에 남양유업 불매운동 움직임이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남양유업 투자자들도 분노하고 있다. 오너리스크를 앓고 있는 남양유업의 주가가 계속해서 하락하자 주주들의 불만이 커지는 모양새다. 기대했던 매각건이 법정 공방으로 넘어가 장기화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주가 반등에 대한 기대감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불매 여론이 확산되면서 대리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8년 전 ‘갑질 사태’ 피해자였던 대리점주들은 또 다시 피해가 커질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바코드 번호를 입력하면 남양유업 제품인지 확인할 수 있는 ‘남양유업 판독기’ 까지 등장했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모(30대)씨는 “예상대로 결과가 나왔다”면서 “남양유업이라는 기업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는 일찌감치 접었다. 소비자가 만만하기 때문에 자꾸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는 수 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남양유업은 다음달 새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경영 안정화 방안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0일 기준일로 주주명부 폐쇄기간을 설정했다고 공시했다. 기준일은 오는 27일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아직 경영 정상화 방안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경영진 쇄신 등 다양한 방안들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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