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지 약 '미프지미소' 가교임상 건너뛰고 연내 허가 가능할까

한성주 2021. 9. 14.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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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성·효용가치 높아 vs 국민 건강권 위해 우려
충북 청주시 오송읍 식품의약품안전처.   쿠키뉴스DB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먹는 임신중지 약물 ‘미프지미소’의 연내 국내 허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가교임상을 건너뛰면 허가 시점을 앞당길 수 있지만, 면제 여부는 불확실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지난 2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이하 중앙약심위)를 열고 미프지미소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 미프지미소는 ‘미프진’으로 알려진 경구투여 임신중지 약으로, 미페프리스톤·미소프로스톨 성분이다. 지난해 12월31일을 기해 우리나라에서 낙태죄가 사라지고, 약물을 활용한 임신중지를 허용하는 방안이 논의되자 국내 도입 절차도 속도를 냈다. 현대약품이 영국 제약사 라인파마 인터내셔널과 국내 판권 및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 7월 식약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미프지미소의 국내 상용화 시점은 가교임상 면제 여부에 달려있다. 가교임상은 해외서 개발된 의약품을 우리나라로 들여오기 전에 한국인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임상시험이다. 민족의 유전적·환경적 요인에 따라 의약품의 안전성·유효성에 차이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어 품목허가 심사 시 외국의 임상자료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 실시된다. 

가교임상을 면제받을 수 있는 조건은 제한적이다. 우선, 도입이 시급한 의약품이 면제 대상이다. 식약처의 의약품 품목허가·신고·심사 규정에 따르면 △희귀의약품 △대체의약품 또는 치료법이 없는 의약품 △국내·외 임상시험 대상 환자수가 적어 치료적 확증 임상시험이 어렵다고 인정되는 적응증을 가진 의약품 등은 가교임상을 치료적확증임상시험자료 제출로 갈음할 수 있다. 

모든 민족·인종에게 동일하게 작용하는 약물도 가교임상을 면제받을 수 있다. 같은 규정에 명시된 ‘외국임상자료 등에 대한 검토 및 가교시험 결정방법’에 따르면 △타민족에게서 확인된 약물의 특성이 한국인과 유사하고 △국내 허가된 동일 약품군의 안전성·유효성, 용법·용량 등이 한국인과 다른 민족 간에 차이가 없다고 확증할 수 있는 의약품은 가교임상이 면제된다.

미프지미소가 해외에서 오랫동안 사용된 약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가교임상을 면제받을 가능성이 있다. 미프지미소는 프랑스의 제약사 루쎌위클라프가 1988년 출시한 이래로 현재까지 40여년 동안 미국, 프랑스, 영국, 스웨덴 등 주요 선진국을 비롯해 75개 국가에서 승인됐다. 앞서 2005년부터 세계보건기구(WHO)의 필수의약품 목록에 포함됐으며, 2019년에는 필수의약품 핵심 목록으로 격상됐다.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가교임상 면제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하 모낙폐) 집행위원을 맡은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사무국장은 “2019년 한 해 동안 적발된 유산유도제 판매 불법광고가 2365건에 달해 의약품 안전관리의 사각지대가 커, 인공임신중절의약품의 품목허가가 시급하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중앙약심위에 제출했다. 이서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활동가 역시 “약물적 임신중지는 비용효과적이며, 감염병 위기로 인해 의료 이용 및 의료인 부담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더욱 효용가치가 높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가교임상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미프지미소에서도 의약품 도입의 가교 시험의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국민의 건강권에 위해를 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원칙적으로 거쳐야 하는 가교임상 절차가 생략되면 약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우려다. 

식약처는 가교임상 면제 여부와 품목허가 시점에 대해 신중한 입장으로 일관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중앙약심위 개최와 논의 내용은 비공개가 원칙이기 때문에 현재는 공식적으로 밝히기 어렵다”며 “품목허가 여부가 결정되면, 공개 가능한 시점에 적절한 범위 내에서 정보들을 설명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어 “가교임상 면제 여부는 품목허가 심사 및 신고를 규정한 식약처 고시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품목허가 시점은 구체적으로 예측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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