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후변화 연구 스테이션, 구상나무 보전 새 발판으로 삼아야

데스크 입력 2021. 9. 14. 13:33 수정 2021. 9. 1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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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운 국립공원공단 국립공원연구원장
한라산 국립공원 구상나무숲.ⓒ데일리안 DB

2018년 여름, 대한민국은 111년 만에 찾아온 이상고온 현상으로 최악의 불볕더위를 경험한 바 있다. 당시 살인적인 불볕더위로 역대 최대 사망자 수를 기록했다. 가축이나 양식장 어패류의 피해는 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올해 역시 이른바 열돔 현상으로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어느덧 여름철 불볕더위는 기후 위기 시대에 일상이 돼버렸다.


사실 기후변화 문제는 어제, 오늘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전 세계에서 기후변화가 빚어낸 불볕더위, 한파, 폭우, 가뭄 등과 같은 이상기상과그에 따른 질병, 기아, 난민 등은 인류 공동체에 새로운 과제를 남기고 있다. 특히 자연생태계가 겪고 있는 크고 작은 변화는 훗날 인류에게 이슈 이상의 재앙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기후변화 영향으로 2071년이면 백두대간 일부를 제외한 우리나라 전역이 아열대기후로 진입할 것이라고 한다. 예측이 맞는다면 생태계의 한 축을 맡은 식물의 구성과 분포, 식생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산림생태계에도 큰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미 우리나라의 기후대 변화는 시작되었으며, 이에 따른 생태계 변화 역시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아고산대(亞高山帶) 이다. 아고산대는 산 정상부에 있는 곳으로 주로 구상나무와 같은 상록침엽수가 숲을 이루고 있다.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희소한 생물들이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어 보전 가치가 높다. 우리나라에서는 백두대간의 높은 봉우리를 중심으로 분포하며, 대부분이 국립공원 내에 있다.


구상나무(Korean fir)는 영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특산종이다. 그러나 최근 자생지 곳곳에서 고사 및 쇠퇴 현상이 관찰되면서 국민 관심과 걱정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구상나무가 사라진다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국립공원연구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겨울철 기온상승과 봄철 가뭄이 오랜 기간 구상나무 생육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최근 가속화되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이러한 현상은 지속될 것을 전망하고 있다.


최근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아고산 생태계에 대한 현장 중심의 조사·연구 강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고산대는 주로 1500m 이상 고 해발고도 지역에 분포해 낮은 현장 접근성과 안전사고 등의 위험 요소가 상존한다. 현장 중심의 조사·연구가 순탄치 않은 이유다.


국립공원공단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올해 지리산 세석평전 구상나무 자생지 일대에 ‘기후변화 연구 스테이션’을 시범 구축한다. 이번에 구축하는 세석 스테이션은 국립공원 최초로 고지대(1540m)에 구축하는 연구기지다. 구상나무 등 기후변화 취약종 및 서식지에 관한 중장기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설치하는 현지 거점시설이다.


나아가 2022년까지 6개 국립공원에 추가 스테이션을 구축할 계획이다. 2022년 추가 개소할 스테이션은 지리산 노고단(1507m), 설악산 중청봉(1664m), 덕유산 향적봉(1614m), 오대산 노인봉(1338m), 소백산 연화봉(1383m), 한라산 진달래밭(1475m)이다. 이미 운영 중인 대피소 시설을 활용해 건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각 스테이션은 최근 고사하고 있는 아고산대 상록침엽수에 대한 모니터링 및 고사원인 구명을 위한 거점연구시설로 운영될 예정이다. 나아가 고지대 야생동식물에 대한 기후변화 영향 모니터링, 시민과학자 양성 프로그램, 유관기관과의 공동연구를 위한 주요 무대가 될 것이다.


특히 외부기관 및 일반시민(시민과학자, 대학원생 등)을 대상으로 연구계획서를 공모해 연구 활동을 지원하는 등 내・외부 협업체계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기후변화는 다음 세대에도 이어질 것이다. 어쩌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결국 기후변화 연구 스테이션은 당장의 이득보다, 먼 미래까지 이어질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 다음 세대도 겪게 될 기후 위기 속에서 ‘국립공원 기후변화 연구 스테이션’이 소중한 자연유산 보전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길 기대한다.


최승운 국립공원공단 국립공원연구원장 ⓒ국립공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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